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의 “왜요?”라는 질문 때문에 피곤해 죽을 지경이에요. 질문하는 데 끝이 없어요. 뭐든 궁금한 게 생기면 줄기차게 물어봐요. 질문에 시달리다 못해 대충 넘어가자고 윽박지르고 야단을 쳐봐도 좀처럼 변하지를 않습니다. 우리 아이는 어떤 체질일까요?
소음인입니다. 사고 기능을 타고나서 끝없이 파고들며, 스스로 수긍할 만한 결론이 날 때까지 질문을 멈추기 어려운 것이 소음인의 특징입니다. 이런 기질을 잘 살려줘야 소음인 아이의 정신 에너지가 긍정적인 학습 에너지로 연결됩니다. 부모들이 귀찮다고 “어른들이 시키면 그냥 해!”라거나 “그런 건 몰라도 돼”라는 식으로 반응하면 아이의 정신 에너지가 고립됩니다. 나아가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지 않는 부모나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게 되죠. 간혹 소음인인데도 질문이 없고 묻는 질문에도 대답을 잘 못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가 바로 어릴 때 잦은 질문으로 야단을 맞거나 심한 핀잔을 들은 상처 때문입니다. 소음인은 ‘선 수긍, 후 수용’의 태도를 보입니다.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건 전혀 수긍하지 못하죠. 수긍되지 않는데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대충 넘어가는 것이 안 되는 체질입니다. 질문을 잘 살려줘야 소음인의 학습 능력이 발달합니다.
2 저희 아이는 무엇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무척 긴장을 합니다. 신생아 때도 밤낮이 완전히 바뀌어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적응을 하긴 하죠. 그래도 낯선 사람을 보거나 처음 가는 곳에서는 엄마 품에서 좀처럼 떨어지질 않습니다.
태음인입니다. 감각은 과거의 기억이며 정보의 저장고입니다. 태음인은 과거의 정보가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추가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 맞닥뜨린 환경에서는 과거의 정보가 없으니 태음인의 감각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것이지요. 아이가 태음인인 경우에는 엄마의 배 속과 전혀 다른 바깥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낯가림도 심하고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3 아이가 장난감이든 뭐든 금방 싫증을 내서 걱정입니다. 처음에는 다 좋아하지만 금세 싫증을 내며 새로운 것을 찾습니다. 블록 같은 조립장난감을 줘도 차분히 앉아서 맞추기보다는 흩어버리거나 던져버리곤 하죠. 그런데 공부하는 태도도 이와 다르지 않네요.
소양인입니다. 소양인의 우월 기능은 감정이고, 열등 기능은 사고입니다. 한마디로, 생각하는 걸 무척 싫어합니다. 사고가 우월 기능인 소음인은 조립장난감을 주면 자기 생각대로 요리조리 맞춰보면서 새로운 것을 구상해나가는 데 재미를 느끼는 반면, 소양인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를 피곤해합니다. 감정 기능은 순간적인 것이어서 소양인 아이에게는 장난감으로 뭔가 공식을 찾아가면서 조립하고 맞추는 것이 고역입니다. 오히려 그냥 던지고 흩어버리는 것이 감정 기능에 부합하죠. 좀 더 자란 뒤에 학습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순간적인 기분은 잘 파악하지만, 소양인에게는 낱낱이 기억하는 감각 기능이나 논리를 따지며 몰입하는 사고 기능은 많이 부족합니다. 때문에 처음에 학습하는 데 가장 어려움을 겪는 체질이 바로 소양인입니다.
4 저희 아이는 좀처럼 표현을 하지 않아요. 억울한 일이 있어도 말을 아끼고 속으로만 삭이려 해요. 뭔가 불만이 있어도 표정만 뚱할 뿐 내색을 하지 않죠. 그러고는 한참 뒤에야 쌓이고 쌓인 눈물을 한 번에 왈칵 쏟아내며 서럽고 억울했던 일들을 토해내듯 말합니다.
태음인의 우월한 감각 기능은 무조건 받아들이고 수용하려는 기질이 강합니다. 수긍되지 않는 것도, 억울한 것도 받아들이려고 애쓰죠. 일단 수용했다가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난 뒤 참을성의 한계에 도달해서야 쌓인 것을 한꺼번에 터뜨립니다. 반대로 소음인은 수긍되지 않는 것은 조금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반드시 “왜?”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또 소양인은 억울하거나 이치에 안 맞는다고 여기는 것은 그 자리에서 따집니다. 누가 봐도 옳지 않다 싶은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죠.
5 아이의 승부욕이 무척 강해요. 자기보다 덩치가 큰 아이와도 싸워서 이기려고 합니다. 오히려 체구가 작거나 보나마나 이길 것 같은 아이에겐 관대하고요. 유독 자기보다 강하거나 비슷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덤비려고 해요.
