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병원균에 대한 면역력 키워… 질병 예방뿐 아니라 전염도 막아
예방접종 거부하는 국내외 단체들 "백신이 뇌 손상·자폐증 일으킨다"… 검증 결과 거짓으로 밝혀졌어요
눈물을 쏙 빼는
따끔한 주사, 정말로 싫지만 반드시 맞아야 할 때가 있어요. 바로 예방접종을 할 때인데요. 예방접종은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백신을 맞아 그
병에 대한 저항성을 기를 수 있게 돕는 예방법이에요. 그런데 최근 백신을 거부하는 엄마들이 나타났어요.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에 가입한 엄마들은 백신이 뇌 손상, 자폐증, 수은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해요. 이들의 주장대로 백신은 정말로 위험한
존재일까요?
◇백신은 안전하다!
백신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797년 영국이에요. 당시 전염병인 천연두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었는데요.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1749~1823)는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발견합니다. 소의 젖을 짜다가 천연두와 비슷한 '우두'에 감염됐던 사람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제너는 우두에 걸린 소의 고름을 사람에게 주사해 우두에 걸리게 했어요. 우두 주사를 맞은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죠.
제너는 우리 몸의
'기억 면역'을 이용해 천연두를 예방한 거예요. 면역 세포들은 어떤 질병과 전투를 치르고 나면 그 질병의 약점을 기억해뒀다가 다시 그 질병이
들어왔을 때 약점을 공략해 쉽게 물리쳐요. 제너 이후 백신 개발자들은 이를 역이용해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아주 약한 상태 또는 그 병과
유사한 다른 질병으로 만들어서 주사해요. 우리 몸이 그 병에 대한 훈련을 하면 진짜 질병이 침입했을 때 쉽게 물리칠 수
있답니다.
아무리 약해진 병원균이라 해도 몸에 해로운 병원균을 주사로 맞는 것이 찜찜할 수 있어요. 백신이 위험하다는 소문도 이런 거부감 때문에 생겨났죠. 1970년대에 영국에서 처음 백신이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1998년에는 자폐증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나타났어요.
하지만 백신이 위험하다는 주장은 모두 거짓입니다. 먼저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 유럽의 백신 예방접종 거부 단체가 조작한 거짓말이었어요. 해당 결과가 출판됐던 학술지는 이 사실을 알고 논문을 철회했어요. 이뿐만 아니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70만명 이상의 아동을 추적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백신 내의 수은이나 알루미늄이 체내에서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백신에 사용되는 수은은 체내에서 쉽게 배출이 되는 종류이며 최근에는 수은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백신도 많아요. 알루미늄도 아주 소량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없어요. 생후 6개월 된 아이가 권장 접종을 모두 받았을 때 체내에 들어오는 알루미늄 양은 같은 기간 동안 모유나 분유로 먹는 알루미늄 양보다 훨씬 적을 정도예요.
◇집단 면역의 효과
백신이 위험하다는 주장을 믿는 부모는 다른 사람의 아이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요. 백신은 기억 면역을 이용해 질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집단 전체의 면역력을 유지해 질병이 전파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어요. 질병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사람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하죠. 만약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한다면 매개체가 없기 때문에 사람 사이로 질병이 전염되기가 매우 힘들어요. 집단 면역이 활성화되면 미처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사람도 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낮아져요.
최근 미국에서 집단 면역이 무너진 사례가 있었죠. 미국은 2000년대 초반 백신 접종으로 홍역 바이러스를 소멸시켰다고 선포한 바 있어요. 그런데 2015년 1월 서부 지역에서 수백 명 이상이 홍역에 감염됐어요. 디즈니랜드에서 처음 발병했기 때문에 '디즈니 홍역 사태'라고 불려요. 미국에서도 '안아키'와 비슷한 반(反)백신 운동이 진행 중인데, 이 운동의 영향으로 홍역 백신 접종 비율이 많이 낮아진 상태예요. 당시 위험에 노출된 사람 중 백신 접종을 받은 이들의 비율이 최저 50%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만약 집단 면역이 형성된 상태였다면 디즈니 홍역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암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을까
백신은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질병 예방법이에요. 하지만 모든 질병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대표적인 예가 해마다 수십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예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는 전염병이지만 뚜렷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예방법이 없었어요. 최근에 들어서야 세계 최초의 말라리아 백신이 임상시험을 통과해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는데요.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개발한 백신은 내년부터 케냐·가나·말라위에 보급될 예정이에요.
