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1일 화요일

석유 고갈 걱정 덜어준 ‘셰일 가스’ shale gas

수압파쇄공법을 통해 대규모 셰일가스 채굴에 성공
10여 년 전만 해도 기름 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하루하루 고갈되어가는 석유의 미래를 걱정하며, 가격이 오르는 것을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였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전 세계 석유 시장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변혁의 주인공은 ‘셰일가스’라 불리는 신개념의 에너지원. 지하에 있는 혈암(shale)으로 구성된 암반층에 들어 있는 가스라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셰일가스라 해서 특별한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성분은 일반적인 천연가스와 동일하다. 80%의 메탄가스와 5%의 에탄가스, 그리고 나머지를 프로판가스와 부탄가스로 구성되어 있다.
단지 천연가스와의 차이점이라면 지하에 묻혀 있는 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보통 천연가스는 동굴처럼 지하에 있는 커다란 공간에 들어 있다. 가스를 채굴하려면 이 공간에 파이프를 심어 끌어올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작업이 수월하다.
셰일 가스 채굴 방법 개념도 ⓒ 한국염색가공학회
셰일 가스 채굴 방법 개념도 ⓒ 한국염색가공학회
반면에 셰일가스는 혈암과 진흙으로 이루어진 셰일층의 입자 사이사이의 미세한 공간에 들어 있다. 마치 고기에 박혀있는 지방질이 마블링을 이루듯 퍼져 있기 때문에 기존의 천연가스 채굴 방법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셰일가스가 최근 들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발견조차 근래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셰일가스의 존재는 지난 19세기 말에 이미 밝혀져 있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셰일가스를 채굴할만한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방치되었고, 이후 100여년의 시간이 흐르게 되었다. 그러다 20세기 후반에 미국의 엔지니어이자 기업가인 조지 미첼(George Mitchell)이 ‘수압파쇄공법’이라는 신기술을 통해 처음으로 셰일가스를 대규모로 채굴하는데 성공한다.
수압파쇄공법에는 꺽어지는 시추봉이 사용된다. 먼저 시추봉이 수직으로 뚫고 들어가다 일정한 거리에 도달하면 ‘L’자 형태로 꺽인 다음 셰일층에 접근한다. 이어서 시추봉과 연결된 분사기에서 모래와 화학첨가물을 섞은 물을 강력한 압력으로 분사하여 가스를 밀어내어 채굴을 한다.
이 같은 방법에 대해 한국가스공사의 관계자는 “수압파쇄공법이 처음 선을 보였을 때만 하더라도 너무 비용이 높아서 경제성이 없었다”라고 전하며 “그러나 이후 기술이 진화하며 생산원가를 대폭 떨어뜨리면서 드디어 셰일가스가 상용화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셰일가스 생산원가를 배럴 당 40달러까지 낮춰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인류는 석유가 고갈될 미래를 걱정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한 주력 에너지가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석유가 모자라게 되면 전 세계 경제는 마비될 수밖에 없다는 염려였다.
그러나 셰일가스가 등장하면서 그런 염려는 어느새 사라졌다. 현재까지의 추정치만 해도  200조㎥를 웃돌지만, 사실 얼마나 많은 셰일가스가 지구에 묻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셰일가스는 기존 천연가스처럼 일부 지역에만 매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한반도 지층에는 없는 것이 확인됐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유럽, 중국, 남미, 러시아, 중동 등 전 세계 곳곳에 묻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셰일가스의 장단점 ⓒ 한국가스공사
셰일가스의 장단점 ⓒ 한국가스공사
그러다보니 관련 국가들은 셰일가스 채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는 미국만이 생산 원가를 배럴 당 50달러에 맞출 수 있는 채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들도 기술을 확보하여 본격적인 채굴에 나서면 생산원가가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셰일가스의 생산 원가가 배럴 당 50달러에 맞춰지면서 그동안 석유 가격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재단하던 산유국들은 뜻밖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배럴당 최소 100달러 이상을 유지시켜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에너지 효율은 비슷한 반면에 절반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는 셰일가스와 경쟁을 할 수 없게 된 것.
이에 산유국들은 셰일가스를 누르기 위해 더 낮은 가격인 50달러 이하로 맞섰다. 산유국들의 공세에 밀려 한 때는 셰일가스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들어 셰일가스 생산원가가 다시 40달러대로 낮아지면서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 변화를 전문가들은 기술혁신에 따른 ‘2차 셰일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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