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9일 일요일

젊은 천재 과학자 데니스 홍, 창의력이란 무엇인가

미국의 과학 잡지 「파퓰러사이언스」가 선정한 젊은 천재 과학자. 세계 최초로 시각 장애인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 개발. 버지니아 공과대학의 로봇연구소 로멜라의 창립자이자 교수. 한국 항공우주학의 태두인 홍용식 박사의 둘째 아들. 바로 데니스 홍을 수식하는 문구들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인간을 위한 기술 개발을 하는 ‘로봇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고 싶어 한다. 뜨거운 열정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데니스 홍에게 물었다. 창의력이란 무엇인가.


Point 1 창의력은 호기심의 시작 이다데니스 홍(42) 교수는 어린 시절 무척 장난꾸러기였다고 한다. 말도 못하던 꼬마였을 때부터 연년생 누나와 함께 새벽에 부엌으로 엉금엉금 기어가 찬장에 있는 커피, 설탕, 밀가루, 소금 등을 다 꺼내어놓고 마법의 약을 만든다고 소동을 피운 적도 있고, 유치원을 다닐 때는 놀이터 모래밭에 가서는 얼마나 깊이 파고 들어가야 땅끝이 나오는지 궁금해 땅을 파헤치다가 자정이 넘어서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아 부모님의 애간장을 태운 적도 있다. 하지만 홍 교수의 부모님은 이런 호기심 많은 그를 한 번도 혼내지 않으셨다. 심지어 호기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 장려해주셨다. 방 안에 공작실을 만들어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아버지께서 간과하신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제가 그 공구들로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부수는 사고를 벌일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웃음). 저는 라디오, 청소기, 세탁기 등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을 다 분해했습니다. 왜? 궁금한 걸 참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작동하는 거지? 하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기면 기어이 가전제품들을 뜯고 내부를 면밀히 관찰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망가뜨린 것을 고치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저는 멀쩡한 것을 가져다가 뜯어놓고 망치기 일쑤였습니다. 그중엔 사온 지 사흘밖에 안 된 TV도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부모님께서는 저를 전혀 혼내지 않으셨죠.”

홍 교수의 아버지는 ‘분해 작업’을 일종의 놀이라고 인정해주고 이해했다. 홍 교수가 화학실험을 할 수 있도록 약품들과 여러 기자재들을 사주며 아낌없는 지원으로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한 사람도 아버지다.

“한동안 로켓에 미쳤던 적이 있어요. 미국에서 하늘로 ‘슝’ 하고 날아오르는 로켓 모형을 보고는 저도 저런 로켓을 만들어 하늘 높이 쏘아 올리고 싶었거든요. 이미 작용과 반작용에 대해 배웠고, 추진력으로 움직인다는 것도 인지했으니 출발은 순조로웠죠. 하지만 그 추진력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드는 일이 어렵더라고요. 책을 찾아보고 곰곰이 연구를 한 결과 식초와 탄산수소나트륨을 섞으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추진제로 쓸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문제는 액체인 식초와 고체가루인 탄산수소나트륨을 섞어 넣으면 화학반응을 피할 사이도 없이 로켓이 발사돼 시큼한 냄새의 식초를 그대로 뒤집어쓰게 된다는 거였는데, 그래서 발사 단추를 누름과 동시에 발사되는 로켓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며칠 밤낮을 고민한 그는 마침내 해결책을 찾았다. 탄산수소나트륨 가루를 물에 개어 반죽해 말린 뒤 고체 형태의 태블릿처럼 만들고, 거기에 액체인 식초가 든 로켓을 거꾸로 장착하고 발사대의 끈을 연결시켜 멀리서도 잡아당기면 로켓이 세워지면서 식초가 발사대 받침으로 흘러들어가 화학반응을 일으키게 한다는 아이디어였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성공은 그 다음 단계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줬습니다. 이번에는 불을 뿜으며 하늘로 높이 날아가는 진짜 로켓이 만들고 싶어졌죠. 백과사전과 과학 잡지를 찾아보면서 수소에 불을 붙이면 ‘펑’ 하고 터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끝없는 고민과 시도에도 실험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결국 불꽃놀이에 쓰이는 폭죽이 로켓의 고체 연료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기어이 로켓 발사를 성공시켰습니다.”

만약 그의 부모가 아들을 보호하려고 실험을 못하게 했다면 그는 지금과 같이 즐기며 연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강압적이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실패를 과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매 순간 위축됐을 것이다.

“첫 번째로 만든 로켓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첫 번째 실수이자 실패입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고, 어른의 가슴으로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oint 2 창의력은 틀을 깬 생각 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누군가 새로운 장난감 산 것을 보면 다들 부모님께 똑같은 것을 사달라고 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홍 교수는 항상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나만의 것, 새로운 장난감을 갖고 싶어 했다. 그래서인지 망가지고 부서진 장난감에 더 관심을 보였고, 분해와 조립을 반복했다.

“전 알고 있던 정답을 버리고 늘 다른 해결책을 찾으려고 시도했어요. 물론 또래 친구들처럼 장난감도 갖고 놀았죠. 다만 그 방식이 달랐을 뿐이에요. 장난감의 겉보다는 속이 궁금했고 로봇 팔이 발사되고 자동차가 달리는 현상보다는 그 과정에 호기심을 가진 거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장난감이 완성되면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다시 분해해서 새로운 장난감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렇게 손으로 부수고 만지고 고쳐서 얻은 상상력과 융통성이 기상천외한 로봇을 만들 수 있는 든든한 밑바탕이 됐다.

