우리 일상은 미생물의 천국이다. 우리가 자주 먹는 요구르트, 우유, 생선, 샴페인, 김치 등 우리 주변에서 미생물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영향을 받고 있다(물론 독성이 있는 미생물로 인한 질병도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다생선에서만 비린내가 나는 이유, 샴페인 병이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 이유, 날달걀이 몇 달간 상하지 않는 비밀, 화장실의 검은 곰팡이는 정말 해로운지 등이 궁금한가.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런 다양한 자연 현상들의 비밀을 알고 싶다면 미생물을 이해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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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은 수 십억 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했다. 겨우 10만 년 전 나타난 인류는 미생물의 고독한 여행에서 겨우 몇 걸음만 같이 했을 뿐이다. 미생물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1km라면 인류가 그들과 함께 한 거리는 1cm 정도에 불과하고, 그들이 살아온 하루 중 겨우 2.5초 정도만 함께 했다고 한다.
이 책은 미생물이 인간에게 이롭다, 해롭다라고 답을 정해주지 않고 있다. 그저 미생물이 숨겨져 있는 곳을 찾아다닐 뿐이다.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나누 듯 미생물과 생물, 지구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래서 알지 못하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비만의 진화(마이클 L. 파워 著, 컬처룩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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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만 해도 ‘살이 쪘다, 뚱뚱하다’는 말은 위풍당당하고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운 사람을 상징하는 긍정적인 단어였다. 그러나 이제 ‘뚱뚱하다’는 말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혐오’와 ‘모멸’의 느낌을 주는 부정적 단어가 됐다. 이유가 뭘까.
이 책은 비만에 대한 현대인의 인식 변화를 비롯해, 현대인이 왜 비만에 취약하게 되었는지 진화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네이처가 “비만에 관해 지금까지 나와 있는 책 중 단연 최고”라고 극찬할 정도로 내용의 폭과 깊이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저자는 “우리 몸은 진화라는 ‘과거’의 짐을 짊어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진화의 ‘역사’를 알지 못하고서는 우리 몸의 ‘현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 사회가 자신의 역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듯이 우리 몸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그렇게 바라본 우리 몸을 ‘인간생물학(human biology)’이라고 부른다. ‘인간 생물학’은 우리 몸이 과거로부터의 진화 과정은 물론이고 몸이 속한 환경과 사회 및 문화로부터도 떼어놓을 수 없으며, 우리 몸의 각 기관도 서로 다른 기관과 떨어져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고 보는 개념이다.
이 책은 신진대사, 생리 메커니즘뿐만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문화 및 생태적 측면, 지역과 인종, 성별에 따른 차이 등을 통해 우리 몸을 들여다보면서, 왜 현대에 들어 ‘비만’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병처럼 번지게 되었는지를 고찰한다.
비만은 과연 ‘질병’인가라고 묻는다면, 비만 자체는 질병이 아니지만, 비만으로 초래되는 질환은 무시할 수 없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한다든가, 지방 흡입술을 한다든가, 비만을 유발한다고 지목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다든가 하는 온갖 ‘시술’ 들은 빈대를 잡으려고 초간 삼간 태우는 격이란다. 비만이 유행하게 된 원인과 그 결과를 매우 설득력 있게 쓰고 있는 이 책은 비만에 대한 매력적인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과학의 민중사(클리퍼드 코너 著, 사이언스북스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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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흔히 과학이나 과학자라고 하면 갈릴레오 갈릴레이,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을 연상한다. 어린 시절부터 교과서나 위인전, 그리고 자라서는 대중 과학서를 통해 위대한 과학자들이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놀랄 많나 새로운 이론이나 법칙 등을 제시해 오늘날 과학기술 문명을 이룩해왔다고 알고 있다.
정말로 오랫동안 이어지던 무지와 혼돈이 소수의 천재적 인물들로 인해 깨지고, 과학지식으로 발달한다는 것이 사실일까. 이런 과학사의 서술방식은 과학자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신화적인 영웅으로 만들어, 과학은 그저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마련이다.
역사가인 저자가 쓴 이 책은 과학이 교육받은 일부 지식인들에 의해 발전해 왔다는 기존의 과학 영웅 설화에 반기를 들고 과학의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린 수많은 이름 없는 창조자들 및 조력자들의 업적과 이야기를 복원해 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바다와 별들에 대한 풍부한 지식으로 마젤란을 비롯한 유럽의 항해자들에게 항해술과 토착 천문학을 전수해 주었던 태평양 섬의 원주민들로부터, 20세기 후반 대학 연구실이 아닌 차고와 다락방에서 과학적 혁신을 이루어 낸 비제도권 젊은 혁신가들에 이르기까지, 책 곳곳에 과학의 발전을 위해 이름 없이 사라진 민중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과학 좌파(게리 워스키 著, 이매진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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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의견에 대한 의심과 비판의 논거를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시하는 과학자들의 의견도 극렬한 갈등 상황에서는 개인의 ‘양심선언’에 그칠 뿐이었다.
과학에도 종북과 자본이 덧칠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은 1970년대 영국에서 활동한 과학사가이자 급진 과학 운동에 투신한 활동가이기도 한 저자가 2007년에 발표한 논문(“The Marxist Critique of Capitalist Science: A History of Three Movements?”)을 옮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 과학에 관한 마르크스주의 비판의 역사와 전망을 바탕으로, 1930~40년대의 구 과학 좌파와 1968년 이후의 신 과학 좌파 운동이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했고, 어떻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구성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과학자라고 하면 세상을 등지고 연구현장에서 자연을 탐구하고 관찰하며 실험하는 데 몰두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이런 과학자들에게서 어떻게 좌파의 과격함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과학자들은 핵무기, 성차별, 인종차별, 환경오염, 제3세계의 저개발 등 20세기의 모순과 과학기술의 폐해에 맞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이 책은 좌파 과학자들의 고민, 활동, 역경, 좌절과 우리에게 남긴 유산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과학 좌파 운동을 통해 한눈에 보여준다.
종북 몰이로 과학에도 색깔을 칠하려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 책은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짧은 전성기를 맞은 뒤 1990년대 중반 이후 빠르게 쇠퇴해버린 한국의 과학기술 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함의를 던져줄 것으로 기대한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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