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9일 목요일

300㎞/h 넘는 속도 견디는 타이어의 비결은?

탄성 높은 고무로 만든 타이어
황과 결합하며 열에 강해져 탄소 첨가해 고무 강도 더 높였어요
F1, 고속 경주로 타이어 열 발생… 안전한 경기 위해 중간에 바꿔줘야

F1 자동차들의 경주 모습
▲ F1 자동차들의 경주 모습. /김영근 기자
"피트인 소요 시간 3초! 정말 놀라운 속도입니다."

최근 모나코에서 세계 최고 자동차들이 경주를 벌이는 F1(포뮬러 원) 그랑프리가 막을 내렸어요. 여러분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F1 대회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예요. 그런데 박진감 넘치는 F1 경기를 보다 보면 신기한 장면을 볼 수 있어요. 바로 경기 도중 멈추어 서서 바퀴를 가는 것이지요. 이것을 '피트인(Pit in)'이라고 하는데, 1초가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상황에서 대체 무슨 이유로 바퀴를 교체하는 것일까요?

땅 위는 공중보다 빠른 속도를 내며 나아가기가 훨씬 어려워요. 공중에서는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목표 지점을 향해 직선으로 나아갈 수 있어서 방향 전환을 하거나 속도를 줄이는 장치가 필요 없는 반면, 자동차는 그렇지 못해요. 자동차는 도로를 따라 달려야 하기 때문에 도로가 굽었다면 그에 맞추어 속도를 줄이고 핸들로 방향을 바꾸어야 해요.

너무 빠른 속도로 방향을 바꾸게 되면 운동 방향을 계속 유지하려는 힘(관성력) 때문에 차선을 이탈하거나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인류는 빠른 이동 수단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고, 그 결과 땅 위를 빠르게 달리려면 둥근 바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처음에는 마차에 나무나 금속으로 만든 둥근 바퀴를 사용했지만, 문제는 승차감이 나쁘고 수명이 짧다는 것이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바로 바퀴에 탄성을 주는 것이었어요. 탄성이란 어떤 물체에 힘이 가해졌을 때, 모양이 변형되었다가 그 힘이 사라지면 원래대로 되돌아오는 성질을 의미해요. 여러분 주변에서 탄성이 높은 물체를 찾아보세요. 지우개, 고무줄, 고무공, 스프링 등 여러 가지가 있어요. 대부분이 고무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 이유는 고무의 뛰어난 탄성 때문이에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 그림=정서용
천연고무는 고무나무에 흠집을 냈을 때 표면으로 흘러나오는 흰색 액체인데, 굳으면 특유의 탄성을 가져요. 하지만 천연고무의 탄성은 그리 좋지 않아서 초기에는 전선을 감싸는 피막, 껌, 지우개 정도 용도로만 쓰였어요. 또한 열에 매우 약했기 때문에 녹아서 끈적끈적해지기 일쑤였지요. 그러니 뜨겁게 달궈진 도로를 오랜 시간 빠르게 달려야 하는 자동차 바퀴를 고무로 만들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겠지요? 그러다 어느 발명가의 우연한 실험으로 지금의 자동차 타이어가 만들어졌어요. 미국의 발명가 '찰스 굿이어(1800~1860)'는 천연고무의 단점을 해결하려고 다양한 물질을 섞는 실험을 했어요. 그때 황과 천연고무의 혼합 물질을 실수로 뜨거운 난로에 떨어뜨렸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렇게 만들어진 고무는 탄성이 강해졌을 뿐 아니라 높은 열에서도 녹아내리지 않게 되었지요.

황이 고무의 성분인 이소프렌 분자와 결합하여 더욱 튼튼한 '이황화 결합'을 하기 때문이에요. 이황화 결합은 우리 머리카락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우리 머리카락도 탄력이 매우 좋아서 접히고 눌려도 결국은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오지요. 그래서 곧게 뻗은 머리카락을 곱슬머리로 바꾸려면 이황화 결합을 깨뜨리는 과정이 필요해요. 일단 머리카락에 파마약을 발라 단단한 황의 결합을 끊고, 원하는 모양으로 구부리고 나서 중화제를 쓰는 것이죠. 그다음 다시 황의 결합을 만들어 주는 방법으로 곱슬머리를 만드는 것이지요.

이렇게 탄생한 굿이어의 가황고무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산업을 크게 발전시켰어요. 그러다 보니 천연고무는 점점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실험으로 얻은 물질을 섞어 천연고무보다 성능이 우수한 합성고무를 개발하게 되었어요. 지금의 타이어는 대부분 합성고무로 만들었지요. 고무가 대부분 검은색인 것은, 그것에 탄소 가루를 첨가하기 때문이에요. 탄소는 고무의 강도를 크게 높여주고 열이 빠르게 식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타이어를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에요. 하지만 고무 힘만으로 수백㎏에서 수천㎏이나 되는 자동차 무게를 지탱하고, 시속 100㎞가 넘는 빠른 속도를 견디기는 불가능해요.

차량이 곡선 구간을 지나갈 때, 탄 사람들 몸이 곡선의 바깥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원심력 때문이에요. 즉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면 바퀴에는 엄청난 열과 원심력이 발생해요. 그래서 바퀴의 내구성이 한계를 넘어서면 바퀴는 지면에서 떨어진 순간 찌그러짐이 발생하게 되고 이 현상이 계속되면 마치 물결이 치는 것과 같이 타이어 표면이 흔들리며 파손이 일어나게 되지요. 그래서 F1 같은 고속 경주에서는 시간을 손해 보더라도 레이싱 중간에 타이어를 바꾸는 과정이 필요한 거예요. 피트인 기술도 발전해서 3~4초면 피트인을 끝낼 수 있다고 해요. 세계신기록은 2초05라고 하니 정말 놀랍죠? 생각해보면 F1 대회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굿이어의 우연한 발견이 있었기 때문이네요.
[함께 생각해봐요]
일반적인 타이어의 표면을 보면 지그재그 모양의 홈을 볼 수 있어요. 타이어의 홈은 왜 있는 것일까요?
풀이: 가장 큰 이유는 눈, 비 등으로부터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서예요. 눈길이나 빙판길에서는 물이나 이물질이 바닥과 타이어 사이에 끼여 바퀴가 헛돌거나 미끄러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요. 이때 홈을 내면 물과 직접 적으로 닿는 부분이 적게 돼요. 또한 물을 뒤쪽으로 배출해주어 마찰력을 높여주는 역할도 하지요.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우리 주위의 물질', 6학년 2학기 '에너지와 도구'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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