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1일 화요일

여전히 신비로운 지구의 위성, 달

지난 5월 하순 무렵,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평소보다 가까워지는 이른바 ‘슈퍼 문’ 현상으로 인하여 조석간만의 차이가 커지고 저지대의 침수 주의보가 내린 적이 있다. 보름달이 뜨는 음력 15일 무렵이 아니라, 실은 월 초의 삭(朔) 기간이어서 실제로 달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지구에 미치는 조석력은 보름달처럼 커지게 마련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지구의 위성 달. ⓒ Free Photo
우리에게 친숙한 지구의 위성 달. ⓒ Free Photo
달은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이다.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동양에 비해 달, 특히 보름달을 불길하고 사악하거나 두려운 존재로 인식해 온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정월 대보름, 팔월 한가위 등 풍요를 상징하고 기원하는 명절과 세시풍속들의 상당수가 보름달과 관련이 있다.
달 표면의 그림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달에 ‘옥토끼와 계수나무’가 있다고 생각해 왔으며 중국이나 일본, 그 밖의 다른 아시아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전해진다.
일본의 전래 동화로서 달나라 공주가 인간세계에 왔다가 다시 달로 돌아간다는 이른바 ‘가구야 공주 이야기(かぐや姫の物語)’가 유명한데,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도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지난 2007년에 성공적으로 발사된 일본의 첫 달 탐사 우주선의 정식 명칭은 셀레네(SELENE: Selenological and Engineering Explorer)이지만, 동화에서 따론 ‘가구야(かぐや)’라는 애칭을 더 많이 불렸다. 중국 역시 자국의 달 탐사선 이름을 달에 산다는 중국 설화 속의 선녀를 따서 ‘창어(嫦娥)’라고 지은 바 있다.
발광 현상이 관측된 바 있는 달 표면의 크레이터 아폴로15호 촬영. ⓒ Free Photo
발광 현상이 관측된 바 있는 달 표면의 크레이터 아폴로15호 촬영. ⓒ Free Photo
달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여러 가지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최초의 달력인 태음력은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공전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록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태양력을 채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 날짜는 곧 밀물과 썰물, 조석간만의 차이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
달이 지구에 미치는 조석력은 태양이 미치는 것보다 2배 정도 강하다. 이로 인해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 동식물들의 생체 주기 중 상당수가 영향을 받는다. 거북들이 보름달이 뜨는 때에 알을 낳으려 해변으로 올라오는가 하면, 바다생물들의 생체시계도 달의 변화에 맞추어져 있다. 월경(月經)으로 표현되는 여성들의 생리 주기가 약 28-29일 정도로 달의 공전주기와 거의 일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구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크기가 거의 비슷한 해와 달이 하나씩 떠있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대단히 신비로운 측면들이 많다. 먼저 달은 반지름이 지구의 약 1/4 정도로, 지구의 위성으로 보기엔 너무 크다.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이었다가 왜행성으로 격하된 명왕성보다 더 크다. 다른 태양계 위성들은 반지름이 모행성의 수십 분의 일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 설화에 나오는 달의 선녀 창어. ⓒ Free Photo
중국 설화에 나오는 달의 선녀 창어. ⓒ Free Photo
또한 태양의 반지름은 지구의 100배 정도가 되므로, 달보다는 400배 정도가 큰 셈이다. 그런데 지구로부터 태양까지의 거리 1억 5천만 km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인 약 38만 km보다 400배가량 먼 정도여서, 지구에서는 태양과 달이 거의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이로 인하여 달의 그림자가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날 수 있는데, 지구에서 가장 잘 보이는 두 천체가 이처럼 크기가 거의 같아 보일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보면 극히 낮은 것으로서, 우연치고는 매우 신기한 일이다. 그러나 광활한 우주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신기하고 경이로운 일들도 많으므로, 해괴한 신비주의적 설명이나 비과학적인 해석에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할 것이다.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에 의한 인간의 달 착륙이 모두 교묘하게 조작된 사기극이었다는 황당한 주장이 제기된 지 오래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가끔씩 반복되면서 논란을 일으키곤 한다. 물론 터무니없는 음모론 식의 주장에 대중들이 지나치게 현혹되는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 그 배경으로서 달에 대해 우리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로서 달의 지진인 월진(月震)이나 화산, 달에서 갑작스럽게 빛이 나는 발광현상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달에는 물이 없다는 종래의 통념과는 달리, 달의 극지방에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관련 탐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들어 여러 나라가 달 탐사 위성과 무인 착륙선 등을 앞 다퉈 보내면서 한동안 답보 상태에 있었던 달 관련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는데, 이 연구가 진전되면 그동안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달의 형성 및 진화 과정의 규명 등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가구야탐사선이 찍은 달 표면. ⓒ Free Photo
일본 가구야탐사선이 찍은 달 표면. ⓒ Free Photo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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