소양인입니다. 승부욕은 외향적인 기운으로, 나와 다른 사람 사이의 감정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양인은 매사에 이기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상대가 어른이든, 자기보다 체구가 큰 아이든, 승부를 가리는 일이라면 무조건 이기고 싶어 하죠. 승부에서 패하면 두고두고 속상해하고 분을 삭이지 못합니다. 그런데 누가 봐도 질 것 같은 승부를 자주 하다 보면 소양인 아이의 성격이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소양인은 성인이 된 뒤에도 사소한 것까지 내기 걸기를 좋아하고 승부의 스릴과 긴박감을 즐깁니다. 참고로 태음인은 평소 잘하던 것도 내기를 하면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6 아이가 편식이 심해요. 반찬이 여러 가지가 있어도 제 입맛에 맞는 딱 한 가지만 먹어요. 그런데 음식만 편식하는 게 아니라 모든 방면에서 치우침이 심해요. 혼자 놀 때가 많고 친한 친구도 한두 명뿐입니다. 더 마음에 드는 새 친구를 알게 되면 그 전 친구에 대한 관심은 금세 식어버리고요.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끝까지 하는데 관심 없는 일은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아요.
소음인이 타고나는 사고 기능의 특성입니다. 2개 이상의 답은 허용하지 못하는 것이죠.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다는 건 소음인의 사고 논리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먹는 것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이 반찬이 가장 맛있으면 이 반찬을 먹는 게 정답이라는 식입니다. 이 친구가 나와 더 잘 맞는다면 이전 단짝하고는 멀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소음인은 소위 불꽃이 튀어야 사고가 진행됩니다.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 분야를 억지로 하는 건 소음인에게 고역인 것이죠. 지적 호기심이 발동하면 무섭게 파고들지만,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 일은 건성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친구가 거의 없어서 인형만 가지고 놀 정도라면 또래와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소음인 아이가 혼자서만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성장한다면 현실보다 상상이나 공상의 세계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소양인의 감정 기능은 순간적으로 외부로 향하는 기운입니다. 마치 밤하늘의 불꽃놀이와 같아서 집중력은 뛰어나지만 반복하고 유지하는 지구력이나 하나에 몰입하는 힘은 떨어집니다. 소음인은 일단 뭔가에 빠지면 결론이 날 때까지는 옆에서 불러도 모를 정도입니다. 물론 소음인 중에도 관심사가 금세 바뀌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도 있죠. 그런데 소양인과 다른 점은, 이미 결론이 나서 더 이상 논리적인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 상황일 때 관심사가 바뀐다는 것입니다. 소음인은 몰입한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지은 다음에야 관심의 대상이 바뀝니다.
8 편한 사람과 불편한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가 다릅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는 얼마간 예의를 갖춰 대하는데, 친한 사람들에게는 장난도 심하고 말도 거침없이 합니다. 어떤 때는 아이가 이중인격인가 싶을 정도예요.
태음인은 정보가 쌓여야 하는 감각 기능을 타고났기에 처음 만난 사람을 대할 때는 일단 탐색부터 합니다. 상대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 다음 저장된 감각을 바탕으로 처신합니다. 감각의 양이 많아지면 그다음부터는 상대방을 훨씬 스스럼없이 대합니다.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은 깍듯하게 대하지만, 편하고 친해지면 허물없이 지내려고 합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 마음을 터놓는 것이 태음인의 특성이죠.
반면 소음인은 자신의 사고 유형과 일치하느냐의 여부를 탐색합니다. 자신과 같은 유형이라고 여기면 바로 친구나 동지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리 오래 알고 지냈어도 자신과 뜻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적대시합니다. 이런 소음인과 달리 태음인은 뜻이나 사고보다는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오래됐느냐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선뜻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오래 함께해서 정이 든 사람에게는 뜻은 비록 다를지언정 많은 정을 느끼는 것이 태음인입니다.
9 무슨 일을 하든 행동이 굼떠서 보고 있으면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꼼지락거리는 걸 보다 못해 큰소리를 치거나 혼을 내면 더 주눅이 들어 평소 잘하던 것도 못합니다. 매사에 신중한 건 좋은데 겁이 많고요. 환경이 바뀌거나 새 학기만 되면 어김없이 힘들어합니다.
태음인은 감각이 우월 기능이고 직관이 열등 기능입니다. 빠른 판단을 의미하는 직관을 열등 기능으로 타고났기에 새롭고 낯선 상황에서 빠른 판단을 내리는 것을 가장 어려워합니다. 신발 끈 하나 묶는 것도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죠. 이때 부모가 다그치거나 혼내면 아이의 감각 기능까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할뿐더러 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합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일일이 챙겨주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처음 할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반복할수록 누구보다 잘해냅니다. 용기를 주고 스스로 해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칭찬해주세요.
