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짧은 여름방학, 주요 과목 경시대회 수상자들은 어떻게 보낼까?
여름방학은 짧다. 그래서 공부 계획 짜기가 까다롭다. 하지만 1, 2학기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이 시기를 마냥 손 놓고 보낼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방학 기간 동안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2학기를 착실하게 준비할 수 있을까. 국·영·수 경시대회 수상자 3인의 공부법을 공유해보자. 수상자 엄마들의 공부 계획도 함께 들었다.
Part 1 전 과목 고득점 뿌리 되는 국어신문 논술대회 장려상 수상자 이해린양과 어머니 강현주씨
“여름방학, 본격적으로 교실 밖 세상을 배우는 시간이죠!”
신문 논술대회 수상자 이해린양(광명 가림초 6학년)은 자신이 인터뷰 대상자였음에도 인터뷰 자체를 주도할 정도로 언변이 좋았다. 대화의 흐름도 영리하리만치 잘 알아차렸고, 어휘 구사력도 뛰어났다. 해린양 스스로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수상 경력을 차치하더라도 충분히 국어적인 재능이 뛰어나 보였다. 그러나 어머니 강현주씨는 “우리 아이가 인터뷰 대상자가 될 정도로 국어를 잘하진 못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문과적인 요소, 국어적인 환경에 탁월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해린양의 국어 공부는 크게 독서와 대화 그리고 경시대회로 압축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많이 읽었다. 또 크고 작은 경시대회에 많이 참가했다.
“아빠는 신문기자라 집에서도 책을 많이 보시고, 엄마는 제가 어릴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셔서 저희 집은 늘 공부하고 책 읽는 분위기였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엄마가 재직하는 학교에 같이 다니며 엄마가 퇴근하실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고요.”
해린양은 “책 읽을 시간에 놀 수도 있었다. 독서는 나의 선택이었다”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전 교과를 통틀어 국어는 가장 중요하다. 역사나 사회 과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영어와 수학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전 과목 고득점의 뿌리가 되는 과목이다. 영어와 수학경시대회 수상자 학생과 엄마들도 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다. 책 많이 읽는다고 모두 국어 점수가 높아지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할 수 있는지 비결이 궁금하기도 하다.
“엄마가 역사 학습만화를 한 권 사주신 적이 있어요. 역사란 개념도 없을 때였죠. 그냥 읽었는데, 역사는 스토리가 있잖아요. 이야기를 듣는 듯도 하고, 어떨 땐 책보다 더 책 같고요. 그 책을 계기로 역사에 눈을 떴고, 4학년 여름방학 동안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해 초급을 96점으로 통과했어요. 그런 경험들이 저를 책과 더 친해지게 했어요.”
그 후 해린양은 사회 과목을 쉽게 정복할 수 있었다. 책과 검정시험 덕을 톡톡히 봤다는 것이 엄마의 평. 또 경시대회나 급수시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절대 수상이 목표가 아니다. 최우수상을 탄 대회도 있지만, 입상을 못한 적도 있다.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도 “나는 1등 상이 아닌 장려상인데 괜찮아요?”라며 물어오기도 했다.
“책을 통해 흥미가 유발되고, 경시대회나 급수시험 준비로 지식을 확대시키고, 시험을 통해 실력을 점검하고, 그 결과로 성취욕을 느끼거나 동기 유발이 되는 거죠.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교과 공부로 전환이 됩니다. 그런 경험과 지식이 또다시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도 하고요. 즐거운 지식의 선순환이라고나 할까요?”
급수시험은 노력에 대한 성과, 경시대회는 참가 경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현주씨는 말했다.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교내 대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해린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여름방학이면 다니던 학원도 모두 끊고 박물관, 과학관, 음악회, 미술 전시회 등 집중적으로 바깥 활동을 하는 시간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런 다양한 체험 활동이 공부와 독서의 배경지식으로 활용돼 더욱 시너지를 높여준다고 한다.
