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UC버클리 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의 감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주변인들의 축하 인사에 마음 한켠으로는 '지금부터 내 인생은
탄탄대로다'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런 짧은 생각을 뒤엎는 사건이 2번 발생했다. 첫 번째는 1학년 1학기 경제학원론
수업의 첫 성적을 받았을 때였다. 고등학교 재학 중 AP ECONOMICS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기에 수업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시험에서도 93점을 받았기에 적어도 A-는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성적표에는 B+가 적혀져 있었다. 분명히 무슨 오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교수님을 찾아뵀으나 그가 들려준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우수한 학생이 워낙 많고, DROP, PASS/NO PASS로 전환한 학생 수가
많아서 94점부터가 A-다" 중간고사 이후 수강을 취소하거나 학점이수만 하는 제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던 상황이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또
한가지 망각한 사실은 그 수업을 듣는 700명의 학생도 대개 고등학교 때 우수한 성적을 받은 수재들이라는 사실이었다.
두 번째
사건은 그 이후 불과 몇 주 만에 발생했다. 이렇게 성적 관리가 힘듦에도 같은 학과에서 3.5 이상 뛰어난 학점을 보유한 한국인 선배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보통 이정도 학점이면 구직 활동 시 최소 서류전형은 합격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많은 이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금융, 컨설팅 등 기업에서 합격한 선배들은 3.7을 훨씬 웃도는 성적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 외의 선배들은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청년실업의 고통은 유학생에게도 예외가 아녔다.
대학원 진학 역시 만만치않다. 미국의 상위 10위권 내 대학원에
석사, 박사과정에 입학한 사람들의 학점은 거의 3.7, 3.8 이상이었다. 특히 의대와 치대같이 인기있는 전공의 경우 작은 성적 차이가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기도 했다. 필자와 친하게 지낸 동기 두 명의 경우 똑같은 치과대학에 지원했다. 둘의 DAT(Dental Admission
Test) 성적은 똑같이 26점으로 아이비리그 치과대학의 평균점수를 훨씬 웃돌았다. 하지만 한명은 학점이 3.9였고 다른 한명은 3.7이었다.
예상했겠지만 3.9점을 받은 동기는 하버드 치대에 합격했고, 3.7점을 받은 동기는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합격하지 못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학생이라고 하면 영어를 잘한다는 장점 때문에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취직도 잘돼도 대학원에 진학하는 데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갈수록 유학생을 향한 문은 조금씩 닫혀가고 있다. 한국 학생들의 경쟁력은 이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수직으로
상승했고 유학생들은 차별화할만한 특징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철저한 학점 관리다. 학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졸업 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3년 대학 유학생만 3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유학생은
엘리트가 아니다. 이제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한때의 영광에서 벗어나 전략적으로 유학생활을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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