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9일 목요일

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현재론 거대 충돌설 유력"


달의 탄생]

인류가 발을 디딘 유일한 천체 '달'
포획·분리 등 여러 탄생설 있지만 "지구·행성 충돌로 생긴 것" 유력해
과학자들, 비밀 밝히려 연구중이죠


추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어요. 내일 밤엔 아주 동그랗고 밝은 한가위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를 거예요. 매달 음력 15일이면 가득 찼다 기울어지길 반복하는 달이지만, 한가위엔 더 특별한 느낌이 들어요. 오늘은 지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천체(天體·우주를 구성하는 태양·행성·항성 등)인 달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함께였거나, 붙잡았거나, 튕겼거나
달은 지구에 비해 지름은 4분의 1, 부피는 50분의 1, 질량은 83분의 1 정도인 작은 천체예요. 지구 주변을 27.3일에 한 번씩 도는, 지구의 유일한 위성(衛星·행성 주위를 그 인력에 의해 도는 천체)이기도 하죠.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수준이어서 몸무게가 60㎏인 사람이 달에 가면 10㎏밖에 안 돼요. 달의 온도는 적도 기준으로 밤에 영하 173도까지 내려가고, 낮이 되면 영상 117도까지 올라가는 등 일교차가 매우 심하죠. 대기가 거의 없어 기압(공기의 압력)도 지구의 1조분의 1에 불과한 아주 고요한 곳이에요.
[재미있는 과학] 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래픽=안병현
1969년, 인류가 우주 탐사선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하는 데 성공합니다. 달은 인간이 지구 밖에서 발을 디딘 유일한 천체예요. 이쯤 되면 우리가 달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는 아직도 많은 과학자가 달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답니다. 여러 가지 학설이 있을 뿐이죠.

달의 탄생에 대해선 크게 몇 가지 학설이 있어요. 우선 지구가 생성될 때 달도 함께 만들어진 것이라는 '쌍둥이설'이 있어요. 오랫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원시 우주에서 떠돌아 다니던 행성들이 거의 동시에 지구와 달을 각각 만들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쌍둥이설은 달의 핵(核)이 지구보다 너무 작고 달의 철분 성분이 지구보다 너무 적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었어요.

지구가 주변에 있던 소행성을 중력으로 붙잡아 달이 된 거라는 '포획설'도 있어요. 하지만 이 학설은 아폴로 11호가 가져온 월석(月石·달 표면의 돌)을 분석한 결과 달과 지구가 유사한 산소 동위원소(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 비율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힘을 잃었어요. 행성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은 그 행성이 만들어졌을 당시 태양과의 거리, 온도, 압력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만약 지구가 다른 소행성을 붙잡은 거라면 달에서 지구와 일치하는 동위원소 비율이 나오기 어려울 테니까요.

'분리설'은 지구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달이 됐다는 주장이에요.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아들인 조지 다윈이 내놓은 학설이었죠. 하지만 지구의 느린 자전(自轉·천체가 스스로 고정된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 속도 때문에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지구에서 달이 떨어져 나가려면 지구가 충분히 빨리 돌아야 해요. 만약 하루가 2~3시간 정도라고 가정하면 지구 맨틀에서부터 물질이 튕겨나가 달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처럼 지구의 자전 주기가 24시간이라면 그 정도 속도론 달이 분리되기 어렵다는 거예요.

◇태초에 충돌이 있었다?
1970년대 이후 과학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는 가설은 '거대 충돌설'이에요. 약 45억 년 전, 원시 지구가 화성 정도 크기의 행성인 '테이아(Theia)'와 부딪혔고, 이때 달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에요. 뜨거운 마그마가 끓고 있던 원시 지구에 부딪힌 거대 행성은 산산이 부서져 일부는 지구에 흡수되고 나머지 물질들이 모여 달이 됐다는 거죠.

거대 충돌설은 아폴로호가 가져온 월석 덕분에 설득력을 얻었어요. 월석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결과 지구와 달의 나이가 45억 년으로 같고, 산소 동위원소 비율도 비슷해 지구와 달이 '어떤 사건' 때문에 동시에 태어났다는걸 보여줬거든요.

하지만 이 가설도 한계점이 있었어요. '테이아'는 지구와 다른 시기에 태어났을 것이므로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지구와 달라야 해요. 그런데 지구와 달의 산소 동위원소 비중이 너무 비슷해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은 거죠.

이런 문제는 2015년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연구진이 풀어냈어요. 원시 지구와 충돌한 행성 '테이아'가 원래 지구와 유사한 성분으로 구성돼 있고 이 때문에 현재 지구와 달이 비슷한 성분을 가지고 있는 거라는 내용이에요. 이 연구에 따르면 원시 우주 시절 비슷한 공전 궤도를 돌고 있던 행성들이 숱하게 충돌하고 합쳐졌는데요. 45억 년 전 지구와 '테이아'가 충돌했을 때 이미 두 천체 모두 주변의 조그만 행성들과 부딪히고 뭉쳐진 상태라 비슷한 성분이 됐다는 거죠.

그런데 올해 초, 거대 충돌설을 반박하는 새로운 달 탄생 이론이 등장했어요. 원시 지구가 '테이아' 같은 거대 행성과 충돌한 게 아니라, 작은 천체들과 여러 차례 충돌하는 과정에서 달이 탄생했다는 '다중(多重) 소(小)충돌설'이에요.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는 지난 1월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달보다 훨씬 작은 천체들이 원시 지구와 충돌하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발표했어요. 연구 결과, 지금 달 크기의 1~10% 수준인 작은 원시 천체와 원시 지구가 충돌하면서 주변에 잔해들이 만들어졌고, 이들이 뭉쳐져 작은 달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계속 반복돼 지금의 달이 됐다는 거예요.

하지만 이 가설도 특정한 조건을 갖춘 작은 충돌이 수백만 년에 걸쳐서 계속 일어나야 하므로 달 탄생을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해요.

이처럼 달의 탄생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어요. 그러나 과학자들이 여전히 꾸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달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거예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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