Tip 해린양이 추천하는 여름방학 활동
“여름방학 동안 과학 실력을 늘리려면 과천과학관에서 부모님과 함께 체험하고 대화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직 저학년이라면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고희정 글·서용남 그림, 가나출판사)와 같은 쉽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과학에 저절로 흥미를 갖게 하는 책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아요. 초등학교 5학년 교과에 나오는 역사를 어려워하는 주변 친구들이 많아요. 이럴 때 유용한 곳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인데, 이곳을 자주 찾다 보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글쓰기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신문 기사를 매일 읽으며 어휘력과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방법을 추천해요.”
Part 2 초등학교 때 잡아두면 수월한 영어
성대영어경시대회 대상 수상자 진채민양과 어머니 한윤정씨
“영어도 결국 언어. 자주 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에요”
“아이가 어려서 말문이 트이고, 낱말 하나하나 배울 때 있잖아요. 그때부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영어 공부 좀 시키자’ 작심하고 의도적으로 한 것은 절대 아니고요. 그냥 한글 단어 가르쳐줄 때 영어 단어도 같이 알려줬어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요.”
성균관대 주최 전국 영어학력경시대회 대상 수상자 진채민양(서울 잠동초 5학년)의 어머니 한윤정씨는 영어 공부에 관한 모든 질문에 ‘부담 없이’와 ‘자연스럽게’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며 답했다. 그래서일까, 영어 단어를 어떻게 외웠느냐, 연습장에 수십 번씩 외울 때까지 썼느냐 하는 질문에 채민양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과거의 영어 공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는 세대다웠다. “어릴 때 말을 하고 한글 배우는 것처럼 영어를 익히게 했다”라는 한윤정씨의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됐다.
중학교부터 영어가 시작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초등학교 3학년에 정식 교과목으로 배운다. 대개 장기적인 공부 계획을 짤 때, 독서와 영어를 초등학교 시기에 어느 정도 마스터해놓아야 상급 학교에 진학한 후 수학을 비롯해 다른 과목을 공부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한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린 시기가 언어 습득에 용이하기도 하고, 또 고학년이 될수록 공부할 양이 많아져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초등학교 때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영어도 결국 언어잖아요. 자주 접하는 환경이 가장 효과적이에요. 한글 단어 하나 알려줄 때 같이 영어 단어도 알려주고 영화나 만화, 책을 보여줄 때도 한국어 자막이나 더빙 없는 원작이나 원서 위주로 보여줬어요. 그 정도만 했어요. 다섯 살 때 영어 유치원을 보냈는데, 곧잘 적응하더라고요.”
채민양은 다섯 살부터는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 입학 후 영어 학원도 다녔다. 아빠 직장 문제로 일곱 살 무렵에는 6개월 정도 미국에 머물기도 했다. 아, 그랬으니 영어를 잘할 수 밖에 없다고 속단할 순 없다. 영어 유치원이나 영어 학원 그리고 채 1년이 되지 않는 외국 체류 경험으로 누구나 채민양 같은 영어 실력을 가질 순 없기 때문이다.
“영어 학원에 보내보면 레벨 테스트도 하고, 숙제가 많기도 해요. 엄마들은 그 학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따로 과외를 시키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되지 못해요. 어렵다, 지루하다, 힘들다 느끼기 쉽고요.”
아이 실력보다 높은 단계의 레벨이나 난이도를 고집하기보다는 아이 실력에 맞는 수업과 공부가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한윤정씨는 조언했다. 채민양에게 영어 공부를 ‘자연스럽게’, ‘부담 없이’ 시켰다는 것은 바로 아이가 재미를 잃지 않는 수준에서 시켰다는 것을 뜻한다. 채민양에게 영어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물으니 “잘하고 싶으면 즐겨야 하는 것 같다”라는 제법 어른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영어 공부는 언제나 재미있었다면서 말이다.
“여름방학은 짧아서 여행은 안 가요. 하루 24시간 중에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나 양은 정해져 있잖아요. 무조건 고학년이라고 공부 시간을 늘리면 안 되고요. 정해진 양을 시기에 맞게 과목별로 잘 분배하는 게 효과적인 것 같아요.”
