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기하학은 배워서 어디에 씁니까?”
기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클리드에게 어려운 문제로 골치 아파하던 제자가 물었다. 유클리드는 곁에 있던 다른 제자에게 말했다. “동전이나 몇 푼 던져줘라. 꼭 본전 찾으려고 배우는 놈인 모양이다.” 그의 단호한 태도는 왕 앞에서도 이어졌다.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1세 왕이 “기하학을 좀더 쉽게 배우는 길은 없습니까?”라고 따지자 “왕도는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음악에는 작곡가의 감정이 표현되고, 그림에는 화가의 분위기가 담긴다. 수학적 이론 또한 수학자의 성품이 배어난다. 유클리드의 성격은 오차와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기하학과 닮아 있다.
그리스인으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평생 이론 연구에만 매진한 유클리드와 다르게 수학을 취미로 즐긴 수학자도 있다. 데카르트, 파스칼과 함께 17세기 프랑스의 대표 수학자로 불린 페르마가 그렇다. 정수론을 확립하고, 데카르트와 해석기하학의 방법을 발전시킨 그의 본업은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툴루즈 법원의 치안판사였다. 그는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혹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표한 적은 없다. 수학자들과 교환한 서신이나 메모의 형태로만 남아 있다. “나는 이미 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당신도 한번 풀어보시오.” 수학자들에게 종종 이런 편지를 보내서 그들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자신의 성과를 알렸다.
저자는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으로만 수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수학자의 일화와 이론이 탄생한 배경을 찾기 위해 수학자의 고향을 여행했다. 이를 토대로 2012년 동아일보에 3개월간 연재했던 ‘이만근 교수와 함께 수학의 고향을 찾아서’를 보완해 책으로 엮었다. 1권에는 수학의 발상지인 이집트를 필두로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2권은 프랑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영국 편을 다뤘다
저자는 원근법을 창시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았던 이탈리아, 천문학자 보데의 흔적이 남은 독일 함부르크 등으로 이어서 걸음을 옮긴다. 수학자의 고향에서 만난 현대 수학자들과의 즉흥적인 만남은 여행기의 맛을 살리고, 연구의 배경이 된 지역, 역사에 대한 설명은 수학이론의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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