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가·미래학자 커즈와일의 예측
"인공지능,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해 2045년 인류 지능 총합 넘어설 것"
무어의 법칙이 결국 깨졌듯이 '특이점' 시기 확신할 순 없지만 인공지능 시대 준비할 필요 있어요
"아니다. 우리 삶을 더 좋게 만들어줄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실리콘밸리의 젊은 천재 2명이 최근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됐어요. 누구 말이 맞을지는 모르죠.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것만큼은 사실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들보다 훨씬 전에 "인류는 인공지능과 결합해 새로운 인류로 탄생한다"고 예언한 사람이 있어요. 바로 '에디슨 이후 최고 발명가'로 불리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69)이죠. 그는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 2029년이 되면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고, 2045년엔 인공지능이 전체 인류 지능의 총합을 넘어서는 시점, 즉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고 2005년에 주장했어요. 그에 따르면 인간은 이후 인공지능과 결합해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게 되죠.
◇기술이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
현재 구글에서 인공두뇌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커즈와일은 지난 30년간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해왔는데요.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발명 등 그가 예언한 것은 대부분 맞아떨어졌어요. 그래서 가까운 미래 커즈와일이 예언한 대로 특이점이 올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 ▲ /그래픽=안병현
이런 예상이 나오게 된 것은 '무어의 법칙' 덕분이에요. 무어의 법칙은 인텔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에 발견했는데,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것이죠. 집적회로는 전기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초소형 전자 소자 시스템인데요.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는 핵심 부품이에요. 다시 말해 집적회로 성능이 일정한 시기마다 2배씩 증가한다면 컴퓨터 성능도 그만큼 좋아져요.
무어는 책상 위에 놓인 반도체 칩을 살피다가, 반도체 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가 일정하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트랜지스터는 신호를 키우거나 켜고 끄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 소자인데요. 칩 하나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가 많을수록 반도체 성능이 좋아져요. 1959년 트랜지스터가 처음 발명됐을 때는 트랜지스터 하나가 반도체 칩 하나로 쓰였어요. 그런데 1964년에는 칩 하나에 트랜지스터 32개가, 1965년에는 칩 하나에 64개가 들어가게 됐어요. 즉, 한 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는 2의 제곱만큼씩 증가하고 있었던 거예요. 무어는 집적회로의 복잡성은 앞으로도 이런 추세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죠. 실제로 1980년대 초반이 되자 인텔은 가로·세로 6㎜인 작은 칩 속에 트랜지스터 수십만 개를 쌓을 수 있는 기술을 갖췄어요.
물론 무어의 법칙이 애초 예상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건 아니에요. 무어는 반도체 집적도가 매년 2배씩 증가한다고 예측했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는 18개월로 늘어났거든요. 또 1990년대 중반부터는 18개월이 다시 2년으로 늘어났어요. 그리고 이 속도가 점차 느려지다가 결국 2016년 2월, 반도체 업계가 공식적으로 포기 선언을 하면서 무어의 법칙은 깨지게 됐어요.
◇인공지능 시대는 피할 수 없어
무어의 법칙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던 40년간 우리 삶은 크게 달라졌죠. 컴퓨터가 1~2년마다 2배씩 빨라졌고, 용량이 큰 데이터도 문제없이 저장하고 전송할 수 있게 됐어요. 스마트폰 하나로 온갖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도 빠르게 발전한 기술 덕분이에요.
이렇게 기술 발전이 가속화하는 현상을 커즈와일은 '수확 가속의 법칙'이라 불렀어요. 그는 생명공학이나 나노, 로봇 분야도 반도체 기술처럼 기하급수적 발전 속도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바둑으로 인간을 이길 수 있는 수준인 인공지능 기술이 폭발적 발전을 거듭해 2029년이면 이미 인간과 똑같은 수준이 되고, 2045년이 되면 인류 전체의 지능을 초월한다고 주장했어요. 이후 인간은 인공지능과 결합하는 길을 선택해 지금까지 인류와 전혀 다른 '포스트 휴먼'으로 탄생한다는 게 커즈와일이 주장한 핵심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으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여기에 대해서 커즈와일은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요. 인공지능은 앞으로 인류와 함께 살아가는 도구로 우리의 지적·신체적 한계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는 거예요. 우리 조상들이 무거운 돌을 옮기는 도구로 기중기를 만들어 썼듯이, 인류의 어려운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도구로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예컨대 모든 언어를 정확하게 번역해주는 인공지능이 탄생해 전 인류가 소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커즈와일이 예상하는 특이점이 정말 다가올지는 확신할 수 없어요.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데 부정적 견해를 밝힌 과학자도 많죠. 무어의 법칙이 결국 깨진 것처럼 인공지능의 특이점도 쉽게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고요.
작년 이세돌에게 한 판을 내준 알파고는 1년이 지난 지금 어떤 인간도 이기기 어려운 바둑 실력자로 인정받고 있어요. 최근엔 인공지능끼리 대화를 주고받는다거나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등 범상치 않은 소식도 들려와요. 2045년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하는 일은 없더라도,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할 준비는 필요해 보여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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