채민양은 이번 여름방학엔 영어 공부를 좀 줄이고 수학 공부 시간을 더 늘릴 계획이다.
Tip 채민양이 추천하는 여름방학 활동“전 영어 원서를 많이 읽었어요. 그게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고요. 문법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경시대회 문제까지 풀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원서를 읽은 덕인 것 같아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전 한국어 번역본과 영어 원서 모두 읽었어요. 한국어와 달리 원서는 더 생동감이 있고 실감 나요. 그런 걸 느끼니 영어가 더 좋아졌고요. 처음엔 어려워도 영화나 번역본 책을 통해 이미 아는 이야기니까, 다른 책들보다는 쉽게 재미를 느낄 거예요!”
Part 3 상위권 결정짓는 수학
KMC 수학경시대회 최우수상 수상자 현영우군과 어머니 이재정씨
“연산이 빠르면 확실히 수학에 재미를 느낍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수학 잘하는 학생은 곧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통한다. 그만큼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수포자’란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영우군(서울 동북초 5학년)은 범상치 않다고 할 만큼 수학을 잘하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이미 「수학의 정석」 등 높은 단계의 수학 공부를 하고,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갈 준비도 하고 있을 정도다. 대단하다고 감탄하자, 어머니 이재정씨는 “다른 학생들이 운동, 공부, 여가 등에 고루 에너지를 쏟는다면 영우는 100% 에너지 중 80, 90%를 수학에 쏟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수학을 ‘지나치게’ 잘하는 영우군에게 그 방법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처음 공부하던 시작이 있었을 테니까.
“엄마 말로는 어려서부터 제가 수에 관심이 많았대요. 아기 때도 달력의 숫자를 보거나 계산기를 누르며 놀았고요. 수학에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재밌게 했던 것 같아요. 어려운 수학 공부도 하지만, 학교 공부도 재밌어요. 공부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고, 다른 친구들의 풀이 과정도 볼 수 있으니까요.”
선행학습을 많이 하면 학교 공부를 지루해하거나 등한시한다고 하는데, 영우군은 학교 수학 시간도 재미있다고 했다. 경시대회 공부와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면서 말이다. 영우군의 수학 공부는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좋아하는 걸 잘할 수 있게 해 특화시켰다는 것, 수학과 관련된 연계 활동을 많이 했다는 것 그리고 연산을 탄탄히 다졌다는 것이다. 이재정씨는 영우군이 특별히 IQ가 높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수를 좋아했고, 수학에 재능을 보여 그 쪽으로 더 키워줬을 뿐이라는 것.
“규칙이나 패턴을 익히는 데 빠르고, 그걸 알아내는 걸 즐겨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무것도 모른 채 동네 엄마가 ‘성대경시대회(성균관대 주최 전국 수학학력경시대회)가 어렵다’라고 하는 말만 듣고 참가해 동상을 받았어요. 수학에 재능이 있어 보이는데 어느 정도인지, 내 판단이 맞는지 검증 차원에서요.”
아이가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판단한 후 이재정씨는 수학 관련된 교육 설명회도 듣고, 수학 학원도 알아보고, 수학 관련 책들도 찾아주었다고 한다. 수학동화란 수학동화는 거의 다 읽었을 정도다. 다른 엄마의 추천으로 「우등생 해법수학」도 풀었고, 연산에 익숙해지도록 학습지를 하기도 했다.
“주산 학원에도 보냈는데 아이가 암산이 빨라서 암산을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다른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연산 연습을 시키라는 거예요. 연산이 빨리 되면 확실히 아이들이 수학에 자신감을 갖게 돼요. 문제집 말고 수학 관련 책을 읽는 것도 수학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해줘 도움이 되고요.”
