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고등학교가 이번주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수험생들은 이번 방학을 후회 없이 치열하게 보내야 한다. 특히 3학년 1학기 학생부 교과 성적이 나왔기 때문에 수시모집 6장의 카드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사실 내신이 좋은 학생들의 선택지는 다양하다. 문제는 4~6등급 사이의 학생들이다. 올해 학생부중심전형의 비율이 56.9%나 되기 때문에 전과목 평균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특히 수도권 대학 학생부교과전형의 합격자 내신 성적은 상상 그 이상이다. 한양대의 2015학년도 학생부교과전형 생명공학과의 최종등록자 학생부 평균등급은 1.0이다. 물론 수능 최저가 높게 설정된 학생부교과전형의 합격선은 낮기도 하지만 학생부교과전형의 합격선은 대체로 높고 촘촘하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내신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과학 교과의 전과목 내신 평균등급이다. 그런데 지방 소재 대학을 살펴보면 내신을 다양한 방법으로 반영한다. 이 때문에 평균 내신이 낮다고 좌절하지 말고 그 대학의 학생부 반영방법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내신이 올라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 분야가 특화된 한서대의 전년도 인문계 고교 출신자 특별전형 항공기계학과 합격자의 내신 평균등급은 1.5로 매우 높다. 한서대는 지정 교과 영역이 국어, 외국어, 수학, 과학·사회 교과에서 각각 2과목씩 총 8과목을 반영한다. 반면 수도권 대학의 인문계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교과, 자연계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교과에 속한 모든 과목의 석차등급을 반영하므로 최소 20과목 이상을 반영하게 된다. 한서대는 수도권 대학보다 12과목 이상을 덜 반영하므로 지원자의 내신 평균이 좋을 수밖에 없다. 즉, 지방대는 교과 영역을 수도권 대학과 비슷하게 반영하지만, 과목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내신 평균등급이 높다. 항공 분야가 특화된 중원대는 1학년부터 3학년 1학기까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개 교과군에서 석차등급이 우수한 3과목씩 반영하여 교과군별 성적을 산출한 뒤, 5개의 교과군 중 산출 성적이 좋은 3개 교과군 총 9과목의 성적을 반영한다. 한서대보다 1과목을 더 반영하지만 당연히 평균 내신 성적이 좋지 않고 일부 내신 성적만 좋은 학생들에게는 유리한 학생부 반영방법이다. 보건계열이 특화된 백석대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교과 중 상위 3개 교과 전 과목을 반영한다. 보건의료계열이 특화된 선문대는 3학년 1학기까지 이수한 교과목 중 석차등급이 가장 높은 9개 과목을 반영한다. 국어교과 2과목, 외국어교과 2과목이 필수이고 수학, 사회, 과학교과 중 5과목을 반영하므로 총 9과목의 성적을 반영한다. 우송대는 1학년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교과 가운데 3과목, 2·3학년은 국어, 수학, 외국어, 사회·과학 교과에서 각각 1과목씩 4과목을 선택하여 총 7과목을 학기 구분 없이 가장 우수한 1개 학기 과목만을 반영한다. 철도물류대학이 특화된 우송대의 전년도 철도차량시스템학과 최종등록자의 내신 평균등급은 2.8이지만 우송대 방식의 학생부 반영방법이라면 4~6등급 학생들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요컨대 내신 평균등급이 좋지 않은 학생이라도 교과군을 잘 살펴보고 눈높이를 낮추면 얼마든지 취업이 잘되는 지방대 특성화학과에 합격할 수 있다. 대학보다 자신의 꿈과 끼에 맞는, 일하고 싶은 분야를 찾는다면 지방대면 어떠랴. 다만, 적은 표본으로 통계를 산출하면 평균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실제의 중간은 평균보다 훨씬 아래에 있을 수 있다. 입시결과를 분석할 때는 뭉뚱그려 보지 말고 쪼개서 봐야 숨겨진 보석 같은 대학과 학과를 찾을 수 있다. 당연히 자신의 내신도 뭉뚱그려 보지 말고 교과군별로 혹은 교과별로 면밀히 쪼개서 봐야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수시는 3학년 1학기 성적까지만 반영하므로 내신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이다. 그러니 성적이 좋지 않다고 너무 후회하지도 말고, 좋지 않다고 쫄지도 말자. 부러우면 지는 거다. 그 시간에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학생부 반영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평균의 함정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를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장군은 한 주민에게 강의 평균 수심이 얼마냐고 물었다. 그 주민은 130㎝라고 대답했다. 장군은 즉시 강을 건널 것을 명령했다. 병사들의 키는 모두 160㎝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병사들은 그만 모두 강물에 빠져 버렸다. 강의 한가운데의 수심은 병사들의 키보다 훨씬 깊었기 때문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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