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9일 일요일

똑똑한 내 아이를 완성하는 2% ‘발표력’

ㆍ특목중,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구술 면접,
대학 입학사정관제 본격 대비

소통의 시대다.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변화시켜 원하는 바를 획득해가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학교도 변하고 있다. 공부만 잘하는 인재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특목중,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의 입학시험은 구술 면접 비율을 날로 높이고, 대학은 입학사정관제를 본격 도입해 입시 경향 자체를 바꾸면서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공부는 잘하지만 무엇인가 완성되지 않은 듯 부족해 보이는 내 아이! 그렇다면 ‘말하는 기술’ 발표력부터 점검해보자.

김연아의‘퀸즈 스피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항구도시 더반. 전 세계 정상들의 시선과 방송 카메라들이 일제히 한 곳을 향하고 있다. 단상에 오른 김연아는 숨을 고르듯 청중을 둘러본 후 이야기를 시작한다. 밝고 쾌활한 어조, 여유 있고 세련된 제스처, 자신의 꿈을 주제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 떨릴 법도 하건만 운동선수 특유의 담력으로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나간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며 우아함을 유지하는 것이 ‘더반의 여왕’이라 불리는 김연아 스피치의 특징이다.

스티브 잡스의 ‘세일즈 스피치’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월드와이드 개발자 콘퍼런스(WWDC). 신제품 아이폰4를 직접 들고 나와 선보이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검은색 터틀넥과 청바지, 운동화를 신은 소박한 차림이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청중의 허를 찌르는 질문과 답,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유머를 적절하게 구사해가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자신의 신제품에 집중시킨다. 탄탄한 기술에 화려한 세일즈 언변을 얹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불러오는 것이 스티브 잡스의 스피치다.

안철수의‘학자 스피치’ 서울의 한 대학 강단. 사투리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단어 선택이나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기도 하다. 일면 어눌함마저 엿보인다. 그러나 깊은 학식의 뒷받침이 느껴지며 느긋하고 여유롭게, 조곤조곤 할 말은 다 하고야 마는 안철수 특유의 어법은 신뢰감 면에선 단연 최고다. 말은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기에 정확한 답을 준다. 깊은 사유에서 나오는 그의 진실한 말은 학자 스피치의 전형이다.

발표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김연아는 운동선수다. 고(故) 스티브 잡스는 한 컴퓨터 회사의 개발자이자 최고경영자였다. 또 안철수는 평생 공부와 연구에 매진해온 학자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성공의 롤모델인 이들의 활동 분야는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말하는 능력’ 즉, 발표력이다. 예전 같으면 운동선수는 운동만, 회사 경영자는 경영만, 학자는 공부만 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운동만 잘하는 운동선수나, 서류만 잘 아는 경영자, 공부만 할 줄 하는 학자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 운동을 잘하고 있음을, 경영을 잘하고 있음을, 공부를 잘하고 있음을 어필해야 하는 본격적인 자기표현의 시대가 온 것이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몇 가지 추가해 수정해야 한다. 말을 잘하면 좋은 성적도 받고, 대학도 가고, 취직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을 잘하지 못하면 공부를 잘한다고 해도 명문고 입학도, 대학 합격도, 회사 취직도 힘든 셈이다. 말하기 능력으로 아이의 탐구력과 창의력, 인성과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다. 특목중,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의 입학시험에서 구술 면접의 비중이 최근 높아진 것과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대학 입시 경향이 구술과 논술 위주로 크게 바뀐 것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의 경우 국어 과목 관련 평가 기준이 주로 발표 능력인 까닭에 말하기 기술과 발표 능력을 준비하는 연령과 학년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학과 성적이 높더라도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불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소극적인 태도로 공부하면 비록 성적이 좋더라도 시험이나 면접, 입시 등 결정적인 순간에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은 자명한 결과이니 말이다. 소극적인 성격을 자신감 넘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공부 잘하고 똑똑한 내 아이를 더욱 빛나게 하고 완성시키는 2%의 비밀, 발표력이란 무엇일까.

말 잘하는 능력, 발표력말을 많이 하는 것과 말을 잘하는 것은 다르다. 말을 잘하는 능력, 즉 발표력이란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자신감 있게 전달하는 자신감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말의 양과는 상관이 없다. 웅변과도 다른 것이다. 웅변은 말로 글을 전하는 방식이다. 글을 읽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에 소통이 어렵고, 설득보다는 선동에 그 목적이 있다. 발표력이란 보다 종합적인 능력이다. 김연아와 스티브 잡스, 안철수의 스피치를 떠올려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로 익힐 거창한 테크닉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편안한 자세로 자신만의 개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어법이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말을 전달하는 태도와 매력적인 목소리, 상대방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몸짓과 손짓까지 어우러진다면 금상첨화다.

