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이어, 자율주행차 시대 맞춰 콘셉트 디자인 선봬 생체모방한 자기부상 방식…3D프린팅으로 맞춤형 자동차를 움직이는 힘은 엔진에서 나오지만, 실제 자동차를 굴러가게 하는 건 타이어다. 자동차 발명 초기의 타이어는 쇠 바퀴였다. 마차에 비해 빠르게 가는 건 좋았으나 쇠바퀴는 지면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차를 타더라도 좌불안석이었다. 차를 편안하게 탈 수 있게 된 건 공기압 고무타이어가 등장하고나서부터다. 1888년 영국의 수의사였던 존 보이드 던롭 이 아들의 쇠바퀴 자전거에 고무를 입히고 그 속에 공기를 집어 넣은 것이 시초였다. 이 해는 독일의 벤츠가 처음 가솔린 차를 발명한 해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7년 뒤, 프랑스의 미쉐린이 던롭의 타이어를 자동차에 처음 적용했다. 이후 숱한 자동차 기술과 함께 타이어 기술도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고무의 탄력과 공기의 압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예나 지 금이나 차이는 없다. 타이어의 모양과 크기도 거의 그대로다. 굿이어의 미래 타이어 콘셉트 디자인. 둥그런 공 모양에 자기부상 방식을 택한 것이 특징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자재로…평행주차도 척척 미국의 타이어업체 굿이어(Goodyear)가 이처럼 별다른 반전 없이 이어져온 130년 타이어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 만 한 구상을 진행중이다. 굴렁쇠를 기반으로 한 지금의 타이어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미래형 타이어 개발에 나섰다. 미래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는 운전자 역할이 줄어드는 자율주행차에서는 안전 주행을 위한 타이어 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굿이어는 최근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이 타이어의 콘셉트 디자인을 선 보였다. 개발 방향은 두 가지다. 안전성과 기동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글-360’(Eagle-360)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타이 어는 우선 지금의 타이어와 달리 둥그런 공 모양을 한 것이 특징이다. 공 모양의 타이어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자리에서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방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즉각 피할 수 있다. 평행 주차를 해야 할 경우엔 차를 멈춘 뒤 바로 그 자리에서 옆으로 이동하면 된다. 지금처럼 전진과 후진, 핸들 꺾기를 몇차례식 반복해서 할 필요가 없다. 차선을 변경하거나 코너를 돌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런 장점들 을 발휘하려면 바퀴 네 개가 전부 방향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사실 타이어를 공 모양으로 하자는 구상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공 모양 타이어가 차축에 고정되고 나서도 360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전 개발자들은 번번이 여기에서 막히고 말았다. 굿이어는 이 지점에 서 발상을 바꿨다. 핵심은 타이어를 차축에 고정시키지 않고 약간 틈을 주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타이어가 차축에 고 정돼 있지 않으면 움직임이 자유로울 뿐 아니라, 차체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하고 조 용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할까? 굿이어의 눈에 꽂힌 것이 자기부상 방식이다. 이것이 두번째 특징이다. 차의 서스펜션, 스티어링 기어 등이 자기부상 열차의 자석 코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자기장은 전기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타이어가 작동하려면 미래 자율주행차는 전기차여야 한다. 타이어 안은 이동식 세탁실로…맛있는 과카몰리도 공 모양 타이어의 세 번째 특징은 연결성이다. 타이어에 내장된 센서들이 차의 시스템과 연결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 다. 센서들은 우선 타이어 특정 부분에 과도한 마모가 생기지 않도록 해준다. 타이어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마모가 균등하게 이뤄지도록 타이어의 방향을 돌려준다. 센서들은 또 최적의 주행을 위해 도로 상태와 날씨를 파악해 차 주행 시 스템에 알려준다. 이 정보는 단거리전용통신(DSRC) 및 텔레매틱스를 통해 주변 차량들과도 공유해 서로 안전한 주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준다. 필요하면 웹을 이용해 좀더 먼 지역의 상황도 파악해 놓는다. 타이어는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다. 3D 프린팅 방식을 택하면, 운전자가 주로 운행하는 지역의 도로나 지형 특성을 반영해 가장 적절한 모양의 타이어 홈 을 만들 수 있다. 타이어 내부는 네 번째 특징은 생체모방이다. 타이어의 홈은 사람의 뇌주름처럼 생긴 ‘뇌산호’(brain coral)를 본땄다. 여러 방향으로 나 있는 홈들은 안정적인 접지력을 보장해준다. 홈의 밑부분은 천연 스펀지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했다. 도로가 건조할 땐 딱딱해지고 젖었을 땐 부드러워져 적절한 주행 성능을 보장하고 미끄러짐을 방지해준다. 이는 또 도로 에 있는 물을 흡수하는 한편, 원심력을 이용해 접지면으로부터 물을 배출해줌으로써 미끄러짐을 방지해준다. 타이어의 내부를 여러 용도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미국 뉴욕의 한 디자이너는 이런 제안을 했다. “타이어 내부의 빈공간은 이동형 세탁실로 쓸 수 있다. 타이어 속에 소형 세탁물과 물, 세정제를 넣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 옷 이 깨끗이 세탁돼 나온다. 다른 한 타이어에는 껍질을 깐 아보카도, 라임 등의 과일과 빻는 도구를 함께 넣어 맛있는 과카 몰리 요리를 만들어낸다. 세번째 타이어에서는 스무디를 만든다.” 이런 식이다. 상상의 나래는 끝이 없다. 굿이어의 미래 타이어 구상은 현재로선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단계일 뿐이다. 실제 시제품을 만들기까지는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어쨌든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발상으로 접근하다 보면 참신하면서도 실용 성 있는 미래형 타이어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타이어도 개발 나서…공기 없는 타이어 시제품도 굿이어와는 좀 다른 방식이지만 한국의 한국타이어에서도 ‘넥스트 드라이빙 랩’(The Next Driving Lab) 프로젝트의 하나로 공 모양 타이어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볼핀 타이어’로 명명한 공 모양 타이어 하나로 360도 방향 전환 과 주행이 가능한 드라이빙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자이로스코프, 자이로센서 등의 기술을 활용해 동 체의 균형을 잡으며 주행을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다만 이 프로젝트에선 타이어 하나로만 버틸 수 있는 운송수단만 가능 하다. 현재 타이어업체들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미래형 타이어는 공기 주입이 필요 없는 타이어다. 프랑스의 미쉐린, 일 본의 브리지스톤, 한국의 한국타이어 등이 각각 ‘트윌(Tweel)’ ‘에어리스 타이어’ ‘아이플렉스’(iflex)란 이름으로 시제품 을 개발했다. 타이어 안쪽을 공기 대신 탄성 있는 금속물질로 대체해 차량 무게를 지탱하도록 함으로써 펑크 걱정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일부는 특정 용도의 차량에 실제 쓰이고 있지만 양산차량에는 아직 적용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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