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역학은 갈릴레오에서 시작해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를 거쳐, 17세기 말 뉴턴에 와서 완성됐다.
이 때부터 뉴턴의 황금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뉴턴역학이 완성되기 전에도 과학자들은 천동설이 틀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행성의 공전궤도가 타원이라는 사실, 행성의 공전반경과 공전주기의 연관성도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행성이 타원궤도를 돌게 하는 힘과 이런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뉴턴역학의 3법칙(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이 이 모든 걸 해결한 것이다. 수학자들의 노력으로 뉴턴역학이 정교한 수학적 체계까지 갖추게 되면서 천상과 지상 모든 물체의 운동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물리학의 영역이 확대되고 관측이 점점 더 정밀해지면서 완벽해 보였던 뉴턴역학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빛과 같이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 수성(水星)과 같이 중력(태양의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물체, 전자나 원자와 같이 아주 미세한 물체에 대해 뉴턴역학은 더 이상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뉴턴역학의 황금시대에 종말이 찾아온 것이다.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고 한 역사 속 최초의 인물은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을 발견한 갈릴레이는 위성의 운동을 관측해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 했다.
갈릴레이가 측정한 값은 오늘날 알려진 빛의 속도와 오차가 크지만, 광속이 무한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 최초의 측정이었다.
그런데 측정 기술이 발전하고 점점 더 정확하게 광속을 측정하게 되면서 이상한 의문점이 생겨났다.
지구의 공전 속도는 초속 30km이다. 따라서 어느 별에서 오는 빛의 속도는 계절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이는 달리는 기차에서 일정한 속도로 날아가는 새를 관찰할 때, 기차와 새가 같은 방향으로 가면 새가 느리게 날아가는 것으로 보이고(심지어는 정지해 있거나 뒤로 갈 수도 있다) 기차와 새가 반대 방향으로 가면 새가 빠르게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공전하는 지구의 진행방향이 별에서 오는 빛과 정면으로 마주치는 방향이라면, 빛의 속도 초속 30만km에 지구 자체의 공전 속도 30km가 더해지므로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 30km여야 한다. 반대로 6개월 후에는 지구의 공전 방향이 반대이므로 같은 별에서 오는 빛의 속도가 초속 29만 9970 km로 줄어야 한다.
이렇게 관측자와 관측 대상 사이의 상대운동에 따라 관측 대상의 속도가 달라진다는 것이 뉴턴역학의 상대론이다.
문제는 이러한 광속의 변화가 실제로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구의 공전 속도와 상관없이 별에서 오는 빛의 속도는 언제나 일정했다.
이런 사실은 뉴턴역학으로는 설명하지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인슈타인의특수상대성이론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빛의 속도는 바뀌지 않는다.
빛의 속도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뉴턴의 상대론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다.
뉴턴의 상대론은 우리의 상식과 잘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인슈타인은 이를 거부하고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실험 사실을 받아
들였다. 광속이 일정하다는 가설을 받아들이면 뉴턴역학이나 우리의 상식과는 상당히 다른 특수상대론의 세계가 열린다.
뉴턴역학이 3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의 세계를 다루는데 반해 특수 상대론은 시간과 공간이 넘나드는 4차원 시공간의 세계를 다룰 수 있다.
뉴턴역학에 따르면 행성의 공전궤도는 타원이므로 행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근일점)과 가장 멀어지는 지점(원일점)은 우주 공간 위에 고정된 두 지점이어야 한다.
그런데 뉴턴역학의 예측과 달리 수성은 근일점이나 원일점이 모두 움직였다.
수성의 근일점이 이동한다는 사실은 뉴턴역학이 완성된 시기부터 알려진 문제였다.
그러나 뉴턴역학이 너무나도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뉴턴역학의 한계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예외적인 상황으로 남겨두었다.
이 문제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해결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한 영역에서는 공간의 굴곡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빛이 굴절하며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아주 조금 수정된다.
이 차이가 수성의 근일점과 원일점이 움직이는 이유였던 것이다.
첫 번째 난제와 두 번째 난제가 거시적인 문제라면 미시세계의 대표적인 문제가 흑체복사와 광전효과다.
이는 고전물리학의 한 분야인 고전전자기학이 당시 풀지 못했던 과제다.
투사되는 모든 파장의 빛(전자기파)을 흡수하는 물체를 ‘흑체’라고 한다. 상온에서 흑체는 가시광선을 방출하지 않아 까맣게 보인다.
이런 흑체가 열평형 상태에 도달하면 빛을 방출하는데 이를 흑체복사라 한다.
특정한 파장에서 방출되는 빛 에너지의 밀도는 아래 그림과 같이 온도에 따라 바뀐다.
그런데 이 현상은 고전 전자기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이 문제는 1900년 독일의 이론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플랑크가설’을 제시하면서 해결했다.
플랑크가설의 핵심은 ‘빛 에너지가 양자화(quantization)돼 있다는 것’이다.
‘양자’란 알갱이나 덩어리로 이해할 수 있다.
