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9일 월요일

모호한 서술보다 뚜렷한 사례 들어 작성하세요

자소서 공통문항 작성 팁, 입학사정관에게 묻다
지난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공통문항을 발표했다. 서울대 등은 즉각 “대교협 공통문항을 2015학년도 입시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지원 대학의 전년도 자소서 양식에 맞춰 글을 써 둔 수험생이라면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이들을 위해 현 고 3 수험생들이 공통문항에 맞춰 쓴 자소서를 모아 현직 대학 입학사정관을 찾았다. 오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시 준비를 시작할 학생이라면 입학사정관 3인이 조언한 자소서 작성 팁을 기억해두는 것도 좋겠다.


[문항①] 고교 재학 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하시오.

해당 문항에서 입학사정관이 확인하고 싶은 건 '학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김재우 사정관은 "특정 과목에 대한 자신만의 접근법, 본인 학습법에서 발견한 문제점과 이를 해결한 과정을 상세히 보이면 좋다"고 했다.

철학에 대한 관심이 수학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 점을 기술한 엄준호군. 그는 자소서에서 "교과서를 정독하고 출제자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려 노력하며 성적이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무한등비급수 도형이나 수열 등 실제 문제 속에 등장한 개념을 이해한 과정을 예시해 설명했다. 권영신 사정관은 "약점을 극복한 방법이 잘 드러나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학 성적이 얼마나 올랐는지 구체적 지표가 없어서 글 내용이 와 닿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최수안양은 피터 드러커, 필립 코틀러, 러셀 와이너, 도미노 노리오 등 유명 학자의 이론을 실제 동아리 홍보 활동에 응용한 사례를 들었다.

이에 대해 차정민 사정관은 "심화 학습 내용 위주로만 기술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서술한 건 칭찬할 만합니다. 저명 학자의 이름을 들어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학교에서 배웠던 기본 개념에 관심을 쏟았다는 사실을 함께 언급해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답변에 쓸 내용은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증명할 수 있는 활동을 위주로 선택하는 게 좋다. 김 사정관은 '영어 관련 대회'에 나간 경험을 기술한 박지호양에게 "행사 주최, 시기를 명확히 언급해라. 단, 2015학년도 전형부터는 교외 활동에 대한 서술을 금지하고 있으니 유의하라"고 했다.

[문항②] 고교 재학 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하시오

세 가지 활동의 의미, 동기 등을 세세하게 진술해야 한다. 박양은 학내 경제경영동아리, 홍보부, 독서토론 활동에 대해 써넣었다. 특히 독서활동에 대해선 "마케팅 서적을 읽고 해당 저자를 찾아가는 활동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사정관은 "독서 활동이 생각 변화에 미친 바 대신 관련 스펙 위주로만 서술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독서를 하며 저자를 찾아가는 활동이 왜 필요했는지,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말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란 지적도 잇달았다.

별다른 연결 고리가 없는 활동 세 가지를 서술할 경우엔 명확한 단락 구분이 필요하다. 최양은 경영경제모임, 영어말하기대회, 한국은행 경제캠프 활동을 단락 구분 없이 언급했다. 권 사정관은 "각 내용 앞에 일련번호를 붙여 내용 이해를 돕는 것도 좋겠다"고 귀띔했다.

[문항③]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느낀 점을 기술하시오.

갈등 관리 부문에선 지원자의 분쟁 경험담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여기서 흔히 하는 실수가 자신의 성격에 관한 일반적 문제를 서술하는 데 그친다는 것. 직설적인 언어 습관 때문에 친구에게 상처 준 경험을 든 박지호양의 자소서가 그랬다. 박양은 자소서에서 "내가 1학년 때 한 말 때문에 상처받은 친구에게 사과한 후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차 사정관은 "사례가 부족해 지원자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평했다. 권 사정관은 "갈등의 원인, 해결 과정, 결과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적절치않은 사례로 판단된다"고 했다.

조직이나 단체에서 활동하며 느낀 바를 쓰는 답변도 흔하다. 이때 본인이 갈등 조정이나 협력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모호하게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토론대회에서 당황했던 경험을 든 엄준호군에 대해 이 같은 평가가 내려졌다. 엄군은 "대회 자료 준비를 못한 친구의 발표를 보조하며 협력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서술했다. 김 사정관은 "상황과 느낌 묘사에만 치중한 글이다. 조직 내에서 본인이 노력한 활동이나 역할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