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9일 일요일

아이의 가능성을 키우는 엄마들의 5가지 비결

ㆍ아동발달심리학자 장유경 박사에게 듣는다
엄마들은 고민한다. 우리 아이가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걸까?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의 가능성을 보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다면, 여기 아이들의 가능성을 키워내는 평범한 엄마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이를 제법 키워놓은 엄마들이 이따금씩 하는 생각이 있다. ‘부모로서 나는 아이가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왔을까?’, ‘그때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했더라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장유경 박사의 연구는 엄마라면 한번쯤 가져봤을 법한 이러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2005년부터 5년 동안 서울과 일산, 분당에 거주하는 유아 4백 명과 그 엄마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방대한 연구는 주목할 만한 결과를 가져왔고 최근 「아이의 가능성」이라는 책으로 탄생했다.

“18개월 아이들을 시작으로 48개월까지, 6개월마다 다양한 발달 과정과 지능을 관찰하고 측정했어요. 엄마들의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아이들이 각각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교육을 받았는지 정보도 수집했고요. 그중 지능이 상위 8%에 속하는 아이들을 추려보니 어떤 엄마들이 아이의 가능성을 키우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어요.”

영재를 찾으려는 목적이었다기보다는 우리나라 보통 유아들의 전반적인 발달 과정과 교육 상황을 알기 위해 시작한 연구였다. 그동안 우리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많지 않아 교육 자료 등을 개발할 때 외국 연구 사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일한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계속 따라가면서 측정하는 ‘종단연구’는 매우 드물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연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 흔히 영재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처음부터 특별한 아이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보통 영재라고 하면 어릴 때부터 뭔가 남다른 아이라고 짐작하잖아요. 연구하면서 느낀 것은 이 아이들이 처음부터 특별한 아이들은 아니었다는 거예요. 부모들도 엄청 똑똑하고 일류대를 나온 사람들 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대부분이 평범한 부모들이었고 저마다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키워왔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답은 지능이 아닌 가능성이었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지능이 아이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정해준다면, 그 범위 안에서 얼마만큼의 능력을 발휘하느냐는 가능성에 달려 있다는 것. 예를 들어 한 아이가 90에서 120까지의 범위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90이 될지,120이 될지는 가능성을 얼마만큼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타고난 범위가 높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개발하지 않으면 제일 밑바닥 라인에서 멈추는 것이고, 타고난 범위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가능성을 끌어올리면 지능을 넘어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능성이란 아이의 지적 능력뿐 아니라 신체적·예술적 능력 등 발휘할 수 있는 모든 감각적 능력을 말한다. 종전의 영재 교육법이 특정한 케이스의 사례와 교육 방법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라면 장 박사의 연구 결과는 평범한 부모들이 아이의 가능성을 끌어낸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Knowhow 1 아이를 향한 안테나를 세워라
처음엔 그녀 역시 어떤 아이들이 영재인지, 그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엄마들의 교육방법은 얼마나 특별할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엄마들을 인터뷰하면서 든 생각은 그들이 그리 특별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거였다. 물론 지능이 뛰어나게 높은 아이들 중에는 정말 남다르다 싶을 정도로 특별한 아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우리 옆집에 살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과 부모였다는 것. 그런데 연구를 진행하며 이 엄마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아이들의 작은 신호도 놓치지 않는 민감성이었다. 마치 준비된 강태공이 작은 입질에도 고기를 낚아 올리듯 다른 이들이라면 무심코 지나칠 만한 아이들의 작은 몸짓과 서툰 실수에서도 그 이상을 보았다.
“여기서 말하는 민감성이란 성격이 예민하다는 게 아니라 아이가 보내는 신호와 행동에 ‘제때, 적절한 방법으로’ 반응해주는 것을 말해요. 아이에게 바짝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가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과 아이에게 맡겨야 하는 것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거죠.”

민감한 엄마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싫어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아이에게 책 한 권을 읽어주더라도 지금 바로 읽어주는 것이 좋을지, 낮잠을 한숨 재우고 나서 읽어주는 것이 좋을지 등 하루 24시간 아이의 기분과 상태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살핀다. 이런 엄마들은 아이의 기질 역시 잘 파악하고 적절한 육아방법을 적용한다. 가령 내 아이가 활동성이 높고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다면 무조건 한자리에 앉아서 한 가지 일을 끝내도록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일의 범위를 작게 나누거나 가장 중요한 부분만 해결하고 넘어가게 하는 것이 아이가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아이의 특성을 잘 파악해 그때그때 적절하게 반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민감하지 못한 부모는 아이의 생각이나 상황과는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지시하고 아이가 보내오는 신호를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라고 해도 아이의 속마음까지 알 수는 없는 법. “우리 아이가 신동인가봐”를 입에 달고 사는 엄마라도 좋다. 내 아이에 대해 정확히 알고 가능성을 키우고 싶다면 아이에 관한 한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마라.

