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9일 목요일

산소 농도 0.5%만 떨어져도 숨쉬기 힘들대요

대기 중 산소 농도 21%로 일정
해양 식물, 전체 산소의 75%… 육지 식물, 나머지 25% 내뿜어
식물, 광합성 통해 영양분 얻고 수분·산소 공기 중으로 배출해요

최근 한낮 최고 기온이 30도에 이르는 등 초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졌어요. 공원의 나무들은 뜨거워진 햇볕을 받고 쑥쑥 자라며 신록(新綠·늦봄이나 초여름에 새로 나온 잎)을 뽐내고 있지요. 여러분은 나뭇잎을 햇빛에 비춰서 찬찬히 들여다본 적 있나요? 옅은 녹색 바탕의 잎에 줄기가 그물처럼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작고 둥근 얼룩이 많이 있을 거예요. 잎이 녹색을 띠게 하는 색소는 엽록소, 잎의 모양을 지탱하는 줄기는 잎맥, 둥근 얼룩 같은 구멍은 나뭇잎의 숨구멍이에요. 바로 이 셋이 정교한 광합성(光合成·녹색 식물이 빛 에너지를 이용해 탄수화물을 합성하는 과정) 공장을 가동하는 주인공이랍니다.

식물 광합성으로 산소·물·탄수화물 생산

햇빛을 받는 나뭇잎의 앞면은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매끈하고 딱딱한 껍질로 덮여 있어요. 그 아래 책상조직(柵狀組織·가늘고 긴 세포가 촘촘히 서 있는 울타리 조직)에는 엽록소를 함유한 엽록체가 채워져 있어요. 엽록소는 녹색 색소이기 때문에 햇빛을 모아줘요. 그래서 햇빛 에너지를 이용하는 광합성 활동은 엽록소가 있는 곳에서 일어나지요.

광합성 공장은 햇빛 에너지, 공기 중 이산화탄소, 뿌리가 흡수한 물, 영양소를 원재료로 사용해요. 생산품은 탄수화물과 산소 그리고 물이에요. 식물학자들은 이 광합성 작용을 6개의 이산화탄소와 12개의 물 분자가 햇빛 에너지와 반응하여, 결과적으로 탄수화물과 6개의 산소 그리고 6개의 물 분자를 만드는 공정이라고 설명하지요.

기사 관련 그래픽
▲ 그래픽=안병현
잎맥 속에는 뿌리에서 수분을 올려 보내는 물관과 광합성으로 얻은 영양분을 뿌리로 보내는 체관이 있어요. 또 잎 뒷면에 있는 숨구멍은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면서 광합성으로 생긴 부산물인 산소와 수분을 밖으로 내보내요. 이것을 증산(蒸散) 작용이라고 해요.

식물 입장에서 산소는 탄수화물을 생산하다 함께 만든 부스러기지요. 그러나 산소야말로 지구 상 모든 생명체에게 없어선 안 될 생명의 원천이에요. 70억 인류는 물론 지구 상의 모든 동물과 미생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호흡하며 산소를 쓰고 있어요. 게다가 우리는 매일 요리하고 난방을 하며 산소를 태워요.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도 산소를 소비해요. 심지어 쇠처럼 생명이 없는 물질도 산화(酸化·어떤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는 일)하면서 산소를 소모해요.

그런데 대기 중 산소 농도는 약 21%로 항상 거의 일정해요. 신기하지요? 바닷속 식물성 플랑크톤과 조류(藻類·물속에 살면서 뿌리, 줄기, 잎이 구별되지 않는 하등 식물)가 대기 중 산소의 75%를, 육상 식물이 나머지 25%를 보충해 준 덕분이에요.

우람한 느티나무 한 그루의 잎을 따다 모아 펼쳐 놓으면 테니스 코트 2개를 덮을 수 있대요. 아마존 열대우림의 모든 잎은 지구 표면을 두 번 이상 가릴 수 있고요. 이러한 잎 하나하나가 뿜어낸 산소 덕택에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가 숨 쉬는 셈이지요.

대기 중 산소 농도 해양·육지 식물이 관여

지금으로부터 6억년 전 지구에 처음으로 찾아온 빙하기가 끝났을 때였어요. 눈과 얼음으로 꽁꽁 얼었던 땅이 녹고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 나타나면서 산소 농도가 급등했어요. 그래서 지구 상의 동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대요.

지구에 식물이 부족해지면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떨어질까요? 지구 역사상 최악의 대멸종이라고 불리는 2억5100만년 전 '페름기 대멸종'이 바로 산소 부족의 악순환 때문에 생긴 일이었어요. 당시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바닷물 순환이 중단됐거든요. 심해에 공기가 공급되지 않자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던 바닷속 조류가 단체로 떼죽음을 당했어요. 그러자 지구에 산소가 극도로 부족해져 육상 척추동물들도 차례로 죽음을 맞았고, 결국 지구 전체 생물 종의 96%가 사라졌어요. 산소 부족은 그만큼 무서워요.

뒤이은 트라이아이스기(2억3000만~1억8000만년 전)에 공룡들은 부족한 산소 농도에 적응하기 위해 서서 걸었어요. 두 발로 서면 네 발로 엎드릴 때보다 가슴 속에 있는 폐로 숨 쉬기 편했기 때문이지요. 다행히 그다음 쥐라기(1억8000만~1억3500만년 전)에는 거대 식물이 등장해 산소 농도가 다시 높아졌고 먹이도 풍부해졌어요. 쥐라기엔 온갖 공룡들이 몸집을 키워 전성시대를 누렸지요.

매년 한반도 절반 크기의 녹지가 세계 지도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해요. 더 심각한 것은 산소의 4분의 3을 공급하는 바다가 황폐화되고 있다는 거지요.

보통 산소 농도가 21%에서 0.5%만 더 떨어져도 숨 쉬기 힘들다고 해요. 우리가 편히 숨 쉬려면 바다와 육지에 사는 식물들을 보호하고, 사막에도 꾸준히 나무를 심어야 한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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