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먼 옛날에는 사정이 그렇지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물가에 있는 나무에서 거위가 생겨나고, 연못가의 돌에서 개구리가 생겨난다고 굳게 믿고 있을 정도로 ‘생물의 자연발생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생물학이 체계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한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고등한 생물들은 어미로부터 발생하지만, 하등한 생물들은 무생물로부터 ‘자연의 활력’에 의해 우연히 생겨난다고 설명되었다. 특히, 곤충이나 쥐와 같은 동물들은 흙이나 부패된 물질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난다고 여겨졌다.
네덜란드의 레벤후크(Antony van Leeuwenhoek; 1632-1723)는 자신이 만든 현미경으로 동물의 정자를 최초로 관찰한 사람이었다. 그는 정자의 내부 구조까지 관찰할 수는 없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생물의 발생학에 관해 연구하였고, 또한 국물이나 우유에서 미생물을 관찰한 후, ‘미생물의 자연발생’을 주장하였다.
1745년에 영국의 니담(John T. Needham; 1713-1781)은 닭고기즙과 야채즙을 가열하여 시험관에 넣고 코르크마개를 막은 후, 다시 가열하여 방치해 두었는데도 많은 미생물들이 발생하였다고 보고한 후, 큰 생물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더라도, 미생물만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이탈리아의 스팔란차니(Lazzaro Spallanzani; 1729-1799)는 1765년에 비슷한 실험을 반복하면서, 니담이 마개를 잘못 막았거나 충분히 끓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즉, 시험관을 완전히 밀봉한 후 장시간 동안 펄펄 끓인 쪽에서는 미생물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마개를 느슨하게 막아서 약간만 끓인 쪽에서는 미생물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미생물의 자연발생설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니담은 스팔란차니의 실험에서 고기국물 속의 생물발생의 요소가 장시간의 가열로 인하여 파괴된 데다가, 공기마저 변질되었기 때문에 미생물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생물이 발생하는 데에는 공기가 꼭 필요하다는 견해도 그럴듯하게 보였기 때문에, 공기를 완전히 밀봉한 스팔란차니의 실험으로는 생물 자연발생설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었다.
생물의 자연발생 여부에 관한 지리하고도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은 ‘백신의 발견’으로 인류를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킨 프랑스의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이다. 1822년 프랑스의 조그마한 시골에서 태어난 파스퇴르는 대학에서 뒤마교수의 지도 아래 화학을 공부하였고, 유기물의 부패나 포도주, 치즈의 발효 등이 미생물의 작용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등, 미생물학의 발전에 있어서 획기적인 공헌을 한 인물이다.
그는 생물의 자연발생설이 잘못이라는 것을 명확히 입증하기 위하여, 플라스크에 설탕물과 효모의 혼합액을 넣고 플라스크의 목 부분을 가열하여 S자 모양으로 가늘고 길게 뽑은 후, 혼합 유기물용액을 끓여서 식힌 채로 공기 중에 방치하였다. 공기는 플라스크 안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공기 중의 미생물이나 그 포자 등은 기다란 S자관의 중간에서 붙잡힐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과연 파스퇴르의 추측대로, 몇 달이 지난 후에도 플라스크 안에서는 미생물이 발견되지 않았고, S자관 부분을 잘라 버리거나, 플라스크를 기울여서 용액을 미생물이 붙잡힌 입구 부위에 접촉시켰다가 놓은 후에는 미생물이 자라기 시작하였다.
파스퇴르는 1862년 무렵까지 자신이 고안한 이 절묘한 실험을 반복해 보임으로써 생물 자연발생설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생물은 같은 종류의 개체들로부터 생겨난다.’는 생물속생설을 확립하는 데에 기여하였다.
한편, 생물의 자연발생설의 부정은, “그렇다면 최초의 생명체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라는 더욱 어렵고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명기원론에 대해서는 구소련의 과학자 오파린(Aleksandr Ivanovich Oparin; 1894-1980)이 ‘원시지구에서 무기물질로부터 유기물질로의 화학반응을 통하여 단 한 번의 자연발생이 일어남으로써 원시적인 생명이 합성되었을 것’ 이라고 1936년에 ‘생명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주장한 바 있다.
이른바 오파린 가설 혹은 ‘코아세르베이트설’로 불리는 이 견해는 그동안 유력한 이론으로 받아들여져 왔으나, 생명체의 기원이라는 난해한 문제를 완벽하게 설명하기에는 아무래도 여러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생명의 씨앗이 우주의 다른 천체로부터 지구로 날아 왔다는 천체비래설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꽤 있고, 심지어는 ‘생명은 창조주에 의해서 창조된 것’이라는 메타과학적 견해마저도 있다. 그러나 생명창조론은 개인적 신앙의 대상은 될지언정, 입증할 수 있는 과학의 영역은 아니다. 이를 무리하게 과학으로 끌어들이려 했다가는 자칫 사이비과학이 되기 쉽다.
최근에는 우주생물학이 발달하면서 혜성이 우주에서 지구로 외계 생물을 실어왔다는 이론이 상당한 힘을 얻고 있다. 만약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우주에서 존재 여부를 밝히려 노력하는 외계지적생명체의 정체는 바로 우리 지구인이나 다름없게 되는 셈이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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