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3일 월요일

이음매의 교훈

올여름 불볕더위로 강변의 자전거 도로 곳곳에 문제가 생겼다. 콘크리트 바닥이 뜨거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과도한 열팽창으로 솟구쳐 올라간 것이다.
열팽창 수용위해 마련한 여유 공간 이음매

이런 사고를 방지하고자 자전거 도로는 물론 다리나 기차 레일에도 적당한 간격마다 이음매가 설치되어 있다. 이것은 열팽창을 수용하고자 마련된 여유 공간인 셈이다. 올여름은 이처럼 상식적으로 설정한 여유 공간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대단한 더위였다. 그런데 올여름, 왜 이처럼 불볕더위가 오랫동안 지속되었을까? 그것은 엘니뇨현상에 이은 라니냐현상으로 북반구 중위도 기온이 상승한데다가, 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라니냐 현상의 영향으로 주변 바다 기온이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엔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도 많고, 또, 올겨울은 추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물체 온도가 상승하면 분자운동이 활발해진다. 그 결과 물체를 구성하는 분자 간 거리가 멀어져서 열팽창을 한다. 물체 온도가 1K(혹은 1도) 상승함에 따라 길이나 부피가 팽창하는 비율, 즉 선팽창률(α)이나 체적팽창률(β)은 그 물체의 고유한 특성이다. 또, 부피는 길이의 세제곱과 관계가 있지만 고체의 체적팽창률은 선팽창률의 대략 3배의 관계(β=3α)가 있다.
선팽창률이 다른 재료를 조합해 만든 물체는 온도변화에 의한 열팽창률이 달라서 열응력이 생긴다. 이런 물체에 가열과 냉각이 계속되면 열응력의 반복에 의해 부분적으로 열 피로가 누적된다. 그 결과 재료에 크랙이 생기는 등 수명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철근과 콘크리트는 선팽창률이 거의 같아서 두 재료를 혼합해 만든 철근콘크리트는 아주 좋은 건축 자재로 사용되고 있다. 또, 기차 레일도 선로 상에 많은 이음매가 존재한다. 물론 레일도 온도에 따라 신축을 하기 때문에 이 이음매의 틈을 잘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음매가 너무 많아도 좋지 않다. 기차가 달릴 때 '철커덕 철커덕'하는 소음이 바로 이 이음매를 통과할 때 나는 소리이다. 또, 이음매를 통과할 때마다 차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승차감을 나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나온 것이 롱레일이다. 이렇게 이음매를 줄인 롱레일은 온도에 의한 열팽창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술연구가 진행됨으로써 가능해졌다.
불편하고 성가셔도 생활에 꼭 필요한 존재

아무튼, 꽉 찬 것보다는 약간 모자란 듯 여백이 있는 것이 편안하고 좋다. 어쩌면 이음매는 불편하고 성가신 것일지 모르나 꼭 필요한 존재이다. 아마 강변의 자전거 도로에서도 이음매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었더라면 아무리 불볕더위였다고 해도 파손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선조는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고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최고의 선으로 여겼다. 계영배(戒盈杯)가 바로 그것인데, 말 그대로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다. 일본 오키나와에 가면 계영배처럼 80% 이상 잔을 채우면 모두 흘러나가 버리는 '교훈 찻잔'이 있다. 이들은 모두 사이펀(siphon)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또한, 공자도 도가 넘침을 경계해 "가득 차면 뒤집히지 않는 그릇은 없다(宥座之器)"고 했다.


이처럼 과욕은 모두를 잃게 한다. 최근의 무슨 특혜 시비처럼. 온도에 따른 길이 변화를 수용해 주는 여분의 공간, 이음매. 그것은 무슨 일이든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항상 여유를 가지고 살아갈 것을 가르쳐준다. '8할만큼만 먹으면 의원이 필요 없다'라는 옛말을 다시금 새기게 된다.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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