Knowhow 2 해야 할 칭찬과 하지 말아야 할 칭찬이 있다
칭찬은 아이의 가능성을 자극하는 가장 손쉬운 기술이다. 아이의 가능성을 키우는 엄마들은 지극히 사소하다 싶은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칭찬할 거리가 보이지 않는데도 아이를 칭찬해주고 싶을 땐 칭찬의 기준을 낮추는 방법을 썼다. 가령 동생과 자주 싸우는 아이라면 1시간 동안 싸우지 않았을 때 “동생과 사이좋게 놀았구나”라고 재빨리 칭찬을 하는 식이다. 하지만 칭찬을 해준다고 아이들의 가능성이 무조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칭찬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이의 지능이나 똑똑한 머리를 칭찬하는 것은 도리어 해가 될 수 있다.

“연구에서 지능이 가장 높았던 아이가 IQ 147이었는데 그 아이가 제일 듣기 싫어했던 말이 ‘너 정말 똑똑하다’였어요. ‘넌 정말 머리가 좋구나’라는 식의 칭찬을 받은 아이는 ‘나는 똑똑하기 때문에 실패하거나 연습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창피한 일이야’라는 생각에 실패를 두려워하고 도전이나 모험을 기피하게 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유아 영재 엄마들도 “잘했어”, “최고야”와 같은 칭찬은 자주 했지만 아이가 자신의 타고난 능력이나 높은 지능을 칭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선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정도였다. “오늘 유치원에서 열심히 배웠구나”, “혼자서도 양치질 잘하네”와 같이 아이가 노력하는 구체적인 행동 자체를 칭찬해야 한다. “숙제하느라 정말 힘들었겠다, 엄마가 보니까 정말 열심히 하더라”라는 식으로 특별한 성과가 없더라도 아이가 노력하고 연습하는 과정 그 자체를 칭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Knowhow 3 애정만큼 통제도 중요하다
가능성 있는 아이를 키워내는 엄마들은 아이가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주는 ‘천사표’ 엄마일까? 아니면 원칙과 규율을 중시하는 ‘호랑이표’ 엄마일까? 아이를 최대한 자유롭게 키우는 쪽이 가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양육 유형을 분석한 결과 애정 점수는 영재 엄마들의 점수가 다른 엄마들보다 낮게 나타났다 . 영재 집단의 많은 엄마들은 자신을 ‘무서운 엄마’, 혹은 ‘강압적인 엄마’라고 표현했다.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고 믿는 엄마들이 많아요. 다시 말하면 ‘내가 힘들어도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자’라는 생각이지요. 그게 아이에게도 좋다고 믿고요.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데 중요한 것은 애정과 통제의 균형이에요. 애정의 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칙과 규범을 가르치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별할 수 있게 통제도 해야 해요.”

통제를 한다는 것은 꼭 큰 소리로 야단치고 매를 드는 것이 아니다. 유아 영재 엄마들은 안 되는 것에 대해 말로 타이르는 데 능숙했다. 아이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한편 아이가 납득할 때까지 끈질기게 설득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적절한 방법을 논의하는 편이었다. 때론 말로 설득되지 않을 경우에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호랑이 엄마가 되기도 했다.

“통제나 처벌은 부모가 그리 하고 싶은 역할은 아니죠. 하지만 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시기마다 자신이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그 경계를 알아야 하는데 그걸 배우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요. 지적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통제가 안 되는 아이들은 가능성을 발휘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에 대한 사랑도 너무 과하면 독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에게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해요.”