그래도 수학 잘하는 비법에는 왕도가 없었다. 비범하게 보이는 영우군도 부족한 부분은 매일 꾸준히 공부한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과학 공부를 깊이 있게 시작할 계획이다. 이재정씨는 수학이 우리 일상생활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도 수학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시계, 지하철 노선, 마트 상품들의 가격, 식품의 유통기한 등 생활 속 수학을 통해 무조건 어렵기만 하다는 거부감을 없앤 뒤 연산을 통해 기본기를 다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Tip 영우군이 추천하는 여름방학 활동“지금 저는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가스가 마사히토 저, 살림프렌즈) (필즈상을 거부하고 은둔한 기이한 천재 수학자 이야기)라는 책을 다시 읽고 있어요. 좀 어려워서 한 번 읽은 것으론 이해를 다 못했거든요. 저는 수학 문제집만 풀지 않아요. 수학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요. 여러분도 수학 관련 책을 읽어보세요. 수학이 한결 재밌게 다가올 거예요. 저는 「재미있는 영재들의 수학 퍼즐」(박부성 저, 자음과모음), 「미래의 수학자에게」(이언 스튜어트 저, 미래인),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사이먼 싱 저, 영림카디널) 등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밖에 수학에 관련된 읽기 책들은 많으니까 한 번 찾아보세요! 수학은 문제집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여름방학, 본격적으로 교실 밖 세상을 배우는 시간이죠!”
신문 논술대회 수상자 이해린양(광명 가림초 6학년)은 자신이 인터뷰 대상자였음에도 인터뷰 자체를 주도할 정도로 언변이 좋았다. 대화의 흐름도 영리하리만치 잘 알아차렸고, 어휘 구사력도 뛰어났다. 해린양 스스로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수상 경력을 차치하더라도 충분히 국어적인 재능이 뛰어나 보였다. 그러나 어머니 강현주씨는 “우리 아이가 인터뷰 대상자가 될 정도로 국어를 잘하진 못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문과적인 요소, 국어적인 환경에 탁월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해린양의 국어 공부는 크게 독서와 대화 그리고 경시대회로 압축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많이 읽었다. 또 크고 작은 경시대회에 많이 참가했다.
해린양은 “책 읽을 시간에 놀 수도 있었다. 독서는 나의 선택이었다”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전 교과를 통틀어 국어는 가장 중요하다. 역사나 사회 과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영어와 수학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전 과목 고득점의 뿌리가 되는 과목이다. 영어와 수학경시대회 수상자 학생과 엄마들도 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다. 책 많이 읽는다고 모두 국어 점수가 높아지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할 수 있는지 비결이 궁금하기도 하다.
“엄마가 역사 학습만화를 한 권 사주신 적이 있어요. 역사란 개념도 없을 때였죠. 그냥 읽었는데, 역사는 스토리가 있잖아요. 이야기를 듣는 듯도 하고, 어떨 땐 책보다 더 책 같고요. 그 책을 계기로 역사에 눈을 떴고, 4학년 여름방학 동안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해 초급을 96점으로 통과했어요. 그런 경험들이 저를 책과 더 친해지게 했어요.”
그 후 해린양은 사회 과목을 쉽게 정복할 수 있었다. 책과 검정시험 덕을 톡톡히 봤다는 것이 엄마의 평. 또 경시대회나 급수시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절대 수상이 목표가 아니다. 최우수상을 탄 대회도 있지만, 입상을 못한 적도 있다.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도 “나는 1등 상이 아닌 장려상인데 괜찮아요?”라며 물어오기도 했다.
“책을 통해 흥미가 유발되고, 경시대회나 급수시험 준비로 지식을 확대시키고, 시험을 통해 실력을 점검하고, 그 결과로 성취욕을 느끼거나 동기 유발이 되는 거죠.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교과 공부로 전환이 됩니다. 그런 경험과 지식이 또다시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도 하고요. 즐거운 지식의 선순환이라고나 할까요?”
급수시험은 노력에 대한 성과, 경시대회는 참가 경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현주씨는 말했다.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교내 대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해린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여름방학이면 다니던 학원도 모두 끊고 박물관, 과학관, 음악회, 미술 전시회 등 집중적으로 바깥 활동을 하는 시간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런 다양한 체험 활동이 공부와 독서의 배경지식으로 활용돼 더욱 시너지를 높여준다고 한다.
