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지금까지는 최근 수 년 사이 가장 따뜻한 것 같은데 어찌된 영문인지 독감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조류독감으로 한 달 만에 2천 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매몰되는 기록을 세웠는가 하면 사람은 사람대로 일찌감치 독감이 유행해 조기방학을 하는 학교가 나올 정도다.
독감바이러스는
스스로는 이동성이 없으므로 결국 퍼지려면 숙주의 힘을 빌려야 한다. 조류독감바이러스의 경우 철새가 이동하면서 지구 곳곳으로 퍼지다가 ‘운 좋게’
대규모로 조밀 사육을 하는 양계장에 침투하는데 성공하면 지금처럼 사달이 난다. 인간독감바이러스의 경우도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예전에 비해 지구촌 확산속도가 빨라졌다.
그러나
실제적인 영향, 즉 감염된 사람 수는 여전히 숙주 사이의 접촉에 좌우되는데, 특히 감염된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처럼 순간적으로 체액(주로 침)을
분출할 때가 기회다. 한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몰려있는 학교가 주된 감염지인 이유다.
따라서
기침의 물리학을 제대로 이해하면 호흡기 감염질환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술지 ‘네이처’ 6월 2일자에는 고성능
비디오를 써서 기침과 재채기의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미국 MIT의 물리학자 리디아 보로이바 교수를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유체역학을
공부한 보로이바 교수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입 밖으로 분출되는 체액이 어떻게 사방으로 퍼져나가는지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이 그 과정을 규명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이 과정에 대한 추측 가운데 상당 부분이 틀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침방울,
생각보다 오래 머물고 널리 퍼져
로보이바
교수는 기침이나 재채기 장면을 최대 초당 8000플레임으로 촬영할 수 있는 초고속 비디오 카메라로 기록한 뒤 침방울의 크기와 확산 범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침방울의 크기가 어느 정도 이상인 경우 1~2m 범위 내에서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기존 상식과는 달리 기침의 경우 6m, 순간 분출 에너지가
더 큰 재채기는 8m까지 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기침(또는 재채기)을 할 때 공기에서 난류가 생기면서 침방울 구름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침방울 구름은 최대 10분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교실 한 가운데에서 누군가가 기침을 하면 교실 전체에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학교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된 독감의 전파 메커니즘인 셈이다.
한편
로보이바 교수가 지난 1월 학술지 ‘실험 유체’에 발표한 논문은 기침과 재채기의 실상에 관한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즉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입에서 침방울이 튀어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초고속 촬영 결과 침 상태로 분출되는 양이 상당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양동이에
담긴 물을 뿌릴 때처럼 침이 퍼지면서 침방울이 형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침의 조성이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침에 점액성분이 많아 침이
끈적할수록 침이 잘 끊어지지 않아 실처럼 늘어진 침에 염주처럼 형성된 침방울이 서로 뭉쳐져 결과적으로 좀 더 큰 침방울이 만들어진다. 즉 건강한
사람의 재채기와 호흡기 환자의 재채기는 침방울 크기 분포가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로보이바
교수의 연구는 감기나 독감 같은 호흡기 질환의 경우 공기를 통한 감염 경로가 생각보다 비중이 더 클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때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불가피하게 사람들 사이에 있게 됐을 때 기침이 나오면 손수건이나 아니면 팔뚝이라도 입 앞에 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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