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1일 화요일

생명체 크기, 한계 지니는 과학적 이유

키 100m 나무, 이게 최선인가요?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은 소설 ‘검은 구름’에서 매우 특이한 생명체를 묘사했다. 우주 공간에 퍼져 있는 거대한 구름 입자들이 전자기 신호로 연결돼 의식이 있는 지성체로 진화한 경우를 가정한 것. 소설은 이 거대한 생명체가 인류와 조우했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여기서 등장한 검은 생명체의 크기는 무려 약 1억5000만㎞에 달한다.
SF 작가 아서 클라크는 ‘메두사와의 만남’이란 소설에서 목성에 사는 거대한 생명체를 등장시켰다. 가스형 행성인 목성에서 마치 거대한 기구처럼 떠다니는 이 생명체의 크기는 수백m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구 밖에 존재하는 상상 속의 생명체일 뿐이다.
지구상에서 키가 가장 큰 생명체는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확인된 ‘자이언트 세쿼이아’라고 불리는 나무다. 당시 이 나무는 키가 112.6m로 ‘자유의 여신상’보다 16m나 더 컸다. 부근에서도 100m가 훌쩍 넘는 자이언트 세쿼이아가 몇 그루나 발견됐다. 무게가 2000톤이 넘는 이 나무 하나면 2000개 이상의 탁자를 제작할 수 있다.
지구상에서 키가 가장 큰 생명체로 꼽히는 자이언트 세쿼이아. ⓒ Tuxyso (위키미디어)
지구상에서 키가 가장 큰 생명체로 꼽히는 자이언트 세쿼이아. ⓒ Tuxyso (위키미디어)
미국 오리건주 북동부 블루마운틴에서 발견된 ‘아밀라리아’라는 버섯은 무려 약 9㎢의 면적을 차지하는 거대한 유기체다. 이 버섯은 처음 발견될 당시만 해도 여러 개의 개체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전학적 실험을 통해 하나의 개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 수천년 동안 균사를 뻗친 이 거대한 버섯은 대부분 흙 속에 묻혀 있어 무게를 추정조차 할 수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대왕고래라고도 불리는 흰긴수염고래다. 이 고래는 길이가 약 30m에 몸무게는 170톤 이상 나간다. 또한 심장 무게만 해도 1톤 가까이 되며, 혓바닥만 4톤짜리가 보고될 만큼 엄청난 거구다. 코끼리 30마리를 합친 것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이 고래의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려고 하루에 만들어내는 젖의 양만 해도 약 200㎏에 달한다.
‘자유의 여신상’보다 더 높은 나무
지금은 멸종됐지만 공룡은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육상 동물이었다. 그중에서도 지난 2005년 아르헨티나에서 발굴된 ‘드레드노투스 슈라니’라는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의 10배 달할 만큼 거대했다. 몸길이 26m에 무게는 40~65톤으로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육상 동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 왜 지구상의 생명체는 이 정도 크기밖에 성장하지 못하는 걸까. 미국 과학 잡지 ‘노틸러스’는 프레드 호일의 ‘검은 구름’만큼 거대한 생명체가 지구상에서 진화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각종 이론 및 계산법을 동원해 설명한 기사를 최신호에 연재했다.
‘은하만큼 거대한 생명체가 가능할까’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의식을 지닌 생명체만 한정할 경우 가장 작은 생명체와 가장 큰 생명체의 크기 차이가 약 1000배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의식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계산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데, 뇌 신경세포의 신호 속도는 시속 300㎞ 정도다. 즉, 인간의 뇌 안에서 신호가 전달되는 데는 1/1000초가 걸리는 셈이다. 그런데 평생 동안 약 2조 번의 신호가 오가는 뇌와 신경세포가 10배 정도 커진다면 인간의 생각하는 속도도 1/10로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뇌가 1억5000만㎞에 달하는 ‘검은 구름’만큼 커진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가 평생 동안 주고받는 횟수만큼 신호를 소통하기 위해서는 우주 나이만큼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의 신호 전달이 원활하지 못하면, 인간처럼 복잡한 의식을 지닌 생명체로의 진화가 결코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는 논리다.
지구 중력이 생명체의 크기 제한해
키가 가장 큰 나무가 약 100m밖에 자라지 않는 데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나무가 높아질수록 물관이 전달하는 물의 높이가 지구의 중력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자이언트 세콰이어가 캘리포니아 연안의 안개 발생 지대에서만 주로 자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필요한 수분의 25~50%를 안개에서 얻는 이 나무는 안개가 많이 발생하는 여름에만 약 680㎏의 수분을 흡수한다. 캘리포니아는 특유의 해양성 기후 덕분에 안개가 특히 잦다.
17세기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호이겐스는 행성이 커질수록 중력도 커지며, 생명체를 지탱하는 뼈에 가해지는 힘도 커진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특정 동물 뼈의 단면적은 그 동물 크기의 제곱에 비례한다. 하지만 몸의 무게는 크기의 세제곱에 비례하므로 동물의 크기에는 한계가 존재하게 된다. 즉, 지구의 중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육상 동물의 최대 크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컴퓨터가 발생하는 열을 쿨러로 제거해야 것처럼 동물 또한 열을 제거하는 장치를 지니고 있다. 피부가 바로 그런 기능을 하는 장치다. 그런데 부피는 세제곱으로 커지는 데 비해 표면적, 즉 피부는 제곱으로 증가하게 된다. 즉, 덩치(부피)가 큰 동물일수록 몸을 냉각시키는 피부 면적이 적어지므로 더 낮은 냉각 효율을 갖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스위스 과학자 맥스 클라이버는 동물의 ㎏당 신진대사 비율이 동물 질량의 0.25 승에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만약 신진대사 비율이 이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면 덩치가 큰 동물들은 자신이 발생시키는 열에 의해 익어버리게 될 것이다.
포유동물이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신진대사율을 1나노그램당 1조분의 1와트로 가정할 경우 지구상에서 가능한 최대 동물 무게는 흰긴수염고래보다 조금 더 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한다.
물론 증식만을 목적으로 하는 생명체라면 이론적으로 이보다 훨씬 더 큰 개체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생물체가 지구상에서 오랜 세월 동안 진화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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