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학교(이하 영재학교)는 최근 몇 년 사이 학부모들의 최고 관심사로 떠올랐다. 외국어고, 과학고, 자율고, 국제고 등 고등학교의 다양성이 높아지면서 내 아이의 적성과 장점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려는 움직임 속에 영재학교에 대한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영재학교는 유능한 과학인재 양성이라는 점에서 일반 과학고와 설립목표가 같지만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교육과정을 구성하기 때문에 초중등교육법을 따르는 과학고에 비해 교육 프로그램에 자율성을 가진다.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중학교 3학년을 이수하지 않아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국민공통교육과정 이수의 의무가 없어 무학년 학점이수제로 운영되고 교원자격증이 없는 각 분야 전문가도 교사로 초빙할 수 있다. 학생이 집중 개발하고 싶은 영역의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영재학교는 대학 입시에 대한 중압감을 넘어 연구활동과 학문탐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한국과학영재학교 졸업생 논문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 이러한 실질적인 실적은 대학 입시나 이후 진로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또 이공계 발전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다 영재학교로 전환한 학교들이 대학 입시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경쟁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전국 6개 영재학교, 전체 경쟁률은 15.36:1
2003학년도 국내 처음으로 영재학교로 전환한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시작으로 2009학년도 서울과학고, 2010학년도 경기과학고, 2011학년도 대구과학고가 영재학교로 전환했고 올해 대전과 광주가 진입하면서 총 6개교가 영재학교로 운영 중이다. 6개교가 총 654명 신입생을 모집한 2014학년도 영재학교 입시에 총 1만5백24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2013학년도 지원자가 8천5백6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지원자가 증가한 셈이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자격으로 지원한 3백2명을 포함해 영재학교 전체 경쟁률은 15.36 대 1이다.
2014학년도 입시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대전과 광주 영재학교의 진입이다. 대전영재학교는 정원 90명을 뽑는 입시에 1천9백94명의 지원자가 몰려 22.16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기존 영재학교에 비해 열세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영재학교 중 가장 높은 경쟁률로 집계됐다. 지원자 중 약 70%가 서울 및 수도권 지원자들이었다. 대전의 입지조건이 수도권 학부모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대전과 함께 올해 개교한 광주영재학교는 지역 선발 비중을 50%로 높게 잡으면서 7.31 대 1에 머물렀다.
서울영재학교는 2013학년도 경쟁률인 17.33 대 1에서 18.87 대 1로 다소 오르면서 대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으며 지난해 19.4 대 1로 경쟁률 1위에 올랐던 경기영재학교는 경쟁률 18.18 대 1로 다소 떨어졌지만 대전, 서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한국, 대구, 광주가 각각 15.94 대 1, 12.58 대 1, 7.31 대 1로 나타나면서 영재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영재학교 입시 어떻게 진행되나?
영재학교는 1단계 전형에서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 등 기록물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영재성과 인성을 평가하며 2단계 전형에서는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한다. 최종 관문인 3단계 전형은 1박 2일 캠프다. 수학, 과학과 인문을 포함한 영역에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한 실험, 글쓰기, 면접 등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와 2차 영재학교 시험이다. 특히 더 이상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2차 시험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우선 선발이 존재해 영재학교 입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서울영재학교는 120명 정원 중 40%에 이르는 50명을 우선 선발했다.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목표와 열정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학교는 지원자들이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궁금해한다. 수상 실적은 적을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그 수상실적을 내기 위한 과정과 왜 그런 공부를 시작했는지 등을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영재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방향 설정을 명확히 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영재시험이다!
학교별 입시전형 완벽 분석
과학영재학교는 수학과 과학을 기초로 자체 영재시험을 치른다. 학교마다 출제유형이 다르고 매년 조금씩 시험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출문제 분석은 필수. 2015학년도를 준비하며 5개 영재학교의 올해 시험유형을 분석했다.
서울과학영재학교
우선선발 비중이 가장 높았던 서울영재학교는 영재성 평가와 창의력 평가로 시험을 진행한다. 1교시 영재성 평가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으나 언어의 비중이 줄었고 도덕 문제가 2문제 출제된 것이 특기사항이다. 수학은 비교적 난이도가 쉬운 반면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았고 해외 경시와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를 준비한 학생들이 유리한 문제가 많았다. 수학, 과학 통합형 문제도 출제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 내용에서 수학 문제를 만들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기출문제에서 다수의 문제가 출제되니 기출문제를 꼭 풀어봐야 한다. 과학의 경우 전형적인 경시문제가 많았다는 평가다. 또 다양하게 자료를 접하며 과학 상식이 풍부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제가 많았다. 난이도는 쉬워졌지만 융합형, 통합형 문제가 출제됐다. 주어진 자료를 분석하여 추론하는 능력을 요구했다.
