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8일 금요일

DNA컴퓨터, DNA바코드…변신은 어디까지?


DNA의 변신이 시작됐다. 더이상 세포 안에 있는 유전물질이 아니라 세포 밖으로 나와 질병을 진단하거나 생체 재료를 만들 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DNA 활용 기술 가운데 가장 낯선 것은 바로 DNA로 생체 컴퓨터를 만드는 ‘DNA 컴퓨팅’. DNA의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등 네 개의 염기 서열을 신호로, 염기끼리 달라붙는 결합 반응을 이용해 연산을 하는 것이다. 1g 안에 10²¹개의 염기가 들어 있는 만큼 저장할 수 있는 정보량도 엄청나다. 특히 사람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병렬연산’을 한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언어나 시각정보 처리 등 지금의 컴퓨터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양자컴퓨터에 비해서도 기술적으로 쉽다”고 말했다.

새로운 성질을 갖는 물질 개발에도 DNA가 쓰인다. 이종범 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이달 출판된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DNA 메타 하이드로겔’이란 물질에 대한 논문을 실었다. 이 물질은 DNA의 염기가 갖고 있는 저절로 결합하는 특성을 활용했다. 솜뭉치처럼 일정한 모양이 없이 흐물흐물하지만 물속에 넣으면 미리 만들어둔 모양을 회복한다. 이 교수는 “이 물질은 인공 생체 조직을 만들거나 약물 전달 물질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NA 정보를 상품의 바코드처럼 활용해 즉석에서 생물 종을 찾는 ‘DNA 바코드’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병원균 진단에 유용할 것으로 보이는 이 기술은 바코드만 있으면 수만 가지 상품이 섞여 있어도 종류별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수천 종의 병원균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어서 침이나 피 한 방울만 있어도 중복 감염된 병까지 한 번에 진단할 수 있게 해준다.

새로운 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인공 DNA를 만들기도 한다. 필립 홀리거 영국 MRC분자생물학연구소 교수는 핵산의 분자를 바꾸거나 구조를 변형해 DNA 대신 쓸 수 있는 새로운 DNA 분자를 만들었다. ‘XNA’라고 이름 붙인 이 인공 DNA는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병을 진단하거나 약물을 전달하는 데 재료로 쓸 수 있다.

조병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과학자들은 최근 DNA로 새로운 정보를 표현하기 위해 염기서열 합성 외에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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