예전과는 달리 각종 정보와 매체에 노출되어 있는 요즘 아이들은 미디어 환경 탓에 대체적으로 말을 곧잘 하는 편이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유독 발표라는 말에 주눅 들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 평소에는 말을 곧잘 하면서도 말이다.

몇 가지 대표적인 유형을 들어보자면 우선 연습 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전형적인 사례가 될 수 있겠다. 이는 성격이나 성적과는 무관하며 단순히 어린 시절부터 발표 경험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표 연습이나 준비를 해본 적이 없으니 단순히 발표라는 말에도 부담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논리력이 부족한 경우이다. 말 자체는 떨지 않고 잘하지만 요점을 추리지 못하고, 내용의 기승전결이 전혀 없는 상태로 한바탕 장광설을 풀어놓거나 횡설수설 늘어놓는 격이다. 단순히 떨지 않고 남 앞에 선다는 것 하나만으로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말을 잘한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말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마지막으로 발표시에 유난히 말을 더듬거나 목소리가 작아지다 못해 기어들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유형의 아이들도 있다. 발표만 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얼굴이 빨개지며 수줍음을 심하게 타는 아이들도 이 유형의 아이들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발표력이 부족하면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좋다 할지라도 점차 자신감을 잃게 되고, 소위 기가 죽어서 정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학교 활동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거나, 학습 의욕이 저하되어 성적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아이의 성격과 성적을 판가름하고 완성해주는 발표하는 능력은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무조건 말하기 연습은 금물발표력을 향상시키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말하기의 기본기인 독서 능력, 두 번째는 발표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교 수업,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하기 습관을 기를 수 있는 가정환경이다.

발표력이 떨어지거나 소극적인 아이에게 무조건 큰 소리로 말하라고 하거나 말만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발표와 말하기에 앞서 아이의 생각하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주는 독서와 토론은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첫걸음이자 꼭 지켜야 할 원칙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내용을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읽는 과정 속에서 분석력과 비판력, 어휘력 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행동들을 보고 그 성격을 유추하면서 분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

토론은 책을 읽은 후에 이루어지면 좋다. 책의 뒷이야기를 꾸며보며 상상력을 발휘해보기도 하고, 질문과 대립을 통해 소통의 방법을 터득하면서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형성해가는 말하기를 익힐 수 있다. 수업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발표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발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발표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업 태도는 듣기, 질문하기, 이해하기, 배운 것 답하기다. 듣기는 수업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태도다. 질문하기는 수업 내용에 호기심을 갖는다는 것이고, 이해하기는 학과 공부에 대한 이해다.

마지막으로 배운 것 답하기는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이 알고 있거나 들은 것을 전달해보면서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한지 확인하는 효과가 있다. 학교 수업을 통해 듣고, 질문하고, 이해하면서 배운 것을 답한다는 이 네 가지 방식을 습관으로 체득화한다면 발표력 향상은 물론 자기주도학습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가정생활이다. 독서와 토론, 적극적인 수업 태도까지 모두 가정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하기 습관을 모방하며 언어를 익힌다. 가정에서부터 바른 언어가 사용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아이에게 바른 독서습관을 길러주되 연령이나 학년이 높더라도 하루에 한 권 정도는 부모가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부모와 친밀한 유대감을 느낄 뿐 아니라 부모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들으면 청각이 크게 자극되며 상상력을 높여준다. 뿐만 아니라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는 과정과 책을 읽고 난 후 소감이나 생각을 묻는 질문 과정이 고스란히 발표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질문과 토론의 연습이 된다. 책만이 능사는 아니다. TV 드라마나 신문이나 잡지 등 공통된 관심사를 찾아내 때때로 아이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끌어주자. 말하기 능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흥미 유발이 중요하다. 긴 호흡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는 방식의 칭찬을 해주며, 자기 생각을 바르게 말할 수 있는 아이로 크도록 유도하는 것에 성공의 열쇠가 있다. 결코 테크닉이 문제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Mini Interview
Q 바야흐로 자기표현의 시대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발표력(스피치)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특히 자녀의 발표 능력을 키워주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졌습니다. 전문가가 보시기에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A
시대가 쳐주는 ‘말값’이 달라졌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말값이 무척이나 낮았잖아요. 우리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말이나 못하면’, ‘입만 살아가지고’, ‘말 잘하면 사기꾼’이라고 하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전반적으로 말을 천시하는 문화였던 거죠. 그런데 요즘에는 말이 성공의 필수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오바마의 연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 뜨면서 말이 가진 엄청난 힘에 대해서 사람들이 제대로 확인한 거죠. 또 요즘 직장에서 프레젠테이션이 필수 스킬이 되면서 스피치에 대한 압박이 심해졌고요. 때문에 학부모들도 자연스레 아이들의 스피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죠. 물론 과거에도 스피치를 배우던 아이들은 있었지만 말더듬이나 소극적인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교정 도구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스피치 자체의 효용성에 주목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졌습니다.

