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0일 월요일

힐러리를 만든 '호랑이 아빠' 치약 뚜껑 안 닫았다고 밖으로 던져 찾아오게 하는 등냉정하고 강하게 훈육.. '가장' 면모 어릴 때 길러져

치약 뚜껑이 제대로 닫혀 있지 않은 것을 본 아버지는 눈이 내리는 밖으로 뚜껑을 던졌다. 그러면 어린 딸은 급하게 뛰어나가 눈 속에 묻힌 뚜껑을 주워와 똑바로 닫아놔야 했다. 아버지는 수학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딸을 새벽에 깨워 구구단을 외우게 했다. 딸이 칭찬을 기대하며 내보인 ‘A성적표’에도 “시원치 않은 학교에 다니는 거 아냐”며 비아냥댔다.
일화 속 딸은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68)이다. 뉴욕타임스는 19일 힐러리의 성장 과정에 아버지 휴 로댐이 끼친 영향을 소개하며 “아버지는 무척 엄하고 공격적인 인물이었다”고 전했다.
1950년대 찍은 힐러리(왼쪽 두번째) 가족사진. |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아버지는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영국 이민자와 광부의 딸 사이에 태어났다. 흑인, 가톨릭 신자는 물론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이 무척 심했다. 신문은 “부인과 자식들에게도 비정한 말을 서슴지 않았고 때론 가혹할 정도로 자녀들을 체벌했다”고 전했다.
키가 190㎝에 가깝고 몸무게도 100㎏이 넘은 아버지는 아내도 자주 나무랐다. 딸에게 “배움 자체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아내의 말도 “공부는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묵살했다. 용돈을 달라는 자녀들에게 “내가 너희를 먹여 살리지 않느냐”고 쏘아붙였다. 딸이 남자들에게 뒤처지는 걸 원하지 않은 탓에 사내아이들이 하는 모든 것을 딸에게 시켰다. 힐러리 전 장관의 전기 작가인 칼 번스타인은 “모든 것이 ‘아빠가 가장 잘 안다’는 식이었다”며 “심술궂은 성격, 대인기피 성향 때문에 가족은 이웃으로부터 소외됐다”고 전했다. 그런 아버지도 어른이 된 딸에게는 격려를 하기도 했다. 힐러리가 웰슬리대와 예일대로스쿨을 다니며 자신감 부족에 시달릴 때 손수 편지를 보내 격려한 것도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무임승차는 없다. 원하는 것은 직접 얻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힐러리도 나중에는 “내게 화를 내긴 했어도, 아버지는 나의 독립과 성취를 갈망했다”고 회상했다.
힐러리의 오랜 친구이자 전 백악관 언론담당 보좌관 리사 카푸토는 “강한 가장으로서의 면모가 힐러리에게서 많이 발견된다”며 “규율과 단련, 끈기, 직업윤리 등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아버지는 1993년 사위인 빌 클린턴이 딸이 함께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힐러리는 29일 아버지가 태어나서 묻힌 스크랜턴을 방문한다.
경향신문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