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우연히 발생한 어떤 사건이, 예상치 못한 호재(好材)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 같은 속담은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우연하게 발생한 현상이 위대한 발명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소개하는 ‘전자레인지(microwave range)’와 ‘사카린(saccharin)’도 우연하게 발생한 현상이 위대한 발명으로 이어진 역발상의
결과물들이다. 사탕이 갑자기 녹아내린 우연한 현상이 전자렌지의 등장으로 이어졌고, 샌드위치가 유난히 달게 느껴진 우연한 상황이 인공감미료의
탄생으로 연결된 것이다.
마이크로파가
사탕을 녹이는 현상에서 착안
1946년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스타’라는 이름의 음식점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붐빈 이유는 딱 하나. 음식점 사장이 불꽃이 없는 조리기구를
사용하여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요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드디어
음식이 나오자 손님들은 웅성거렸다. 불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음식들은 모락모락 김을 내며 제법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사장은 맛있는 냄새가 나는
음식을 일일이 손님들의 코에 갖다대며 “마술이 아니라 과학으로 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그 정체는 바로 마이크로파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지금껏 전해지고 있는 전자레인지 발명과 관련된 일화로서, 전자레인지로 조리를 하여 음식을 판매했다는 최초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마술과도 같은 조리도구를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미국의 과학자인 퍼시 스펜서(Percy Spencer)다.
심한
가난 때문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스펜서는 25세가 되었을 때, 그의 인생을 바꿔버린 회사와 운명과도 같은 조우를 한다. 당시 레이더
장비를 개발하던 회사인 레이시언사의 보조 연구원으로 취직하게 된 것.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책임연구원으로 승진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은 스펜서는, 어느날 마이크로파를 발생시키는데 쓰이는 원통형 관인
마그네트론(magnetron) 연구에 몰두하다가 예상 밖의 일을 경험한다.
이날
스펜서는 호주머니에 사탕을 하나 넣어 두고 있었는데, 실험이 끝나고 나자 주머니에 있던 사탕이 모두 녹아 끈적한 액체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위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사탕을 녹일 만큼 뜨거운 열은 찾을 수 없었기에, 그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옥수수 알갱이를 주머니에 넣어 두고
실험을 다시 진행했다.
잠시
후 주머니를 열어보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번에는 옥수수가 팝콘처럼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마이크로파의 영향때문일 것으로 판단한
스펜서는 마이크로파를 낼 수 있는 장비를 만든 뒤,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장비가
제작된 후 그릇에 음식을 담아 작동시키자, 마치 마술과도 같이 음식물은 불이 없는 데도 따뜻하게 데워지거나 심지어는 끓기까지 했다. 이 같은
스펜서의 발명품을 본 레이시언 사는 1945년에 특허를 등록하고 곧바로 전자레인지 생산에 들어갔다.
처음
출시된 제품은 높이 167cm에 무게가 340kg로서 지금의 제품들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컸다. 하지만 무엇보다 냉동된 식품을 빨리 녹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당시에도 레스토랑과 항공사 등을 중심으로 전자레인지는 날개 돋힌듯 팔려나갔다. 그 뒤 1952년부터는 가정용으로도
생산되었고, 1970년 이후에는 어느 집에나 하나씩 있는 필수품이 되었다.
석유에서
추출한 톨루엔이 사카린의 원료
사탕이
녹아내린 현상이 전자레인지 개발의 단초를 제공했다면, 무심코 맛본 샌드위치의 단맛은 인공감미료로 유명한 사카린을 발명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독일의
유기화학자인 콘스탄틴 팔베르크(Constantin Fahlberg)는 1879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존스홉킨스대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어느날 실험을 마치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샌드위치를 집어먹다가 너무 달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샌드위치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단맛이 자신이 들고 있는 샌드위치에서만 난다는 것을 깨달은 팔베르크는 순간 단맛의 근원이 자신이 실험하던 연구실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길로
다시 연구실에 돌아온 팔베르크는 단맛을 내는 시약을 찾기 위해 탁자 위에 널려있는 시료들을 검당계(檢糖計)로 일일이 검사하기 시작했고, 이내
수치가 무려 설탕의 수백 배에 달하는 물질을 발견했다. 바로 톨루엔(toluene)이었다.
당시
그는 톨루엔 유도체의 산화에 대하여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이 화합물이 우연히 손끝에 묻었다가 샌드위치로 옮겨지면서 단맛을 포착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그후
팔베르크는 톨루엔을 원료로 복잡한 화학반응을 거치면서 인공감미료를 합성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 물질에 라틴어로 설탕을 뜻하는 단어인 ‘사카룸’을
인용하여 사카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카린은
열에 강하고 물에 잘 녹아 식품첨가물로 그만이다. 설탕에 비해 300배 이상 달지만 감미도 기준으로 설탕 가격의 30분의 1에 불과해 경제적으로
이점이 많다. 특히 칼로리가 0이고 혈당지수도 0이기 때문에 당뇨 환자나 비만인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감미료라 할 수 있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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