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0일 화요일

대벌레에서 ‘종의 기원’ 찾았다

메뚜기를 닮은 대벌레 한 마리가 세쿼이아 나무 위에 앉아 있다. 이번 주 ‘사이언스’ 표지를 장식한 대벌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멕시코 북부에는 저마다의 나뭇잎을 먹으며 12종이 넘게 살고 있다. 최근 국제 연구진은 여러 대벌레의 유전체를 비교해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진화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냈다.




  영국 셰필드대 패트릭 노실 교수팀이 이끈 국제 공동연구진은 같은 조상에서 분화한 종들 사이에서 비슷한 특성이 나타나는 ‘평행진화’ 현상을 대벌레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한 종의 대벌레가 서로 다른 나무에 살면서 다르게 적응한 두 가지 ‘생태형’이 있다는 데 주목했다. 먼저 두 생태형의 유전체를 분석했더니 수천 개에 달하는 유전자 부위에서 차이점이 나타났다. 이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분명해 지면서 두 가지 종으로 분화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구진은 대부분의 차이가 어떤 나무에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지역에 살았느냐, 즉 지리적 위치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벌레의 다양한 생태형들이 모두 비슷한 유전자 부위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에 연구진은 한 생태형의 대벌레를 원래 살던 나무에서 옮겨 다른 나무에 살게 하면서 유전체에 일어나는 변이를 관측했다. 그 결과, 처음부터 이 나무에 살던 대벌레와 유전체가 비슷해지는 부위와 달라지는 부위가 동시에 나타났다.

  노실 교수는 “자연 선택이 유전체 속에 비슷한 유전적 변이를 만들어서 두 생태형 사이에 유사한 형질을 발생시킨다”며 “종이 분화할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날 지 예측하거나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이번 주 네이처 표지는 유럽울새(Erithacus rubecula) 한 마리가 장식했다. 유럽울새는 유럽 전체를 비롯해 시베리아 서남부부터 북아프리카까지 넓은 지역에 걸쳐 서식하는 참새만 한 작은 새다.

  그런데 표지에 실린 새의 비행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새는 날 때 꼬리 쪽으로 다리를 쭉 펴는데, 표지 속 유럽울새는 착륙할 때 처럼 다리를 배쪽으로 접었다. 마치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망설이는 것 같다.

  유럽울새를 고민에 빠뜨리는 것은 바로 울새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실선이다. 실선은 전자파를 형상화한 것이다. 독일 올덴부르크대 헨리크 무리센 교수팀은 전자파가 유럽울새를 길치로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이번 주 네이처에 발표했다.

  유럽울새는 몸속에 나침반 같은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어 지구의 자기장을 인식해 움직인다. 하지만 전자파는 이 감각기관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새는 방향을 잃고 만다.

  실제로 연구팀은 유럽울새 주위에 전자파를 쏘는 실험을 통해 유럽울새가 길을 잃는 것을 확인했다. 유럽울새는 특히 라디오 주파수 대역에 해당하는 50k~5M헤르츠(Hz)에 취약했다.

  하지만 연구팀이 새 주위를 알루미늄을 감싸 전자파를 차단하자 새는 방향감각을 되찾았다. 무리센 교수는 "전자파는 유럽울새 외에 다른 철새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사람 외에 다른 생물에게 전자파가 미치는 영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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