Q 흔히 발표라 하면 단상에서 ‘웅변’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연상되는데요. 요즘 말하는 스피치의 기술은 웅변과도 다르고 발표력과도 또 다른 듯합니다. 각각 무엇이 같으며, 어떤 점이 다른가요?
A
웅변은 그야말로 말이 아닌 ‘글’의 시대에 쓰이던 방식이죠. 해야 할 말을 원고로 깨알같이 적은 다음 외워서 그대로 하는 겁니다. 말은 말인데 글을 줄줄 외워서 말하는 것이기에 마치 글을 읽는 것처럼 들리죠. 지금도 정치인들이나 CEO들이 축사를 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청중 입장에서는 잘 안 들리고 시대에 뒤떨어져 보입니다. 웅변의 목적은 설득보다는 선동에 가깝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요즘 학부모들이 관심 있어 하는 발표력도 마찬가지예요. 말의 전달에 무게를 더 많이 두고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를 중요시 여기는 거죠. 그에 반해 요즘 말하는 스피치는 ‘소통’과 ‘공감’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Q 스피치 관련 교육기관이 부쩍 늘었습니다. 어떤 아이들이 다니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며 언제부터 다니거나,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A
크게 두 가지 유형이에요. 하나는 모든 걸 다 잘하는 아이, 또 하나는 모든 것에 자신감이 없는 아이죠. 모든 걸 잘하는 아이는 공부면 공부, 예체능이면 예체능 전반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이에요. 학부모들이 보기에는 워낙 애가 뛰어나니까 스피치만 더 잘하면 완벽할 것 같은 거죠. 반대로 모든 것에 자신감이 없는 아이는 워낙 소극적이니까 말이라도 가르치면 좀 나아질까 하고 보내는 경우입니다. 놀라운 것은 두 부류 다 스피치를 가르치면 스펀지처럼 쑥쑥 빨아들인다는 것이죠. 저희 아트스피치 연구원에 CEO 과정과 직장인 과정이 있는데, 확실히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배우는 속도가 서너 배 빨라요. 발음 발성은 물론이고 좋지 못한 습관과 몸짓, 부자연스러운 시선 처리도 가르쳐주면 금방 없어집니다.

Q 스피치 교육의 효과는 무엇일까요?
A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아이들과 국내에만 있던 아이들을 비교하면 확실히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아이들이 자연스러워요. 앉아서 대화할 때와 똑같이 (공식석상에서) 서서도 얘기하는 것이죠.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앉아서 얘기할 때와 서서 얘기할 때가 180도 다르죠. 앉아서는 표정, 몸짓, 대화 내용까지 무척 자연스러운데 일어서기만 하면 갑자기 동상이 되면서 청중과 교감하지 못하고 자기하고만 대화를 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이번 주말에 뭐 했니?”라고 물어보면 “엄마랑 아빠랑 놀이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재미있었어요.” 이게 끝이에요. 그런데 앉아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놀이공원에서 엄마랑 아빠랑 무엇을 했는지, 거기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신나게 얘기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내 솔직하게 끝까지 얘기하는 것이죠. 내 안에 있는 스토리를 꺼내서 자연스럽게 끝까지 말하는 것, 저는 이것이야말로 스피치 교육의 효과라고 생각해요.

Q 스피치 교육 붐이 일고 있는데, 우려하는 점도 있을 텐데요.
A
요즘에 회장 선거 스피치에 대한 문의가 참 많이 들어오는데, 스피치에 대한 관심은 반갑지만 가끔 걱정스럽기도 해요. 회장은 나를 뽐내는 자리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역할인데 그런 책임감을 간과하는 학부모들이 있거든요. 어렸을 때 스피치를 소통이 아닌 권력의 도구로 잘못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스피치 스킬뿐만이 아니라 콘텐츠를 채우는 데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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