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3일 목요일

새롭게 바뀐 미국의 의대입학자격시험 MCAT(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

올해부터 미국의 의대입학자격시험이 바뀌었다. 보통 이 시험은  MCAT(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로 부르는데, 작년까지 응시자는 생물, 물리, 화학, 유기화학, 그리고 읽기 이렇게 다섯 과목만 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사회학과 심리학도 쳐야 한다. 총 시험시간은 7시간 반으로, 이것은 예전보다 3시간 길어진 것이다. 그리고 심리학과 사회학의 시험 시간은 전체 시험 시간의 4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이처럼 바뀐 시험 제도는 인문, 사회계열 학생들이 의대입학시험을 치는 것에 좀 더 적극적일 수 있게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이과 영역으로 생각되었던 의학대학의 입학자격 시험에 심리학과 사회학이 추가되고, 보다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시험을 칠 수 있게 허용된 이유는 무엇일까? MCAT를 주관하는 미국의대연합(The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은 현대의 질병이 점점 사회적 조건과의 연관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든다. 예를 들어, 성장기에 총소리나 폭력 혹은 어린이 학대 등을 경험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청소년들은 비만이나 고혈압 혹은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 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환경적 영향에 의한 만성질환이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의사도 환자를 치료할 때 이러한 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의사는 또한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 환자와 신뢰를 쌓고, 환자의 생각과 결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환자의 건강이 단지 의학 지식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수렴된다. 이에 따라 유능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질병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게 된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문·이과 통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는데, 미국의 바뀐 MCAT는 어쩔 수 없이 문·이과 통합 교육을 제도적으로 요구한다. MCAT를 치는 학생들은 `제도화된 인종주의`(institutional racism) 혹은 `사회 구성주의`(social constructionism)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 답해야 한다. 사회 구성주의는 “여성성이나 남성성이 완전히 사회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이것을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는 것과 대립되는 관점이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지식과 입장을 갖는 것이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 왜 중요한 것인가는 의문이 든다면, 당신은 아직도 고전적인 의학 혹은 과거의 의학에 집착하거나 정체되어 있는 것이아닐까? 새로운 MCAT가 시사하는 점은 치료를 위해서 환자라는`인간`을 좀 더 잘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이것은 의사가 상대하는 대상이 바이러스나 암 덩어리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을 강하게 환기시킨다. 

필자는 병원에 갈 때마다 불쾌감을 느끼곤 하는데, 그것은 의사가 필자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물건 취급을 하거나, 아니면 지나친 존경과 복종을 요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환자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거기에는 꼭 핀잔이 돌아온다. 필자가 들은 가장 모욕적인 핀잔은 `입에 항상 사탕 물고 있나 봐요` 였다. 중성지방의 높은 것에 대한 의사의 비판(?)이었고 할까? 아마 이 의사가 원한 것은 자신이 쓴 처방전을 조용히 받고 빨리 진료실을 떠나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처럼 권위적이고 사람을 물체로 바라보는 의사는 점점 의사의 자질이 있는지가 의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험 제도의 변화로 인해서 지원자 중 문·이과 출신의 엄격한 구분도 완화될 것이며, 좀 더 인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의사가 될 것이다. `인간`혹은 `사람` 이것을 잘 아는 것이 의사의 최고의 자질 혹은 능력으로 요구되는 시대가 점점 오고 있는 것이다.
경북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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