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을 유유자적 흐르듯 헤엄치는 해파리를 닮은 비행 로봇, 공기의 흐름을 타며 날아가는 갈매기의 날개 짓을 본 따 만든 갈매기 로봇, 촉수를 움직이는 문어에게 얻은 아이디어로 만든 문어로봇 등 인간은 자연의 세계에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내고 있다.
지난 8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펼쳐진 ‘제 21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에서는 동물을 닮은 생체모방공학 로봇들이 등장했다.
겉보기에는 비닐 풍선같이 둥그런 몸체의 로봇이 상하로 촉수를 움직이며 하늘을 비행했다. 언뜻 보기에는 갈매기를 닮은 드론도 하늘을 날아올랐다.
로봇이 자연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자연이 창조한 세계를 엿보고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왜 로봇에 자연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일까.
자연을 닮아가는 로봇 공학, 신의 손길을 따라가는 인간의 창조 능력
갈매기로봇과 해파리 로봇을 만들어 전시한 독일의 로봇 제조사 훼스토(Festo) 그룹은 바다 속을 헤엄치는 해파리에게서 비행체의 추진원리를 배웠다. 공기 저항에서 자유로운 갈매기에게도 배울 점이 있었다.
훼스토 그룹의 생체모방형 로봇 사업은 개미 로봇으로 시작해 캥거루 로봇, 잠자리 로봇, 문어 로봇, 코끼리 로봇 등으로 확장, 발전해가고 있다.
생체 모방형 로봇(Biomimetics Robot)이란 지구상의 존재하는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특성을 모방해 만든 로봇을 말한다. 동물은 물론 식물과 곤충 등이 다 포함된다.
뱀은 대표적인 생체 모방 로봇이다. 여러 개의 작은 모듈을 연결하는 ‘폴리’ 형태가 많다. 이러한 형태는 뱀처럼 좁은 길을 갈 수도 있고 평지를 갈 때는 고리 모양으로 변신해 바퀴처럼 빠르게 굴러갈 수 있다. 뱀의 특성을 살리면서 로봇의 장점도 살린 셈이다.
말이나 치타 등 인간보다 빠르게 달리는 동물을 본떠 만든 ‘다족형’도 많다. 이 로봇들은 인간 보다 빨리 달리며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 투입되거나 군사용으로 사용된다.
사실 생체 모방 로봇은 군사 목적을 위해 오래 전부터 개발되어 왔다. 미국의 국방고등연구본부(DARPA)와 해군연구소(ONR)은 생체 모방 로봇에 오래전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해왔다. 동물 및 곤충이 가진 훌륭한 동작 및 구조가 장기간 군사 작전에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새나 곤충형 로봇은 특성상 작은 몸체를 가지고 있어 은밀하게 적지를 감시하는데 최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지난 2015년에 국내 연구진에 의해 탄생한 ‘소금쟁이 로봇’은 소금쟁이만의 특수한 능력을 표방해 개발한 쾌거이다.
조규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팀은 자신의 몸길이 보다 7배 높은 거리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소금쟁이의 ‘표면 장력 능력’을 눈여겨보다가 이를 로봇에 적용시켰다. 소금쟁이 로봇은 작으면서 가볍게 높은 거리를 도약할 수 있어 특수한 환경에서의 임무 적용이 가능하다.
곤충은 생체 모방 로봇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작지만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곤충들이 그 대상이다. 박훈철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와 변도영 항공우주공학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장수풍뎅이 모방 로봇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장수풍뎅이는 자신의 몸무게 대비 넓은 날개 면적을 가지고 있다. 보통 다른 곤충 보다 5배 가량 많다. 수많은 곤충 중에서 왜 장수풍뎅이를 연구하게 된 것 일까. 박 교수팀은 날개 면적이 많은 만큼 더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장수풍뎅이는 다른 곤충과는 다르게 겉날개가 있어 속 날개와 조화를 이루며 비행을 한다. 날갯짓만으로 자세제어가 가능하다는 특성이 로봇 개발에 반영되어 정찰용이나 재난 방지용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투어 자연을 닮은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
독일의 로봇 제조사 훼스토측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생명체에 담긴 우수한 특성’을 생체 모방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로 꼽았다. 인간 보다 특정한 부분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동식물들을 IT 기술로 구현해보겠다는 뜻이다.
생체의 우수한 비밀은 ‘효율성’에 있다. 새와 곤충은 몸집은 작지만 적은 에너지만을 사용하며 비행하기 때문에 기존 인간의 헬기나 전투기 등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기에 적합하다.
무엇보다 자연을 모방하는 로봇을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는 이미 효과가 입증된 우수한 생물체의 특성만을 벤치마킹함으로써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훼스토는 코끼리와 문어의 움직임을 결합시켜 만든 ‘바이오닉 모션 로봇(Bionic Motion Robot)’을 상용화 시켜 선보였다. 코끼리 코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문어의 빨판처럼 강력하게 물건을 잡아 올리는 생명체의 특성을 융합한 사례이다.
바이오닉 모션 로봇처럼 최근에는 생체 모방 로봇의 외관도 부드러워지고 있다. 딱딱한 금속 재질의 외형을 진짜 생명체와 유사하게 소프트하게 바꾸는 것이다. 소프트 로봇은 실리콘이나 고강도 섬유 소재, 고무 등을 사용해 유연한 몸체를 자랑한다.
소프트 로봇은 가볍고 유연한 특성을 살려 사회 전반에 걸쳐 다각도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의 육중하고 둔탁한 강철 재질이 아닌 부드러운 재질로 인간과 함께 작업할 때에도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외과 수술을 할 때나 공장에서 인간을 돕는 역할도 소프트 생체 모방 로봇이 맡는다면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다.
