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충돌說' 의문점 풀려]
원시 지구와 행성 충돌 후 파편들, 궤도 돌다 달 형성… 일부는 지구로 흡수돼
지구·달 구성 성분 왜 비슷한지 이유 드러나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연구진은 8일(현지 시각)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태양계 형성 초기 모습을 컴퓨터로 모의실험해 만든 결과, 달을 만들어낸 행성은 지구와 쌍둥이처럼 비슷한 성분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달의 탄생 이론으로는 지구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는 '분열설', 주변의 작은 행성이 지구 중력에 끌려왔다는 '포획설'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 이론들은 현재 지구와 달의 운동과 배치되는 부분이 많다. 이 때문에 과학계는 거대 충돌설을 가장 유력한 달 탄생 이론으로 보고 있다.
거대 충돌설은 현재의 90% 크기였던 원시 지구에 지구 절반 정도 크기인 행성 '테이아(Theia)'가 충돌했다는 주장이다. 이 충돌로 테이아는 산산이 부서져 일부는 지구로 흡수되고, 나머지 파편과 먼지 중 일부가 뭉쳐 달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대 충돌설은 지구와 달의 성분 구성이 비슷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달의 암석은 산소 동위원소의 비율 등 성분 구성이 지구와 거의 같다. 산소는 중성자 개수에 따라 동위원소가 세 종류 있는데, 태양계의 행성과 소행성은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모두 다르다. 탄생 당시 태양과 떨어진 거리에 따라 온도나 압력 등 형성 조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박사는 "테이아와 지구는 따로 형성됐기 때문에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달랐을 텐데, 테이아의 파편으로 만들어진 달의 암석은 지구와 같다는 것이 지금까지 거대 충돌설이 풀지 못한 가장 큰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수퍼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태양계 형성 초기 모습을 재현, 시간에 따라 초기 행성 수천 개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원시 지구와 테이아는 처음에는 구성 성분이 달랐지만, 비슷한 궤도를 돌며 주변의 조그마한 소행성들과 충돌하고 합쳐지는 과정을 셀 수 없이 겪자 점차 비슷한 성분을 갖게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 박사는 "원시 지구와 테이아가 성분이 비슷해진 상태에서 충돌했고, 그 결과 지구와 달의 성분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모든 천체의 성분이 다 달라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뜨린 연구"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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