말라리아 백신 개발이 이렇게 늦어진 것은 정확한 목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백신을 만들 때 너무 강하게 만들면 오히려 질병이 우리 몸을 위협할 수도 있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병원균의 일부만을 떼어서 최적의 백신을 만들어요. 말라리아 백신은 오랫동안 여러 후보를 테스트해 최근에야 최적의 후보를 찾아낼 수 있었답니다. 에볼라·에이즈 등 다른 전염병 백신도 현재 개발 중이거나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요. 암을 백신으로 치료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답니다. 만약 이런 노력이 성공한다면 질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조선일보
예방접종 거부하는 국내외 단체들 "백신이 뇌 손상·자폐증 일으킨다"… 검증 결과 거짓으로 밝혀졌어요
◇백신은 안전하다!
백신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797년 영국이에요. 당시 전염병인 천연두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었는데요.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1749~1823)는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발견합니다. 소의 젖을 짜다가 천연두와 비슷한 '우두'에 감염됐던 사람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제너는 우두에 걸린 소의 고름을 사람에게 주사해 우두에 걸리게 했어요. 우두 주사를 맞은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죠.
- ▲ /그래픽=안병현
아무리 약해진 병원균이라 해도 몸에 해로운 병원균을 주사로 맞는 것이 찜찜할 수 있어요. 백신이 위험하다는 소문도 이런 거부감 때문에 생겨났죠. 1970년대에 영국에서 처음 백신이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1998년에는 자폐증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나타났어요.
하지만 백신이 위험하다는 주장은 모두 거짓입니다. 먼저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 유럽의 백신 예방접종 거부 단체가 조작한 거짓말이었어요. 해당 결과가 출판됐던 학술지는 이 사실을 알고 논문을 철회했어요. 이뿐만 아니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70만명 이상의 아동을 추적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백신 내의 수은이나 알루미늄이 체내에서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백신에 사용되는 수은은 체내에서 쉽게 배출이 되는 종류이며 최근에는 수은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백신도 많아요. 알루미늄도 아주 소량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없어요. 생후 6개월 된 아이가 권장 접종을 모두 받았을 때 체내에 들어오는 알루미늄 양은 같은 기간 동안 모유나 분유로 먹는 알루미늄 양보다 훨씬 적을 정도예요.
◇집단 면역의 효과
백신이 위험하다는 주장을 믿는 부모는 다른 사람의 아이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요. 백신은 기억 면역을 이용해 질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집단 전체의 면역력을 유지해 질병이 전파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어요. 질병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사람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하죠. 만약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한다면 매개체가 없기 때문에 사람 사이로 질병이 전염되기가 매우 힘들어요. 집단 면역이 활성화되면 미처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사람도 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낮아져요.
최근 미국에서 집단 면역이 무너진 사례가 있었죠. 미국은 2000년대 초반 백신 접종으로 홍역 바이러스를 소멸시켰다고 선포한 바 있어요. 그런데 2015년 1월 서부 지역에서 수백 명 이상이 홍역에 감염됐어요. 디즈니랜드에서 처음 발병했기 때문에 '디즈니 홍역 사태'라고 불려요. 미국에서도 '안아키'와 비슷한 반(反)백신 운동이 진행 중인데, 이 운동의 영향으로 홍역 백신 접종 비율이 많이 낮아진 상태예요. 당시 위험에 노출된 사람 중 백신 접종을 받은 이들의 비율이 최저 50%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만약 집단 면역이 형성된 상태였다면 디즈니 홍역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암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을까
백신은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질병 예방법이에요. 하지만 모든 질병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대표적인 예가 해마다 수십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예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는 전염병이지만 뚜렷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예방법이 없었어요. 최근에 들어서야 세계 최초의 말라리아 백신이 임상시험을 통과해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는데요.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개발한 백신은 내년부터 케냐·가나·말라위에 보급될 예정이에요.
말라리아 백신 개발이 이렇게 늦어진 것은 정확한 목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백신을 만들 때 너무 강하게 만들면 오히려 질병이 우리 몸을 위협할 수도 있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병원균의 일부만을 떼어서 최적의 백신을 만들어요. 말라리아 백신은 오랫동안 여러 후보를 테스트해 최근에야 최적의 후보를 찾아낼 수 있었답니다. 에볼라·에이즈 등 다른 전염병 백신도 현재 개발 중이거나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요. 암을 백신으로 치료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답니다. 만약 이런 노력이 성공한다면 질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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