로봇이 인간과 함께 공존하며 협력해야될 존재로 부각되면서 앞으로 생체 모방 로봇 분야 중 하나인 소프트 로봇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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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펼쳐진 ‘제 21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에서는 동물을 닮은 생체모방공학 로봇들이 등장했다.
겉보기에는 비닐 풍선같이 둥그런 몸체의 로봇이 상하로 촉수를 움직이며 하늘을 비행했다. 언뜻 보기에는 갈매기를 닮은 드론도 하늘을 날아올랐다.
로봇이 자연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자연이 창조한 세계를 엿보고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왜 로봇에 자연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일까.
자연을 닮아가는 로봇 공학, 신의 손길을 따라가는 인간의 창조 능력
갈매기로봇과 해파리 로봇을 만들어 전시한 독일의 로봇 제조사 훼스토(Festo) 그룹은 바다 속을 헤엄치는 해파리에게서 비행체의 추진원리를 배웠다. 공기 저항에서 자유로운 갈매기에게도 배울 점이 있었다.
훼스토 그룹의 생체모방형 로봇 사업은 개미 로봇으로 시작해 캥거루 로봇, 잠자리 로봇, 문어 로봇, 코끼리 로봇 등으로 확장, 발전해가고 있다.
생체 모방형 로봇(Biomimetics Robot)이란 지구상의 존재하는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특성을 모방해 만든 로봇을 말한다. 동물은 물론 식물과 곤충 등이 다 포함된다.
뱀은 대표적인 생체 모방 로봇이다. 여러 개의 작은 모듈을 연결하는 ‘폴리’ 형태가 많다. 이러한 형태는 뱀처럼 좁은 길을 갈 수도 있고 평지를 갈 때는 고리 모양으로 변신해 바퀴처럼 빠르게 굴러갈 수 있다. 뱀의 특성을 살리면서 로봇의 장점도 살린 셈이다.
말이나 치타 등 인간보다 빠르게 달리는 동물을 본떠 만든 ‘다족형’도 많다. 이 로봇들은 인간 보다 빨리 달리며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 투입되거나 군사용으로 사용된다.
사실 생체 모방 로봇은 군사 목적을 위해 오래 전부터 개발되어 왔다. 미국의 국방고등연구본부(DARPA)와 해군연구소(ONR)은 생체 모방 로봇에 오래전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해왔다. 동물 및 곤충이 가진 훌륭한 동작 및 구조가 장기간 군사 작전에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새나 곤충형 로봇은 특성상 작은 몸체를 가지고 있어 은밀하게 적지를 감시하는데 최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지난 2015년에 국내 연구진에 의해 탄생한 ‘소금쟁이 로봇’은 소금쟁이만의 특수한 능력을 표방해 개발한 쾌거이다.
조규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팀은 자신의 몸길이 보다 7배 높은 거리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소금쟁이의 ‘표면 장력 능력’을 눈여겨보다가 이를 로봇에 적용시켰다. 소금쟁이 로봇은 작으면서 가볍게 높은 거리를 도약할 수 있어 특수한 환경에서의 임무 적용이 가능하다.
곤충은 생체 모방 로봇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작지만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곤충들이 그 대상이다. 박훈철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와 변도영 항공우주공학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장수풍뎅이 모방 로봇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장수풍뎅이는 자신의 몸무게 대비 넓은 날개 면적을 가지고 있다. 보통 다른 곤충 보다 5배 가량 많다. 수많은 곤충 중에서 왜 장수풍뎅이를 연구하게 된 것 일까. 박 교수팀은 날개 면적이 많은 만큼 더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장수풍뎅이는 다른 곤충과는 다르게 겉날개가 있어 속 날개와 조화를 이루며 비행을 한다. 날갯짓만으로 자세제어가 가능하다는 특성이 로봇 개발에 반영되어 정찰용이나 재난 방지용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투어 자연을 닮은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
독일의 로봇 제조사 훼스토측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생명체에 담긴 우수한 특성’을 생체 모방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로 꼽았다. 인간 보다 특정한 부분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동식물들을 IT 기술로 구현해보겠다는 뜻이다.
생체의 우수한 비밀은 ‘효율성’에 있다. 새와 곤충은 몸집은 작지만 적은 에너지만을 사용하며 비행하기 때문에 기존 인간의 헬기나 전투기 등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기에 적합하다.
무엇보다 자연을 모방하는 로봇을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는 이미 효과가 입증된 우수한 생물체의 특성만을 벤치마킹함으로써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훼스토는 코끼리와 문어의 움직임을 결합시켜 만든 ‘바이오닉 모션 로봇(Bionic Motion Robot)’을 상용화 시켜 선보였다. 코끼리 코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문어의 빨판처럼 강력하게 물건을 잡아 올리는 생명체의 특성을 융합한 사례이다.
바이오닉 모션 로봇처럼 최근에는 생체 모방 로봇의 외관도 부드러워지고 있다. 딱딱한 금속 재질의 외형을 진짜 생명체와 유사하게 소프트하게 바꾸는 것이다. 소프트 로봇은 실리콘이나 고강도 섬유 소재, 고무 등을 사용해 유연한 몸체를 자랑한다.
소프트 로봇은 가볍고 유연한 특성을 살려 사회 전반에 걸쳐 다각도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의 육중하고 둔탁한 강철 재질이 아닌 부드러운 재질로 인간과 함께 작업할 때에도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외과 수술을 할 때나 공장에서 인간을 돕는 역할도 소프트 생체 모방 로봇이 맡는다면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다.
로봇이 인간과 함께 공존하며 협력해야될 존재로 부각되면서 앞으로 생체 모방 로봇 분야 중 하나인 소프트 로봇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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