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찰의 과학

자동차는 조금 심하게 과장하면(?) 지구를 뒤로 밀며 앞으로 전진한다. 자동차 바퀴와 지면 사이 마찰력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얻는 것이다.

마찰력은 물체 운동을 방해하는 힘으로, 운동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자동차가 바퀴를 매개로 해 동력을 얻기 때문이다. 즉 바퀴 운동방향이 뒤쪽으로 작용하면 힘은 그 반대방향인 앞으로 작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동차는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바퀴 접지면 마찰력에 비례해 자동차 추진력은 높아진다. 도로 재질도 마찰계수가 굉장히 높은 고무와 아스팔트를 사용해 자동차 추진력을 극대화한다. 

마찰력은 크게 정지 마찰력과 운동 마찰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정지 마찰력이 운동 마찰력보다 힘이 더 크다. 그 이유는 물체가 정지해있을 때 물체 표면과 지면의 울퉁불퉁한 분자들이 서로 엉켜 잘 떨어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멈춰 있는 자동차를 밀 때 큰 힘을 줘도 밀리지 않다가 막상 밀리기 시작하면 수월하게 자동차를 굴릴 수 있는 것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타이어 외에도 자동차 내부 곳곳에서 마찰을 이용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페달은 표면이 사포처럼 까칠까칠하게 돼 있거나 격자로 홈이 파여 있다. 이는 신발 밑바닥과 페달과의 정지 마찰력을 최대한으로 높여 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스티어링휠 가장자리에는 가죽이 봉합된 부분을 그대로 둬 손바닥과 가죽표면의 정지 마찰력을 높이고, 손이 헛돌지 않도록 한다. 

자동차는 마찰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지만, 반대로 마찰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부분도 있다. 특히 엔진 동력을 전달하는 파워트레인은 각종 윤활유를 사용해 표면과 표면 사이를 얇은 기름 막으로 덮어 마찰을 최소화한다. 마찰이 일어나면 대부분의 경우 열이 발생하는데, 마찰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엔진 구동력이 마찰열로 빠져나가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찰열은 때로 온도가 수 백 도(℃)에 육박하기도 한다.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급제동할 때 도로 위에 선명한 스키드마크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타이어 고무 분자들이 마찰열에 의해 녹아 도로 위에 눌러 붙은 것이다. 

마찰은 자동차에 굉장히 모순적인 존재다. 마찰이 없어야 자동차 구동력이 온전히 전달돼 효율이 높아지지만, 동시에 마찰이 아예 없다면 바퀴가 헛돌며 앞으로 전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마찰은 ‘정반합’의 과학이자 기술인 셈이다.

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