Knowhow 4 이르다고 생각할 때가 적기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1순위가 바로 언제부터,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느냐다. 4백 명의 엄마들에게 책 읽기와 한글, 영어, 예체능 등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교육 시기를 물었다. 결과를 분석해보니 유아 영재 엄마들은 다른 엄마들에 비해 몇 개월, 혹은 1년 이상 더 빠른 시기에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여느 엄마들이 ‘아직 어린데 가르치긴 뭘….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면 되지’라고 생각할 때 이 엄마들은 아이가 아직 어려도 지적 자극을 주면 충분히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아이의 가능성을 믿었다. 그렇다면 이 엄마들은 정말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다른 아이들보다 더 일찍, 더 많은 교육을 시작했을까? 예상과는 달리 유아 영재 엄마들과 다른 엄마들의 월 교육비 지출 규모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18개월 월령의 아이들의 경우 영재 엄마들의 교육비 지출이 3배 더 높게 나타난 것.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시설형 교육비는 5배, 도서 구입비는 무려 13배나 많았다. 교육비의 차이는 24개월까지 점점 줄어들다 24개월 이후부터는 차이가 없었다. 다시 말해 유아 영재 엄마들은 아이가 어릴수록 더 많은 교육비를 지출했다는 뜻이다. 이 엄마들은 아이가 어리다고 ‘아직 아니야’, ‘너무 일러’라며 마냥 기다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찌감치 아이의 교육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되 한글, 영어 등의 실제 교육은 아이의 욕구에 맞춰 시작했다. 아이의 잠재된 가능성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엄마의 긍정적인 기대와 적기에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실천력이 아이의 가능성을 키우는 바탕이 된다.

“아이의 가능성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시기는 만 5세까지, 그러니까 영유아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는 일생 중 뇌 발달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또 엄마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거든요. 물론 인간의 가능성은 성인이 돼서도 커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노력이 필요해요. 말하자면 유아기에는 몇 달만 책을 읽어주고 말놀이만 해줘도 아이의 언어 발달이 급속도로 이뤄질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유아기에 선행학습을 시키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나중에 본격적인 학습을 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미리 준비하고 아이의 수준에 적절한 다양한 경험들과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Knowhow 5 섣부른 비교와 속단이 아이의 가능성을 망친다많은 엄마들이 비교가 나쁜 것인 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게 된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났으면 하는 것이 모든 엄마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동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고 또 과정보다 결과를 강조하게 된다. 이른바‘엄친아’, ‘엄친딸’과의 섣부른 비교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와 패배감만 안겨줄 뿐 아니라 가능성을 위축시킨다는 것을 명심하자.

“아직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은 아이를 두고 ‘얘는 ○○을 못해요. 안 되겠어요’라고 말하는 엄마들이 있어요. 그 시기에는 무엇을 잘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때예요. 다른 아이들과 극단적으로 비교하다 보니 가능성마저 속단해버리는 거예요. 아이들의 능력은 이미 주어졌거나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든지 변하고 또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이렇게 해보세요!누워 있을 때부터 책을 읽어주세요다양한 유아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실은 가능성이 풍부한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책을 접했다는 것이다. 유아 영재 부모들은 평균 6개월부터, 그러니까 아이가 누워 있을 때부터 엄마의 목소리, 아빠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었다. 유아기 지능의 30%가 언어 발달과 청각 기억 능력, 책 읽기 시간으로 설명된다.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을 키워주세요자기조절 능력이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욕구를 억제할 수 있고 반대로 하기 싫은 것도 필요할 때는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흔히 부모들은 아이가 식당에서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뛰어다니면 ‘아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책을 볼 때 집중하지 못하면 걱정을 한다. 이러한 태도 모두 자기조절 능력과 연관이 있다. 이 능력이 있어야 아이 스스로 주의력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매일 밥 먹듯이 복습하세요아이의 가능성을 키워주려면 매일 꾸준히 반복해서 예습이나 복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5분, 저녁 먹고 10분 등 자투리 시간들을 이용하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다’라는 속담처럼 사소하고도 간단한 학습이 매일매일 쌓였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엄청나다.

아이들 앞에서 수다쟁이가 되세요
영재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말을 빨리 시작했다는 점이다. 말을 빨리 배우려면 먼저 많이 들어야 하는데 엄마의 태도와 말수가 이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연구 결과 아이가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말을 많이 하는 엄마일수록 아이가 말을 더 잘했고 그 후 지능도 더 높게 나타났다. 단 엄마가 질문을 많이 할수록 아이의 언어 발달도 빨라지고 기억력도 좋아졌지만, 부정적 표현, 억제, 금지를 나타내는 말을 많이 할수록 아이의 지능은 낮았다.

장유경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인지 및 언어발달을 전공으로 박사위를 취득했다. 한솔교육문화연구원의 원장으로 재직했으며 현재 세종대와 성균관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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