“새로운 해결책을 원한다면 지금까지의 정답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런 발상의 전환, 문제를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이디어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을 자꾸 뒤집어보세요. 고리타분한 정답은 과감히 버리고, 선입견도 지우고, 같은 것도 다른 생각의 틀에서 바라보고 사고하는 것이 바로 창의적인 사고의 출발점입니다. 고정된 시선에서 벗어나면 재미있는 발상이 마구 떠오른답니다. 문제의 해결책들도 나타나고요.”


Point 3 창의력은 동기부여의 실천이다아무리 수업시간에 여러 가지 이론과 수식을 가르쳐줘도 그것들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면 지루할 수밖에 없다. 수식만 적어놓은 수업보다 일상 속 예제로 꾸민 수업을 그가 고수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렵고 막히는 부분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문제를 풀고 이해하는 방법이야말로 통찰의 지름길이다.

“저는 주입식 교육이 싫었습니다. 생각 없이 외우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과정이 마치 목적지가 어디인지, 왜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가는 것처럼 느껴졌죠. 저는 동기부여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거기에 담긴 자극과 자발성, 적극성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호기심과 열정은 바로 그 동기부여에서 시작합니다.”

학창 시절 그는 전 과목에서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특히 받아쓰기는 늘 영점이었다. 과정은 가르쳐주지 않고 ‘A=B’라고 그냥 외워야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사회, 지리, 도덕과 같은 과목에서는 수우미양가의 ‘가’를 받은 적도 있다.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의 연간 강수량이 얼마이고, 그곳에 있는 산맥들의 이름을 왜 외워야 하는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산수, 과학, 미술은 언제나 ‘수’를 받았다. 어릴 적부터 로봇공학자가 꿈이었던 그에게 산수는 중요한 도구였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아버지께서 직접 삼각함수를 이용해 나무의 그림자 길이로 나무의 높이를 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뒤로는 흥미까지 생겼다.

“동기부여를 위해 저는 강의시간에 거듭 ‘왜’를 강조합니다. 이론에 휩싸이다 보면 ‘왜’라는 질문이 공허해지기 쉽기에 일상으로 파고드는 방법을 택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엔지니어에게 공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공식만 배우면 쓸모가 없다고도 강조합니다. 중요한 건 공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공식을 어떻게, 왜,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머릿속 그림은 공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와 공상을 구분하려면 자신이 알고 있는, 배웠던 도구, 공식들을 활용해 현실화해보면 됩니다.”

일이 재미있어지면 능률은 자연히 따라 오른다. 단, 적성에 맞는 일이라도 돈을 버는 것으로서의 직업은 결국 피곤한 일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목적을 찾아야 한다. 사명감이 있을 때 가슴속의 열정은 더욱 샘솟는다.

Point 4 창의력은 메모하는 습관이다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창의력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 창의력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을 뜻한다. 하지만 데니스 홍 교수는 전혀 다른 분야의 것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능력이라고 창의력을 정의 내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는 주어진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다든가, 전혀 다른 것에서 영감을 얻고 연결시켜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바로 홍 교수가 활용하는 창의력이다.


“사람들은 제가 만든 로봇들을 보고 창의적이라고 합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 로봇공학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같은 문제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능력이 아주 중요합니다. 로봇 스트라이더는 공원에서 한 아주머니가 여자아이의 머리를 땋아주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들었습니다. 머리 땋는 모양에 착안해 다리 세 개인 로봇이 탄생한 거죠. 또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선사시대의 사슴 무릎관절을 보고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의 이중 4절 링크 기구 다리를 생각해냈습니다. 이런 과정이 제가 생각하는 창의력입니다. 요즘에는 이를 두고 융합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하더군요.”

문제는 전혀 다른 분야의 것들을 잘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 외에도 다른 분야를 잘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모든 분야의 학문을 두루 공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하는 것들을 언제나 호기심 있게 관찰하고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도, 카페에서 새로 만난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멋있는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다가도, 혹은 미술관 관람 중에도 언제 어디서든 항상 자기 주위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생각하고 메모하세요. 아이디어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저는 항상 연필과 아이디어 노트를 들고 다니는데요.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적어둡니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주로 두 가지 환경에서 특별히 자주 발생한다는 겁니다. 하나는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할 때, 또 하나는 새벽에 침대에 누워 막 잠이 들기 직전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경우에는 메모를 하기가 힘듭니다. 샤워 중 발가벗은 채로 수건 한 장을 걸치고 나와 허겁지겁 종이와 펜을 찾다가 아이디어가 사라진 적도 여러 번입니다(웃음). 명심하세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입니다.”


브레인스토밍 여행을 떠나라!
“창의력은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거나 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교육자로서 창의력을 어떤 방법으로 가르쳐야 할까 한참 고민을 해왔죠. 우리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가르치는 방법,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고 말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일단 일상생활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한 후에는 이들을 ‘다르게 생각’해 연결시키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학생들과 함께 떠나는 아이디어 여행, 브레인스토밍 세션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실시합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지금까지 갖고 있는 모든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규칙을 따라야 하는데, 그중에는 ‘황금의 규칙’이 있습니다. 바로 ‘Nobody Criticizes Anybody’s Ideas!’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비판할 수 없다는 겁니다. 무조건 비판이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데는 유용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하면 저 사람은 어떻게 반응할까.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만약 이렇게 반응하면 창피할 거야’ 이런 식으로 고민하며 자기방어에 골몰하는 순간 기발한 생각은 사라지죠. 황금의 규칙은 학생들의 머릿속에서 구체적인 형태 없이 빙빙 돌고 있는 생각들을 모조리, 하나도 빠짐없이 쏟아내고 연결시키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최근에는 버지니아 공과대학의 다른 과 학생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학생들 모두가 자기의 아이디어를 발표하느라 강의실이 온통 창의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게 된다는 사실이.”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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