경기영재학교
지난해와 달리 수학과 과학을 교시로 나누어 평가를 진행했다. 수학은 KMO를 대비하는 것이 유리했으며 깊이는 KMO 1차 혹은 경기도대회 본선 수준을 넘지는 않았다. 틀린 답을 고르면 그 문제에 점수를 주지 않는 등 꼼꼼한 풀이 과정을 중시했고 정해진 시간 안에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과학은 까다로운 내신 수준의 문제들이 출제됐으며 수학과 마찬가지로 꼼꼼한 풀이가 필요했다. 수학과 문학, 수학과 미술 등 실생활의 문제에 대해 수학, 과학적 해결 방법을 묻는 융합형, 통합형 문제들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최근 2년 동안의 기출과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원론적인 문제를 대다수 출제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의 확장을 많이 물었던 수학 교과의 경우 올해는 답을 구해내는 형태가 많아져 경시 준비를 한 학생들이 유리했다. 과학 문제 역시 과학적 지식을 판단하고 유추하는 문제보다는 선행지식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문항들이 많았다. 올해 입시만 놓고 본다면 경시와 KMO를 준비한 학생들이 많이 유리했다.
대구영재학교
지난해와 달리 수학에 객관식 문항이 없었다. 수학, 과학 모두 경기도경시대회 문제를 풀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 단답형의 난이도는 성대수학경시와 경기도경시 사이였으며 경기도경시대회 문제와 동일한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과학 난이도는 경기도경시보다 쉬웠지만 실수를 유발하는 문제들이 있었다. 배운 내용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다면 쉬운 문제들이고 화학은 수능형 문제들이 대다수였다.
대전영재학교
올해 첫 입시를 시행한 대전영재학교는 1, 2교시의 경우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았고 3교시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느껴진 만큼 각 교시마다 시간 배분이 중요했다. 수학은 대구과학고 인증시험이나 민족사관고등학교 수학경시대회 수준이었고 시간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3교시 창의력 문제는 서울과학고 수준의 문제들이 채택됐다.
영재학교 최종관문 면접&캠프,
완벽 대비법
면접과 캠프를 대비하기 위해 수학, 과학 관심 분야에 대한 다양한 독서활동이 필수다. 또 최근 이슈가 되는 사건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수학, 과학으로 연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활동이 필요하다. 같은 목표를 정한 친구들과 함께 모의 캠프를 진행해보고 서로를 면접해준다면 실제 캠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캠프와 면접에서는 인성 또한 무시하지 못할 중요한 평가요소이기 때문에 봉사활동 등 인성 평가도 준비해야 한다.
수학·과학 면접
수학, 과학 면접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가 우선 수학, 과학 문제를 해결한 후 그 과정 및 결론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수학, 과학 문제해결 능력은 필수다. 여기에 분석적으로 사고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조별 토론
조별 토론은 각 학교별 성향 파악이 중요하다. ‘기존 순환단전의 문제점’(서울), ‘병목현상을 토대로 한 실험설계’(경기) 등 다양한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대전은 70~80년대 교실과 현재 교실에서 가해자와 방관자, 동조자를 소재로 교실이 바뀐 이유를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서술하라는 문제를 출제했다. 과학의 울타리를 넘어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성 문제를 출제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경기영재학교 토론문제 중 하나였던 ‘암모니아 합성법을 만든 하버가 합성법을 공개해야 하는가’처럼 가치 판단을 묻는 문제를 출제하기도 했다.
글쓰기
글쓰기는 현재 6개 영재학교 중 서울, 대구, 대전 영재학교가 실시하고 있다. 서울영재학교의 경우 읽기 자료를 분석한 후 과학도가 배우고 연구할 때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서술하는 문제를 출제했고, 대구는 평소 인상 깊게 읽은 책과 대구영재학교에서 빌린 책의 독후감을 썼다. 평소 과학자로서 관심이 있는 책을 읽어두고 책을 통해 목표에 가까워지려는 활동이 필요하다.
실험
실험은 어려운 실험도구 조작이나 이미 알려진 실험이 아니라 사고실험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주어진 분석 자료나 읽기 자료에서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창의적으로 실험설계를 한 후 실험오차를 줄이는 방법 및 반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사고실험을 통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실험 이후 과정을 고민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전문가가 말하는 영재학교 입학의 지름길
영재학교는 과학캠프, 영재성 검사 등 사전준비가 필요하고 전형 시작이 4~5월로, 다른 특목고에 비해 빠른 편이다. 선발기간도 길어 장기간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지만 제대로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영재학교들은 선행학습보다는 수학, 과학을 기초로 실생활 혹은 타 교과와 연계한 통합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원론적인 답변은 마치 “국·영·수 중심으로 공부해 서울대에 수석 입학했다”는 해묵은 인터뷰처럼 공허하게 들린다. 영재학교 지원율이 증가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기 때문에 정답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이 단순한 선행학습과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영재학교에서는 수학, 과학을 기초로 실생활과 인접한 문제해결 능력을 요구한다. 단순히 수학, 과학을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수학,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다양한 과목과 연계한 융합적 사고를 하는 학생을 찾기 위해 통합교육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크다.
