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1일 화요일

나침반과 지남차

대중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자주 사용하는 편리한 기능 중의 하나로, 위치 확인 및 지도를 통한 각종 안내 기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차량 내비게이션 등에 널리 쓰이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GPS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수신하여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원래 GPS는 미국 국방부에서 폭격의 정확성 등을 높이기 위해 군사용으로 개발하였으나, 이후 민간에서도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지구 상공에는 현재 6개의 백업용 위성을 포함하여 모두 30개의 GPS위성이 궤도를 돌고 있는데, 최소 3개의 GPS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수신하면 그 거리를 계산하여 자신의 좌표값을 구할 수 있다.
GPS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낯선 곳에서 길을 찾기를 위한 도구는 바로 나침반이었다. 오늘날에는 나침반만 사용하는 경우가 옛날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구의 남북을 가리켜서 방위를 알려주는 나침반은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는 탐험가나 먼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는 소중한 존재였다. 과거에 콜럼버스나 마젤란에 의한 신대륙 발견, 세계일주 항해 등도 나침반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므로 나침반은 인류의 역사를 바꿔 놓는 데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 셈이다.
18세기에 제작된 나침반. ⓒ Free Photo
18세기에 제작된 나침반. ⓒ Free Photo
이처럼 중요한 나침반을 누가 맨 처음 발명했는지 명확한 기록이 없어 최초 발명자를 알 수는 없지만, 나침반이 서양이 아니라 중국에서 발명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침반은 종이, 화약과 함께 중국이 자랑하는 ‘3대 발명품’ 중의 하나로 꼽힌다.
나침반의 기원과 관련해서 고대 중국의 문헌들을 살펴보면, 중국 후한(後漢)시대의 사상가 왕충(王充)이 서기 90년 경에 낸 논형(論衡)이라는 책에는 “국자를 물위에 띄워 놓으면 남쪽을 가리키면서 멈춰 선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4세기경 갈홍(葛洪)이라는 사람이 쓴 포박자(抱朴子)라는 책에는, “철로 된 바늘에 머릿기름을 발라서 가만히 물위에 놓으면, 바늘을 물위에 띄울 수 있다.” 라는 대목이 나온다. 위 책들은 근대적인 의미의 과학에 관한 저서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그것이 곧 나침반 발명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는 힘들겠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11세기에 송(宋)나라의 심괄(沈括)이 쓴 몽계필담(夢溪筆談)에는 자석의 바늘이 남북을 가리키는데 진북(眞北)과 자북(磁北)이 다르다는 것이 기술되어 있다. 또한 당시 사람들은 자석바늘을 물위에 띄워서 방향을 알아보았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서, 나침반은 11세기 이전에 중국에서 발명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또한, 12세기에 쓰여 진 평주가담(萍州可談)이라는 책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 밤에는 지남침을 보면서 항해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러한 나침반을 이용한 항해기록은 서유럽이나 다른 지역의 기록보다 훨씬 앞서는 것이다.
약 12세기경에 유럽에서는 ‘아라비아 사람들은 바늘같이 생긴 자석을 밀집에 꽂아 물위에 띄워서 북쪽을 알아낸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졌는데, 따라서 그 무렵에 중국의 나침반이 이술람의 선원들에 의해 서유럽에도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서, 나침반은 아니지만 방위를 알려주는 장치로서 지남차(指南車)라는 것이 있다. 나침반의 주요 구성물인 자석을 일명 지남철(指南鐵)이라 부르는 것으로 보아서, 지남차도 속에 자석이 장치되어 있어서 항상 남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 쉬운데, 사실은 지남차는 나침반이나 자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한다.
중국의 고대 문헌에 나오는 지남차. ⓒ Free Photo
중국의 고대 문헌에 나오는 지남차. ⓒ Free Photo
지남차의 제작과 관련해서, 고금주(古今注)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소개되고 있다. 중국의 역사시대 이전, 이른바 삼황오제(三皇五帝)시대의 전설상의 임금인 황제(黃帝)가 나라를 다스릴 때, 한번은 치우(蚩尤)와 전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치우의 군사와 황제의 군사가 한 들판에서 서로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일 무렵, 치우가 연막을 만들어 피움으로써 황제 군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한다. 황제의 군사들은 방향을 잃고 헤매다가, 황제가 지남차를 만들어서 항상 남쪽을 가리켜 줌으로써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전한다.
또한 기원전 12세기경 주나라의 주공(周公)이 지남차를 발명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이 역시 크게 믿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지남차의 발명자 내지는 제작자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삼국시대의 마균(馬鈞), 한나라의 장형(張衡), 진(晉)나라의 구순(區純) 등이 있고, 유명한 수학자 조충지(祖沖之; 429-500)도 지남차를 만들거나 개량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중국 역사상 이름난 과학자나 기술자가 다 한 번씩 지남차를 만들어 보았다는 셈인데, 그만큼 논란거리가 되어왔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송사(宋史) 여복지(輿服志)에는 지남차의 구조가 기록되어 있는데, 수레 위에 수직으로 세워 놓은 목제인형이 톱니바퀴 장치에 의하여 늘 남쪽만을 가리키는 것이지, 속에 자석이나 나침반이 장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오늘날의 정설이다.
영어로 ‘Compass’라고 불리는 나침반의 어원은 라틴어의 ‘Compassus’로서, 이는 ‘원을 방위로 분할한다.’는 의미이다. 자침과 방위표를 하나로 만들어서 운반이 가능한 나침반은 14경에 이탈리아에서 제작되었는데, 오늘날과 같은 모양의 나침반은 19세기 후반에 켈빈(Kelvin)경이라고도 불리는 영국의 물리학자 톰슨(William Thomson; 1824-1907)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나침반이 지구의 남북을 가리키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한 사람은 16세기 영국의 물리학자인 길버트(William Gilbert; 1540-1603)이다. 그는 자석에 철 조각을 문질러서 인공적인 자석을 만든 바 있고, 나침반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는 이유는 지구가 자기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는데, 즉 지구 자체가 일종의 커다란 자석이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자북과 진북이 다르므로 극지방의 탐험이나 더욱 정밀한 방위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지구 자기를 이용한 나침반은 적합하지 않다. 이 경우에는 독일 사람인 안쉬츠(Herman Anschutz; 1872~1931)가 1906년에 자이로의 성질을 응용하여 창안한 전륜 나침반, 즉 ‘자이로컴퍼스(Gyrocompass)’가 매우 유용한데, 그동안 대형 선박 등에 널리 장착되어 사용되고 왔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자이로스코프의 축에 추를 달면, 지구의 자전에 영향을 받아 자이로스코프의 축은 자동적으로 지구의 자전축, 즉 진북 방향을 가리키게 되는데 그 힘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또한 자기 나침반과는 달리 편차도 없고 철강으로 된 선박의 자체 자력 등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GPS 위성을 통한 위치확인과 항법시스템 등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전통적인 나침반은 갈수록 쓰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침반이 인류 문명의 발전에 미친 영향은 영원히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선박에 장착된 자이로컴퍼스. ⓒ Free Photo
선박에 장착된 자이로컴퍼스. ⓒ Free Photo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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