태음인 아이는 부모가 시키면 하기 싫은 것도 내색 않고 따릅니다. 그래서 억지로 시키는 교육이 당장은 효과가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스스로 못하는 마마보이가 되거나 피터팬증후군 혹은 캥거루족으로 성장하기 쉽습니다. 태음인 아이를 둔 부모라면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10 하루 종일 혼자서 책만 보려고 해요. 놀아도 혼자서 장난감을 갖고 놀 정도예요. 친구라고 해봐야 단짝 친구 한 명뿐이죠. 친구들과 놀 때도 친구의 기분이나 분위기를 잘 파악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자기 식대로만 하려다가 잘 안 되면 상처받고 다시 혼자서 놀게 돼요.
소음인의 사고에는 몰입하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사고는 혼자서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몰입해 들어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혼자만의 놀이도, 혼자만의 독서도 소음인에게는 사고 기능을 충족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반면 소양인은 혼자서 놀지 못합니다. 책도 혼자서는 읽으려 하지 않죠. 그림이 많은 책이거나, 쉬운 책이거나 친구와 경쟁하면서 읽어야 그나마 책을 읽는 게 소양인의 특성입니다. 그만큼 소양인의 감정은 내부로 향하는 몰입과 사고 기능이 열등합니다. 그래서 소양인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어릴 때도 운동신경이 좋아서 위험한 곳에 잘 올라가 부모의 속을 타게 하죠.
11 특별히 레슨을 받은 적도 없는데 아이가 악기를 연주합니다. 다른 사람이 연주하는 것을 몇 번 봤을 뿐인데 금방 따라 하네요. 그런데 어떤 일에 몰입할 때는 지칠 줄 모르고 하다가 그렇지 않을 때는 잠만 자려고 해요.
태양인의 직관은 소음인의 사고나 태음인의 감각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입니다. 오랫동안 반복하고 연습해서 잘하는 것이 감각의 기능이라면, 머리로 이리저리 따져보고 궁리해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고의 기능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 없이 자연을 관찰하거나 응용하고 모방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반면, 사회성은 크게 떨어진다면 태양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교육 상황에 적응하기에는 무척 까다로운 유형이라고 할 수 있죠. 꾸준히 하는 일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성취동기가 없으면 발전하기 어려워 큰 재목으로 키우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태음인 아이는… 감각이 발달한 태음인은 비슷한 체험을 반복하면서 그 속에서 논리를 발견하고, 그로써 결론이나 판단을 내리는 일에 능란하다. 반면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는 논리나 판단을 끌어내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몸소 다양한 체험을 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릴수록 몸을 사용해 직접 부딪치고 만져보게 하는 학습법이 도움이 된다. 또 다양한 상황을 안정적으로 접하면서 긴장을 줄여나가도록 해야 한다. 세세한 것까지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방대한 학습량을 암기하는 능력을 가진 태음인은 논리적인 수학을 공부할 때는 일단 다양한 연습 문제를 많이 풀어보게 하는 게 좋다. 반복해가면서 문제들 속의 공통된 사고와 원리를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유념할 점은 몸으로 부딪치는 놀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 논리를 따지는 학습으로 먼저 몰아칠 경우, 심리적인 상처를 남겨 학습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소양인 아이는… 우월한 감정 조절 기능을 타고난 소양인 아이들의 학습은 변화와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새로운 자극이 끊임없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루하고 반복된 자극에서는 학습 동기를 찾지 못한다. 시청각 교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은 예. 순간 이해력과 센스가 있는 만큼 초등 학습에서부터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순간 이해력은 가장 뛰어나지만, 깊이 있는 추론 능력은 부족하기 때문. 어려운 개념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거나 지식을 암기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이나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글씨만 빼곡한 책을 읽는 데 많은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에 개념을 이해시킬 때도 추상적인 것보다는 숫자나 통계, 도표 등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긴 시간의 지루한 반복 학습은 소양인 아이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다. 타고난 양의 기운을 살리게 하는 운동을 시키거나, 여러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효과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특징을 살리도록 하는 게 좋다.
소음인 아이는… 소음인 아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사고에서 나오는 끊임없는 질문이다. 질문은 소음인 아이의 학습 능력을 타오르게 하는 불씨다. 질문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당장 국, 영, 수 학습과 무관한 질문이라고 잘라버리면 아이의 호기심과 사고력은 거세된다. 답변 내용이 조금 틀려도 상관없다. 최대한 성의 있게 아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면 아이는 신이 나서 다음 단계의 질문을 또 해온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좋다. 마치 배드민턴이나 탁구를 처음 배울 때와 같다. 이렇게 이어지다 보면 나중에는 보다 정제된 질문이 나오게 된다. 그러다 아이가 질문을 멈추는 때가 오면 그때는 어른이 질문을 할 차례다. 그러면 아이의 고민은 새로 시작되고 이것이 아이의 사고 기능을 확장시키는 방법이 된다. 공상과 상상도 소음인 아이에게는 중요하다. 함께 누워서 상상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창작 동화처럼 들려주는 것도 좋다
레이디경향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