목표 설정을 명확하게 한다
최근 2년간 영재학교 합격생 41명을 배출한 이무강 목동 하이스트 본원 영재학교 입시전략 소장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 소장은 목표 설정을 영재학교 입시의 가장 기본적인 지침으로 뽑았다. “영재학교 일정은 전국에서 최상위 700명을 뽑는 과정이다. 우수 학생 중에서도 최상위 학생을 뽑는 과정이고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목표가 없이 단순히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면 이 과정에서 쉽게 지치고 낙오하기 쉽다.”
무기 과목을 만든다
목표를 세웠다면 무기 과목을 만드는 것이 그 다음 단계다. 이 소장은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이 강조하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이란 스스로가 학습 플래너가 돼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특히 관심이 있거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과목에 대해서는 작은 전문가 수준으로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통합적 사고가 중요하다
통합적 사고를 하는 학생은 모든 영재학교에서 찾는 인재상이다. 올해 영재학교 입시에서도 통합적 사고를 묻는 문항이 상당히 늘어난 추세였으며 이런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다른 과목과 연결성을 찾는 사고가 중요하며 같은 과목 내에서도 서로 다른 분야와의 통합적 사고는 이제 필수다. “통합적 사고를 키우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독서다. 관심 있는 영역의 독서활동을 통해 깊이를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통합적 사고를 기를 수 있다. 또 자기소개서, 면접, 토론 등에서 중요한 논리적 사고와 습관을 기를 수 있다. 다양한 각도로 고민해보고 논리적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교과 외 활동에도 신경 쓴다
교과 외 활동에서는 목표와 부합되는 봉사활동이나 연구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발성 사례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좋은 인상을 주지도 못한다. 또 자기소개서나 영재성 입증자료는 미리 작성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영재학교 자기소개서 문항은 ‘지원한 동기와 자신의 미래 모습에 대해 적어 주십시오’(서울), ‘현재의 나를 소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가정환경, 학교 및 지역환경 등에 관한 사항을 기술하여 주십시오’(경기) 등 ‘나’에 대해서 묻는 질문이 많다. 전형 일정에 닥쳐 작성하려면 쉽지 않은 항목들이 많기 때문에 미리미리 작성해보면서 학업과정과 성장과정을 정리해나가는 것이 좋다. 또 이를 토대로 장점과 단점을 미리 확인해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수 있다.
특목고와 영재학교 입시 이것이 다르다
한때 과학영재학교가 아니라 수학영재학교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영재학교에서 수학의 중요성이 강조돼왔지만 확실히 일반 특목고보다 과학의 중요성이 높은 편이다. 과학이 실제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학부모들의 생각보다 큰 편인데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최상위권 학생의 경우 수학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중학교 입학 후 영재학교 입시를 목표로 세웠다면 과학에 대한 꾸준한 관리와 집중이 필요하다. 과학은 융합적, 통합적 사고를 묻기에 좋은 주제의 이슈가 많아 융합, 통합형 문제 비중이 높아지는 영재학교 입시에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 영재학교 전형은 기존 특목고와 달리 수상 실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내신 관리나 영재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KMO, 경시 준비는 필수지만 입시에서는 전혀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경시, KMO에 매진하기보다는 중등 수학의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이를 융합적 사고로 넓혀나가기 위한 독서 등의 과외활동이 더 중요하다.
서울영재학교 실제문제 예시
<영재캠프 2013학년도 기출>
= 독서활동/논술활동
(읽기자료 4개 - 물 부족, 물 사용, 동물의 물 이용 및 절약에 대한 교과서 영어 본문)
읽기자료에서 과학도의 태도를 각각 한 가지씩 뽑아 쓰시오.(600자)
현대과학연구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예를 들어 서술하시오.
= 조별 활동 - 북악천 복원계획을 세우고 청문회를 하여라.
<자기소개서 문항>
1. 서울과학고등학교에 지원한 동기와 자신의 미래 모습에 대하여 적어 주십시오.(1000자)
2. 지원자가 수학, 과학 분야에서 지닌 능력, 흥미, 특기를 적어 주십시오.(1000자)
3. 지원자가 겪은 특별한 경험이 있으면 구체적으로 적어 주십시오.(500자)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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