Tip 해린양이 추천하는 여름방학 활동
“여름방학 동안 과학 실력을 늘리려면 과천과학관에서 부모님과 함께 체험하고 대화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직 저학년이라면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고희정 글·서용남 그림, 가나출판사)와 같은 쉽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과학에 저절로 흥미를 갖게 하는 책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아요. 초등학교 5학년 교과에 나오는 역사를 어려워하는 주변 친구들이 많아요. 이럴 때 유용한 곳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인데, 이곳을 자주 찾다 보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글쓰기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신문 기사를 매일 읽으며 어휘력과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방법을 추천해요.”
Part 2 초등학교 때 잡아두면 수월한 영어
성대영어경시대회 대상 수상자 진채민양과 어머니 한윤정씨
“영어도 결국 언어. 자주 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에요”
“아이가 어려서 말문이 트이고, 낱말 하나하나 배울 때 있잖아요. 그때부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영어 공부 좀 시키자’ 작심하고 의도적으로 한 것은 절대 아니고요. 그냥 한글 단어 가르쳐줄 때 영어 단어도 같이 알려줬어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요.”
중학교부터 영어가 시작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초등학교 3학년에 정식 교과목으로 배운다. 대개 장기적인 공부 계획을 짤 때, 독서와 영어를 초등학교 시기에 어느 정도 마스터해놓아야 상급 학교에 진학한 후 수학을 비롯해 다른 과목을 공부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한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린 시기가 언어 습득에 용이하기도 하고, 또 고학년이 될수록 공부할 양이 많아져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초등학교 때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영어도 결국 언어잖아요. 자주 접하는 환경이 가장 효과적이에요. 한글 단어 하나 알려줄 때 같이 영어 단어도 알려주고 영화나 만화, 책을 보여줄 때도 한국어 자막이나 더빙 없는 원작이나 원서 위주로 보여줬어요. 그 정도만 했어요. 다섯 살 때 영어 유치원을 보냈는데, 곧잘 적응하더라고요.”
채민양은 다섯 살부터는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 입학 후 영어 학원도 다녔다. 아빠 직장 문제로 일곱 살 무렵에는 6개월 정도 미국에 머물기도 했다. 아, 그랬으니 영어를 잘할 수 밖에 없다고 속단할 순 없다. 영어 유치원이나 영어 학원 그리고 채 1년이 되지 않는 외국 체류 경험으로 누구나 채민양 같은 영어 실력을 가질 순 없기 때문이다.
“영어 학원에 보내보면 레벨 테스트도 하고, 숙제가 많기도 해요. 엄마들은 그 학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따로 과외를 시키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되지 못해요. 어렵다, 지루하다, 힘들다 느끼기 쉽고요.”
아이 실력보다 높은 단계의 레벨이나 난이도를 고집하기보다는 아이 실력에 맞는 수업과 공부가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한윤정씨는 조언했다. 채민양에게 영어 공부를 ‘자연스럽게’, ‘부담 없이’ 시켰다는 것은 바로 아이가 재미를 잃지 않는 수준에서 시켰다는 것을 뜻한다. 채민양에게 영어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물으니 “잘하고 싶으면 즐겨야 하는 것 같다”라는 제법 어른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영어 공부는 언제나 재미있었다면서 말이다.
“여름방학은 짧아서 여행은 안 가요. 하루 24시간 중에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나 양은 정해져 있잖아요. 무조건 고학년이라고 공부 시간을 늘리면 안 되고요. 정해진 양을 시기에 맞게 과목별로 잘 분배하는 게 효과적인 것 같아요.”
채민양은 이번 여름방학엔 영어 공부를 좀 줄이고 수학 공부 시간을 더 늘릴 계획이다.
Tip 채민양이 추천하는 여름방학 활동“전 영어 원서를 많이 읽었어요. 그게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고요. 문법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경시대회 문제까지 풀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원서를 읽은 덕인 것 같아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전 한국어 번역본과 영어 원서 모두 읽었어요. 한국어와 달리 원서는 더 생동감이 있고 실감 나요. 그런 걸 느끼니 영어가 더 좋아졌고요. 처음엔 어려워도 영화나 번역본 책을 통해 이미 아는 이야기니까, 다른 책들보다는 쉽게 재미를 느낄 거예요!”
