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5일 목성 궤도에 무게 4톤짜리 육각형 탐사선 한 대가 안착했다. 지구에서 발사돼 4년 11개월간 28억㎞를 비행한 끝에 도착한 탐사선의
이름은 주노다. 약 1년 8개월간 목성 주위를 37바퀴 회전하게 되는 주노의 주요 임무 중에는 목성에서의 특별한 수소 존재를 증명하는 일도
포함돼 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먼저 생겨난 원소로서 가장 흔한 물질이기도 하다. 우주에 존재하는 총 원자 수의 90%를 차지하며 전체 질량의 약 75%가
수소다. 태양은 수소 92%, 헬륨 8%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구의 물이나 화석연료,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 속에 수소가 포함되어 있다.
가스형
행성인 목성도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주노 탐사선이 목성에서 찾는 건 우리가 알고 있는 흔한 수소가 아니다. 목성 내부에 금속
상태로 존재하는 수소를 찾는 것이다. 목성이 가스형 행성임에도 강력한 자기장을 만드는 것은 바로 그 금속 수소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는 대개 기체 형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수소의 끓는점은 영하 252.8도로서, 영하 253도 이하에서는 액체 수소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1935년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유진 위그너와 힐러드 헌팅턴은 그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수소에 약 25만 기압의 높은 압력을 가하면
금속 상태가 된다고 주장했다.
보통
우리가 서 있는 땅에서 공기는 약 1기압의 압력으로 우리를 누르고 있다. 바다에서는 수심 10m를 내려갈 때마다 약 1기압씩 올라가게 되는데,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의 경우 1000기압이 넘는다. 거기에서는 큰 드럼통도 높은 압력으로 인해 음료수 캔 크기로 쪼그라들고 만다.
초고압력에서는
새로운 물질 형태로 변해
그러나
이보다 훨씬 높은 압력에서는 물질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존재한다. 산소의 경우 압력을 높여가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했다가 결국 반짝이는
금속이 된다. 목성 내부는 마리아나 해구보다 수백만 배나 압력이 더 높아 그처럼 금속 수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초고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수소에 300만 기압을 가하는 실험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수소는 금속이 아니라 그래핀처럼 얇은 판의 구조로 변해버리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도대체 얼마나 더 큰 압력을 가해야 금속 수소가 되는 것일까.
그런데
드디어 미국 하버드 대학의 연구진이 고체 상태의 금속 수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영하
267도의 극저온에서 약 495만 기압을 가하자 수소 기체가 금속으로 변환된 것.
연구진이
이처럼 높은 압력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한 장치는 끝이 뾰족한 두 개의 다이아몬드였다. 한쪽 다이아몬드의 끝은 물질을 가둘 수 있도록 조금 파여져
있는데, 그 사이에 수소 기체를 놓고 압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인 다이아몬드 사이에 실제로 가해지는 힘은 생각보다 그리 높진 않다. 하지만, 두 다이아몬드가 만나는 넓이가 매우 작으므로
거기서 가해지는 압력은 극히 높아진다. 실제로 연구진이 금속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수소는 지름 8㎛로서, 머리카락 굵기의 1/10
정도다.
수소
기체는 원자 한 쌍이 서로 결합한 분자 상태로서, 전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나 엄청난 압력으로 짜부라진 금속 수소는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가 격자모양으로 늘어선 곳을 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태로 변한다.
전기저항
제로의 초전도체
지구상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이 금속 수소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금속 수소는 전기 저항이 0인 초전도체이기 때문이다. 초전도체는 운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고속 자기부상열차와 전기자동차의 성능을 월등히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제로 저항을 가지는 초전도성 코일을 만들 수 있어
에너지 생산과 저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금속
수소는 외계 행성 탐험 등 우주에서의 인류 활동 영역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금속 수소를 만드는 데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만약 그것을 분자 수소로 다시 변환시키면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고, 그 에너지를 강력한 로켓 추진체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높은 압력이 사라지고 상온에서도 금속 수소가 그대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자신들이 제작한 금속 수소 샘플을
상압 및 상온 조건으로 되돌리는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단하긴
어렵지만 금속 수소는 압력이 사라져도 금속성을 유지할 만큼 준안정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큰 압력과 열을 가하면 흑연에서 다이아몬드가
형성되지만 압력과 열을 제거해도 다이아몬드 상태로 남아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수소 혁명’이란 저서에서 ‘수소는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는 약속어음’이라고 표현했다. 만약 금속 수소의 상용화가 성공할 경우
인류는 정말 엄청난 도약의 약속어음을 받게 된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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