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기 타이어는 자동차의 발명과 더불어 탄생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1885년 독일의 다임러와 벤츠가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를 발명했을 때는 공기
타이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목재를 사용한 전통 제작 방법으로 주변을 금속으로 감은 바퀴로는 속도를 내는 데도 한계가 있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승차감이 좋지 않아 조금만 오래 타면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한 이는 자동차 기술자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20년 동안 수의사로 일해오던 스코틀랜드인 존 보이드 던롭이었다. 1887년
아일랜드의 작은 도시 벨파스트에서 살고 있던 그는 외아들 조니에게 세 바퀴 자전거를 선물했다.
그런데
당시의 모든 바퀴가 그랬듯이 나무 위에 무쇠를 씌워 만든 세 바퀴 자전거를 타고 놀던 조니는 자전거만 타고 나면 두통을 호소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니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얼굴을 심하게 다치고 말았다.
던롭은
사랑스런 아들의 상처를 보며 돌멩이에 부딪쳐도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바퀴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제일 처음 그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바퀴에 무쇠
대신 고무를 입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무를 입혀도 덜컹대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하면 조니가 마음 놓고 탈 수 있는 안전한 자전거 바퀴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던롭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바로 축구공이었다.
조니가 바람이 빠진 축구공을 들고 와서는 공기를 넣어 달라고 조른 것. 그 순간 던롭은 고무바퀴에 공기를 넣어 보자는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질기고 늘어나는 성질을 지닌 고무와 공기압의 만남은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완화시켜 승차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던
것이다. 1888년 특허를 신청한 그는 다음해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에서 ‘던롭공기타이어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당시의
자전거 붐을 타고 공기 타이어는 유럽과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895년에는 프랑스 회사 미쉐린에서 던롭 타이어를 응용한 자동차
타이어를 개발해 대부분의 바퀴에 공기 타이어가 장착됐다. 던롭이 세운 회사는 독일, 프랑스, 캐다나, 호주, 일본에까지 진출한 다국적 회사로
발전했으며, 그는 일약 세계적인 거부가 되었다.
2년
만에 특허등록 취소돼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가 특허를 낸 지 2년 후인 1890년 공기 타이어의 특허에 대한 등록 취소를 당한 것. 그 이유는
1845년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월리엄 톰슨이 특허를 취득한 공기 타이어와 비교해서 특허성을 인정해줄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다고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과학을 공부해 공학자가 된 톰슨은 23세 때 인도 고무를 사용해 속이 공기로 채워진 공기 타이어를 개발, 특허를 취득했다. 그 후 톰슨은 런던의
광장에서 많은 관중과 기자들을 모아놓고 공기 타이어가 부착된 마차를 타면서 시연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자전거와 자동차가 나오지 않은
때라 그가 만든 공기 타이어를 제대로 응용할 수 있는 곳은 마차뿐이었다. 또한 타이어 제작에 필요한 얇은 고무도 부족해 그의 발명품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졌던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특허가 취소되었음에도 던롭이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끊임없는 연구와 강한 추진력 덕분이었다. 모든 타이어의 색이
검은 것은 고무와 결합했을 때 내구성을 증대시켜주는 카본 블랙이라는 혼합물을 섞기 때문이다. 카본 블랙은 던롭이 공기 타이어를 개발하던 중
우연히 발견해 1910년부터 처음 사용했다.
또한
던롭은 늘어나는 고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에 대규모 고무 농장을 경영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고무 생산국이 되었으며, 아시아의 숲이 바뀌었다.
U형의
딤플이 들어간 현대적 개념의 골프공을 최초로 생산한 이도 바로 던롭이다. 그는 타이어 제조에 사용되는 고무 중 가장 단단한 재질인 PBR을
사용해 45미터 이상 더 멀리 날아가는 던롭 골프공을 1909년 생산함으로써 골프용품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미래형
첨단 타이어로 진화 중
던롭의
공기 타이어를 응용한 미쉐린 타이어 등장 이후 자동차용 타이어는 지금까지 계속 진화하고 있다. 1915년 타이어에 일종의 뼈대인 ‘코드’가
사용됨으로써 하중을 견디는 중요한 역할과 함께 수명이 늘어나게 됐으며, 1949년에는 타이어 속에 튜브가 없는 ‘튜브레스(tubeless)’
타이어가 등장해 자동차가 더욱 안전해졌다.
1999년
독일의 BMW는 런-플랫(Run flat) 타이어를 처음 양산차에 적용함으로써 펑크가 나도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런-플랫
타이어로 인정받기 위해선 펑크가 나 공기가 다 빠진 상태에서도 시속 80㎞로 80㎞ 이상의 거리를 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런-플랫 타이어에는 중량이 늘어나고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1999년의 1세대 런-플랫 타이어는 중량이 일반 타이어의 130%였으며,
2005년 등장한 2세대 런-플랫은 125%, 2014년의 3세대 런-플랫은 120%까지 줄었다. 2017년쯤이면 중량이 일반 타이어 대비
110%로 줄고 승차감을 높인 4세대 런-플랫 타이어가 등장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전 세계 타이어 시장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런-플랫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타이어의 첨단 미래 기술은 각종 안전 센서를 장착해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타이어 상태 및 노면 상태, 노면 환경 등을 알려주는 스마트
타이어의 개발이다. 스마트 타이어는 주행 중 펑크 나기 전에 타이어 공기압을 운전자에게 알려주거나 기후 및 노면의 조건 등을 인식해 타이어
스스로 변화할 수 있게 된다.
공기를
주입하지 않는 ‘비공기입 타이어(Non-pneumatic Tire)’의 상용화도 멀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타이어는 폴리우레탄 소재로 만들어져
일반 타이어보다 가볍고 연료 소비 및 소음 발생을 최소화한 ‘한국 아이플렉스’라는 비공기입 타이어를 선보인 바 있다. 비공기입 타이어에는 공기가
없으니 던롭이 발명한 공기 타이어의 최대 약점인 펑크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Science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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