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꽃가루의 움직임이 주식시장도 바꾼다 카오스(Chaos) 이론

북경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펄럭인 것이 뉴욕에 허리케인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가 있다. 시간의 변화에 따른 어떤 대상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동적시스템에서 비선형미분방정식의 초기조건에 작은 변화가 생기면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엄청나게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카오스(Chaos) 이론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꼭 동적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인류의 역사에는 우연한 작은 발견이 세상을 엄청나게 바꾼 경우가 많다. 물위에 떠다니는 꽃가루의 움직임에서 발견된 특이한 현상이 현대 금융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실도 이러한 예의 하나이다.
1827년 영국의 식물학자 브라운은 물위에 떠있는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다가 신기한 현상을 발견한다. 바람과 같은 외부의 힘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는데도 꽃가루가 물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브라운은 이 현상이 꽃가루의 생명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생명력이 없는 담배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관찰되면서 그 원인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었다. 이 미스터리한 움직임은 물 분자의 랜덤한 움직임에서 비롯된다는 가설이 나오게 되었고 1905년 아인슈타인이 수리적인 모형을 제시하면서 그 신비의 베일이 벗겨지게 된다.
식물학자 브라운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던 물위에 떠있는 꽃가루의 움직임이 주가, 이자율, 환율 등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위키피디아
식물학자 브라운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던 물위에 떠있는 꽃가루의 움직임이 주가, 이자율, 환율 등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위키피디아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인슈타인이 꽃가루의 움직임을 모델링하기 5년 전인 1900년에 유사한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정의한 논문이 푸앵카레의 제자였던 루이 바슐리에(Louis Bachelier, 1870~1946)에 의해서 발표되었다. 놀랍게도 바슐리에는 주가의 움직임을 기술하기 위해 유사한 움직임을 도입하였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가격변화는 주식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에 의하여 결정된다. 주식을 사려는 주문이 많아지면 가격은 올라가고 팔려는 주문이 많아지면 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시장에서는 이들의 주문이 랜덤하게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가격도 랜덤하게 움직이게 된다.
이는 꽃가루가 물분자에 랜덤하게 부딪혀서 움직이는 모습과 유사하다. 주가의 움직임을 1년 정도의 스케일에서 보면 순간순간의 움직임은 아주 미세해서 이를 확률적인 규칙에 따라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수학적 모델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바슐리에는 처음으로 이러한 시도를 했고 비록 수학적으로 엄밀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결과를 얻었다. 이후 위너, 콜모고로프 등에 의해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이라는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정의된 확률적 모델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이들은 바쉘리에의 이론을 참고 했지만 주가의 움직임은 무시되었고 꽃가루의 움직임은 열(heat)을 품은 입자들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모델로서 각광받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바쉘리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수학자로 생애를 마감하게 된다.
브라운 운동은 정지된 물위에 떠있는 꽃가루를 모델링한 것인데 이에 대한 연구는 흐르는 물위에 떠 있는 꽃가루를 모델링한 확산운동(diffusion)으로 확장된다.
주가의 움직임도 랜덤하게 움직이기는 하지만 주가의 기대수익률이 0보다 크기 때문에 주가의 움직임은 평균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주가의 움직임은 확산운동을 이용하여 근사적으로 기술 될 수 있다.
이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무엘슨 등에 의해 주가를 나타내는 확산운동인 ‘기하브라운운동(Geometric Brownian Motion)’이 도입된다. 블랙과 숄즈는 1973년 주가가 기하브라운운동을 한다는 가정 하에 옵션의 가격이 이론적으로 얼마가 되어야 할지 엄밀하게 증명하기에 이른다.
물론 이론적인 가격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 금융상품의 이론적인 가격이 중요한 이유는 먼저 이론가가 사람들에게 가격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신뢰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내가 사거나 팔려는 가격이 터무니없는 가격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안심하고 거래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론가는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알게 해준다. 이러한 요인들을 알게 되면 각 요인들의 변화가 가격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가격변화에 대한 위험을 대비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연유로 블랙-숄즈 공식이 발표되자마자 옵션거래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이후 몇 십 년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주식, 이자율, 환율, 부도위험 관련 금융상품(파생상품)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거래되었고 이는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게 되었다. 이들의 업적은 노벨경제학상으로 보상되었고 바쉘리에는 100여년이 흐른 후에서야 그의 업적이 새롭게 평가받게 되었다.
식물학자 브라운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던 물위에 떠있는 꽃가루의 움직임은 200년이 지난 오늘날 현대 금융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주가, 이자율, 환율 등의 움직임을 설명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이와 같이 때론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된다. 지금 우리는 백년 후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일들을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주변 현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엄밀한 수학적 모델링은 현대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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