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접수 이틀 전 면접 과목 지정
교육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서울대가 올해 입시에서 자연계열과 경영대의 면접 평가기준을 수차례 임의로 바꿔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중3 때 자신의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알 수 있도록 '대입전형 3년 예고제'를 도입해 수함생의 혼란을 최소화 하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교육 공약과 정면으로 대치하는 것이어서 비판이 예상된다.
전국 진학지도교사 모임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는 서울대가 발표한 '2014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주요사항'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23일 밝혔다.
서울대가 지난 2012년 11월1일 발표한 '2014학년도 대학 신입학전형 주요사항'에 따르면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자연계열 모집단위와 경영대학의 면접은 모집단위 관련 전공적성과 인성을 평가하며 수학과 과학 공통 문항을 출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수시모집 일반전형도 '경영대학은 영어 지문과 수학 문제를 활용하지 않고 모집단위 관련 전공적성 및 학업능력을 평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안된 같은달 29일 학교 홈페이지에 '2014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주요사항 관련 정정 공지'를 내고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경영대학도 2013학년도와 동일하게 영어 지문과 수학문항을 활용해 모집단위와 관련된 전공적성 및 학업능력을 평가한다'고 정정했다.
서울대는 이에 대한 항의 전화가 잇따르자 최근 이 게시물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10월29일 발표한 '2014학년도 정시모집 '나'군 대학 신입학생 모집 안내'에서도 자연과학 대학, 공과대학 등에서 "수학이나 과학 교과 문항을 활용한다"고 말을 바꿨다.
심지어 수능 시험이 끝난 후 원서 접수 불과 이틀 전인 같은해 12월17일에는 '과학 문항'이라는 표현 대신 과학 과목을 지정해 '과학Ⅰ: 물리 관련 문항, 과학 Ⅱ : 화학 관련 문항, 과학 Ⅲ: 생명과학 관련 문항'을 평가한다고 평가 기준을 바꿨다.
반면 서울대가 대교협에 제출한 '2014학년도 전국4년제 대학교 대학입학 전형계획 주요사항'에는 '면접은 모집단위 관련 전공적성과 인성을 평가한다'고 되어 있다. 수학과 과학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은 입학연도 개시 1년3개월 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해야 하고 이를 변경하고자 할 경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전형위원회에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전진협에 따르면 서울대는 면접 평가 기준을 임의로 수정하고 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진협 김동춘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서울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명시된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을 수립해 공표한 경우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심지어 이를 관리·감독할 대교협과 교육부고 서울대가 임의로 바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원서 접수 이틀전에 발표한 과학 과목 지정에 대해서는 많은 진학 교사들 조차 내용을 알지 못했다"며 "이를 뒤늦게 알게된 수험생도 면접준비를 급하게 하는 등 불이익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김도완 대입제도 과장은 "그런 사실이 있는지 몰랐다"며 "사실을 확인해 정말 그렇다면 재정지원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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