바닷가 모래사장이 모래 알갱이로 구성돼 있는 것과 같이, 빛이 광자 혹은 광량자로 덩어리져 있다는 것이 플랑크가설이다.
플랑크가설은 향후 양자역학의 출발점이 됐다.
빛 알갱이의 에너지는 아주 작아서, 30W의 전구에서 1초 동안에 1020 개, 즉 100억 × 100억 개의 광자가 방출된다. 고전물리학은 빛이 알갱이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도 아주 많은 물리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흑체복사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문제였다. 이를 플랑크가설이 훌륭하게 해결하면서 양자역학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광전효과를 보자. 광전효과란 아주 짧은 파장의 고에너지 빛을 물체에 쏘면 전자가 방출되면서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다.
고전전자기학 이론에 따르면 에너지만 충분하게 공급된다면 언제나 전자가 방출돼야 한다.
그런데 실험에서는 특정값보다 파장이 짧은 빛을 비출 때만 광전효과가 나타났다.
이때 방출되는 전자의 에너지가 빛의 파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역시 고전전자기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더욱이 고전전자기학의 관점에서 전자는 점으로 간주될 만큼 작아서, 전자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거의 무한대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상됐다.
그런데 실제 실험에서는 반대로 빛을 비추자마자 전자가 방출됐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에 플랑크의 양자가설을 적용한 ‘광량자설’을 제시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빛은 알갱이의 형태로 물체에 투사된다.
고전전자기역학에서 전자기파로만 보던 빛을 알갱이로 보았을 때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광자가 전자와 알갱이 대 알갱이로 충돌하면, 전자기파 형태보다 전자가 방출될 만큼의 에너지를 전달하기가 쉽다.
즉 빛을 쏘자마자 전자가 방출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또 충분한 에너지를 보유한 광자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으므로 특정 파장 이하의 빛을 쏠 때만 전자가 방출되는 현상도 설명할 수 있다(빛은 파장이 짧을수록 에너지가 더 세다).
미시세계에서 찾아온 고전물리학의 위기는 이 뿐만이 아니다.
고전전자기학에서 가속운동을 하는 전자는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전자기파를 방출한다는 것은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뜻이다.
다시 뉴턴역학으로 돌아와보자.
뉴턴역학에 의하면 방향을 바꾸는 모든 운동은 가속운동이다.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도는 공전운동 역시 가속운동이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는 채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는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방출한 다음 원자핵 속으로 빨려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돼 있는 원자가 안정적이란 사실은 뉴턴역학과 전자기학으로 이뤄진 고전물리학이 원자 내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양자역학의 기초를 세운 닐스 보어가 1913년 이 문제를 해결했다.
보어는 미세입자가 파동적인 성질을 갖는다는 가설에 근거해 전자의 공전궤도 길이는 파장의 정수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어는 이런 가설에 따라 수소(H)의 원자모형을 만들었다.
보어의 모형에서 전자는 특정한 에너지 값만 가질 수 있다.
이는 마치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특정한 높이에서만 살 수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만약 한 층 높이가 3m라면 사람은 7층의 21m나 10층의 30m의 높이에서는 살 수 있지만, 25m의 높이에서는 살 수 없다.
전자가 특정한 에너지 값만 갖는다는 것은 고전물리학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물리현상을 설명했다.
먼저 건물에 가장 아래층이 존재하는 것처럼 전자의 에너지 준위에도 가장 낮은 상태 즉, 바닥상태가 존재한다.
바닥상태보다 더 낮은 에너지 상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바닥상태의 전자는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더 낮은 에너지상태로 옮겨갈 수 없다. 전자가 가속운동을 하면서도 원자핵에 빨려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더 내려 갈 층이 없기 때문”이다.
보어의 모형은 원자에서 방출되는 빛의 파장이 원자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전자는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공급받으면 에너지가 높은 상태로 이동한다.
이 ‘들뜬’ 전자는 낮은 에너지 상태로 옮겨 가면서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원자의 종류에 따라 에너지 준위가 다르므로 방출되는 빛 에너지도 다르다.
따라서 특정한 원자는 특정한 색의 빛만을 방출하게 된다.
뉴턴역학과 현대물리학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토대로 한 현대물리학은 뉴턴역학이 담아내지 못했던 자연의 영역을 설명하는 데 성공하면서 ‘물리학의 왕’이 됐다. 현대물리학은 뉴턴역학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정확하며 정교한 이론이다.
그러나 뉴턴역학과 현대물리학이 서로 배타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력이 약한 경우에는 일반상대성이론이 뉴턴역학과 같아지고, 속도가 느린 경우에는 특수상대성이론이 뉴턴역학과 같아지며, 물체가 큰 경우에는 양자역학이 뉴턴역학과 같아진다.
이런 점에서 현대물리학은 고전물리학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고전물리학의 영역을 확장했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영역을 설명하는 데는 고전물리학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유용하다.
제트여객기가 출현했지만 뉴욕이 아니라 수원에 가는 정도라면 기차를 타는 것이 훨씬 간편한 것과 같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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