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8일 토요일

가을 하늘 왜 푸를까 빛의 산란현상 때문


이맘때 고향 들녘에 누렇게 익은 곡식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더욱 탐스럽게 보일 것이다. 가을 하늘이 유난히 파란 것은 왜일까? 

햇빛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시광선이 질소나 산소 같은 공기 분자에 반사된 뒤 흩어지는 산란(散亂) 현상 때문이다. 빛의 파장(波長)이 짧을 수록 산란이 잘 일어나는데, 일곱 가지 무지개 색깔의 가시광선 중 파란빛이 빨간빛보다 더 파장이 짧기 때문에 하늘이 파랗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파장이 가장 짧은 것은 보라색이지만, 보라색은 빛의 양이 극히 적은 데다 사람들의 눈은 파란색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에 보라색 대신 파란색을 띠게 된다. 영국 물리학자인 레일리(Rayleigh)가 이런 현상을 규명해 ‘레일리 산란’이라고 부른다.

공기 분자보다 더 큰 미세먼지나 수증기 같은 입자가 공기 중에 많이 있을 경우엔 ‘미 산란’이 일어난다. 독일의 물리학자인 구스타프 미(Mie)가 이를 밝혀냈다. 이 때는 전(全) 파장의 영역에서 산란이 일어나, 모든 가시광선이 서로 섞이기 때문에 하늘이 뿌옇거나 회색으로 보이게 된다. 미 산란은 기온이 높아져 수증기가 많이 발생하는 여름에 주로 일어난다. 따라서 가을 하늘이 유난히 파란 것은, 여름철 잦은 비가 공기 중의 오염물질을 깨끗이 씻어 내린 데다, 선선한 바람에 밀려 축축한 공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가을철의 맑은 날씨는 ‘블로킹(blocking·저지) 고기압’과 관련돼 있다. 기상학에선, 고기압이 어느 지역에 2주 이상 머물러 있을 때 그 고기압을 블로킹 고기압이라고 일컫는다. 비를 뿌리는 저기압이나 기압골은 방패처럼 버티고 선 블로킹 고기압에 가로막혀 그 지역을 통과하지 못하게 된다. 맑은 날씨가 나타나는 건 이 고기압 덕분인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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