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5일 수요일

어릴때부터 "과학은 재미있다" 심어줘


이웃나라 일본은 노벨상을 18번이나 받았다. 이 중 15번이 과학 분야다. 화학상 7번, 물리학상 6번, 생리의학상 2번이다. 2008년부터는 짝수 해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일본이 이렇게 많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2013년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수상한 과학ㆍ수학 교사 36명은 이 같은 숙제를 들고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5박6일 일정(1월 14~19일)이다. 방문지는 오사카ㆍ고베ㆍ교토로 정했다.

'올해의 과학교사상'은 미래창조과학부, 매일경제신문,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으로 창의적인 과학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성취도를 높인 교사에게 주는 상이다. 이 상을 받게 되면 두산그룹 연강재단 후원으로 매년 해외 과학현장 연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오사카시립과학관. 1937년에 설립된 일본 최초의 과학관이다. 과학관 규모나 시설은 국립과천과학관보다 크거나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전시 위주의 과학관으로 꾸며진 우리와는 달랐다. 체험 중심으로 운영되고 상당수 전시물이 '발명자-과학원리-실생활에 적용된 제품'으로 체계적으로 꾸며졌다.

임성숙 수원 영덕중 교사는 "아이들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을 보세요. 직접 실험도구를 이용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손때가 많이 묻어 있어도 고장난 실험도구는 찾아볼 수가 없네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일본 학생들은 체험을 통해 과학은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키운다고 한다.

다음은 과학 중점학교인 오사카 고즈고등학교를 찾았다. 일본의 과학교육 현장을 보기 위해서다. 전체적인 수업은 기본에 충실한 일본 교육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과학 특별활동 시간은 달랐다. 학생들이 전도체를 만들고 물대포 실험을 하고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등 팀별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있었다. 입시 위주의 한국 과학교육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새연 서울 명덕고 교사는 "한국식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는 창의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다 보니 학생들은 문제해결 능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다음 행선지는 고베다. 1995년 1월 17일 발생한 한신ㆍ아와지 대지진의 참사를 교훈 삼아 만들어진 사람과 미래 방재센터를 찾았다. 5층 건물에 재해 당시의 모습을 디오라마 모형으로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재해에서 복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영상과 그래픽으로 생생하게 보여줬다. 박용필 충북과학고 교사는 "재난현장이 마치 과학교육 현장 같다. 지진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일본 전통적 제조업의 힘인 장인정신이 살아 있는 교토의 시마즈제작소 창업기념관. 시마즈 겐조가 1875년 설립해 일본 이과 분야 실험기구를 대부분 이곳에서 만들었다. 일본 최초의 뢴트겐을 선보이기도 했다. 2002년에는 이 회사의 주임 연구원인 다나카 고이치가 노벨 화학상을 받아 더 유명해진 곳이다.

강철형 전북 정주고 교사는 "시마즈제작소는 일본 과학의 기본을 보는 것 같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투자한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고 있고 한국은 순발력을 발휘해 개발ㆍ응용에 치중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일본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50년 동안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해왔다. 이 같은 투자 결과가 지금 노벨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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