Part 3 상위권 결정짓는 수학
KMC 수학경시대회 최우수상 수상자 현영우군과 어머니 이재정씨
“연산이 빠르면 확실히 수학에 재미를 느낍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수학 잘하는 학생은 곧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통한다. 그만큼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수포자’란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영우군(서울 동북초 5학년)은 범상치 않다고 할 만큼 수학을 잘하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이미 「수학의 정석」 등 높은 단계의 수학 공부를 하고,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갈 준비도 하고 있을 정도다. 대단하다고 감탄하자, 어머니 이재정씨는 “다른 학생들이 운동, 공부, 여가 등에 고루 에너지를 쏟는다면 영우는 100% 에너지 중 80, 90%를 수학에 쏟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수학을 ‘지나치게’ 잘하는 영우군에게 그 방법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처음 공부하던 시작이 있었을 테니까.
선행학습을 많이 하면 학교 공부를 지루해하거나 등한시한다고 하는데, 영우군은 학교 수학 시간도 재미있다고 했다. 경시대회 공부와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면서 말이다. 영우군의 수학 공부는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좋아하는 걸 잘할 수 있게 해 특화시켰다는 것, 수학과 관련된 연계 활동을 많이 했다는 것 그리고 연산을 탄탄히 다졌다는 것이다. 이재정씨는 영우군이 특별히 IQ가 높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수를 좋아했고, 수학에 재능을 보여 그 쪽으로 더 키워줬을 뿐이라는 것.
“규칙이나 패턴을 익히는 데 빠르고, 그걸 알아내는 걸 즐겨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무것도 모른 채 동네 엄마가 ‘성대경시대회(성균관대 주최 전국 수학학력경시대회)가 어렵다’라고 하는 말만 듣고 참가해 동상을 받았어요. 수학에 재능이 있어 보이는데 어느 정도인지, 내 판단이 맞는지 검증 차원에서요.”
아이가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판단한 후 이재정씨는 수학 관련된 교육 설명회도 듣고, 수학 학원도 알아보고, 수학 관련 책들도 찾아주었다고 한다. 수학동화란 수학동화는 거의 다 읽었을 정도다. 다른 엄마의 추천으로 「우등생 해법수학」도 풀었고, 연산에 익숙해지도록 학습지를 하기도 했다.
“주산 학원에도 보냈는데 아이가 암산이 빨라서 암산을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다른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연산 연습을 시키라는 거예요. 연산이 빨리 되면 확실히 아이들이 수학에 자신감을 갖게 돼요. 문제집 말고 수학 관련 책을 읽는 것도 수학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해줘 도움이 되고요.”
그래도 수학 잘하는 비법에는 왕도가 없었다. 비범하게 보이는 영우군도 부족한 부분은 매일 꾸준히 공부한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과학 공부를 깊이 있게 시작할 계획이다. 이재정씨는 수학이 우리 일상생활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도 수학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시계, 지하철 노선, 마트 상품들의 가격, 식품의 유통기한 등 생활 속 수학을 통해 무조건 어렵기만 하다는 거부감을 없앤 뒤 연산을 통해 기본기를 다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Tip 영우군이 추천하는 여름방학 활동“지금 저는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가스가 마사히토 저, 살림프렌즈) (필즈상을 거부하고 은둔한 기이한 천재 수학자 이야기)라는 책을 다시 읽고 있어요. 좀 어려워서 한 번 읽은 것으론 이해를 다 못했거든요. 저는 수학 문제집만 풀지 않아요. 수학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요. 여러분도 수학 관련 책을 읽어보세요. 수학이 한결 재밌게 다가올 거예요. 저는 「재미있는 영재들의 수학 퍼즐」(박부성 저, 자음과모음), 「미래의 수학자에게」(이언 스튜어트 저, 미래인),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사이먼 싱 저, 영림카디널) 등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밖에 수학에 관련된 읽기 책들은 많으니까 한 번 찾아보세요! 수학은 문제집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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