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8일 토요일

행성은 한 별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지구에서 본 행성의 움직임은 단순하지 않다. 일정방향으로 순행하다가도 진로를 1백80° 바꿔 역행하기도 한다.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는 빛으로 약 8분이 걸린다. 하지만 화성 목성 토성…하는 식으로 점점 태양계 밖으로 나아감에 따라 행성과 태양 사이의 거리는 급격히 늘어나서, 예를 들어 해왕성의 경우는 무려 약 4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여기는 지구, 토성 나와라"
"여기는 토성, 지구 말해라"
와 같은 교신은 SF에 나올 수 없는 것이다.
태양계도 이렇게 생각보다 크지만, 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터무니없이 훨씬 더 멀어서 우주여행의 꿈을 키워온 인류를 좌절시키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행성과 별들의 시운동에 관해 알아 보자.

행성의 시운동
 
(그림1) 천구에서 행성의 운동 예(그림1) 천구에서 행성의 운동 예
 
행성들은 언제나 황도 근처에서 발견된다. 이는 물론 우리 태양계가 거의 한 평면상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즉 행성들은 황도 12궁에만 위치하지 예를 들어 북두칠성 옆으로 갈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행성들도 천구의 일주운동에 따라 매일 뜨고 지지만 몇 달 사이에 걸쳐서 관측하여 보면 (그림1)과 같이 천구상에서 이동한다. 즉 행성은 한 별자리 내에서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목성은 가을철에만 보인다'라는 식으로 말할 수 없다. 행성(行星)이란 이름도 바로 이것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행성 중 지구보다 태양에 더 가끼운 수성과 금성을 내행성이라 한다. 내행성은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을 가운데에 두고 일정한 주기로 동서로 왕복운동을 한다. 그러나 공전 궤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태양으로부터 일정한 각거리 이상 멀어질 수 없다. 바로 이 한계가 되는 각거리를 내행성의 최대이각이라 한다. 최대이각에는 동방최대이각과 서방최대이각이 있다.

먼저 금성이 동방최대이각의 위치에 가까이 있는 경우 새벽에 보일 것인지 저녁에 보일 것인지 생각해 보자. 금성은 태양의 동쪽(동방)에 있으므로 새벽에 태양보다 늦게 떠오를 것이다. 따라서 새벽에는 보일 수 없다. 그러나 그날 저녁 금성은 태양보다 나중에 지게돼 저녁놀 속에서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방최대이각의 위치에 가까이 있는 경우 내행성은새벽에만 보이게 된다.
 
(그림2) 지구와 행성의 상대적 위치(그림2) 지구와 행성의 상대적 위치
 
행성이 태양과 같은 방향에 있을 때는 합이라고 한다. 내행성의 경우에는 (그림2)에서 보듯이 태양의 앞에 있을 수도 있고 뒤에 있을 수도 있는데 앞의 것을 내합, 뒤의 것을 외합이라고 한다. 어느 경우이든지 내행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림3) 내행성의 위상 변화(그림3) 내행성의 위상 변화
 
내행성은 태양과 지구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달처럼 (그림3)과 같이 위상 변화를 한다. 이 사실은 천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바로 갈릴레이(Galilei)가 이것과 다른 몇가지 관측 증거를 근거로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은 천동설 우주관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행성 중 지구보다 태양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는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을 외행성이라고 부른다. 외행성의 경우는 (그림2)와 같이 합과 태양의 반대편으로 오는 충이 있게 된다. 지구에서 보았을 때 한 행성이 합이었다가 다시 합이 될 때까지 또는 충이었다가 다시 충이 될 때까지를 그 행성의 회합주기라 한다. 회합주기가 가장 짧은 행성은 공전주기가 가장 짧은 수성이고, 가장 긴 행성은 공전주기가 지구와 비슷한 화성이다.

(그림1)을 보면 행성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게 됨을 알 수 있다. 행성이 천구상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순행,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역행이라고 부른다. 순행은 행성의 공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시운동이다. 역행은 (그림4)와 같은 지구와의 상대적 운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순행에서 역행으로 또는 역행에서 순행으로 바뀔 때 행성이 잠시 정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유라고 한다.
 
(그림4) 행성의 역행 현상 설명도(그림4) 행성의 역행 현상 설명도
 
별들의 시운동
 
(그림5) 우리 은하의 구조(그림5) 우리 은하의 구조
 
우리 태양계 주변의 별들은 서로 약 3~4 광년의 거리를 유지하며 분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α Centauri)는 약 4.2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별과 별 사이 거리는 이렇게 멀기 때문에 가끔 잘못된 SF 영화나 TV극에서 보듯이 별들이 우주선이 진행함에 따라서 가로수가 지나가듯 뒤로 지나기는 장면은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는 물론 잘못된 공간 척도 개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잘못된 시간 척도 개념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예로서는 수억년 전인 중생대에 번성하였던 공룡들과 겨우 수백만년 전인 신생대에 처음으로 등장한 원시인들이 서로 싸우는 장면을 들 수 있겠다.

별들이 약1천억개 정도가 모여서 이루는 집단을 우리는 은하라 부른다. 태양계가 속해있는 우리은하는 (그림5)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반지름 5만 광년이 넘는 거대한 원반 모양을 이루고 있다. 태양은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약 3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어서 약 2억 년을 주기로 중심을 공전한다.
 
(그림6) 은하수가 일주하는 띠로 보이는 이유(그림6) 은하수가 일주하는 띠로 보이는 이유
 
(그림6)과 같은 구멍난 원반 A점에 개미를 넣으면 개미는 빗금친 부분밖에 볼 수 없듯이, 지구에서 보이는 우리 은하의 모습도 일주하는 긴 띠처럼 보인다. 이것이 바로 은하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즉 은하수란 바로 우리가 보는 은하의 단면인 것이다. 따라서 같은 은하수라도 여름철에 보이는 궁수자리 근처의 은하수는 (사진1)과 같이 두껍고 휘황찬란하다. 지구의 공전 궤도면은 (그림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은하면과 일치하지 않으므로 은하수도 황도와 일치하지 않으며, 천구의 적도와는 (그림7)에서 보듯이 63.5도의 각을 이루며 만난다.

우리 눈에 낱개로 보이는 별들은 대개 멀어야 1천광년 정도이며 이보다 더 먼 별들은 은하수 속에 파묻히게 된다. 위도가 φ인 북반구 지방에서는 낱개로 보이는 별 중 δ>90°-φ인 것들을 계절에 무관하게 매일밤 볼 수 있다. 이들을 주극성이라 부른다. 반대로 δ<-(90°-φ)인 별들은 1년 내내 보이지 않는(지평선 밑에 있는) 전몰성이 된다. 주극성과 전몰성 사이, 즉 -(90°-φ)<δ<90°-φ인 별들은 계절에 따라 뜨고지는 출몰성이 된다. 따라서 북극 지방의 관측자에 대해서는 천구 북반구의 모든 별이 주극성이 되고, 적도상의 관측자에 대해서는 천구상의 모든 별들이 출몰성이 된다.
 
(그림7) 천구의 적도면과 은하수 사이의 경사(그림7) 천구의 적도면과 은하수 사이의 경사
 
3백65일과 12달의 의미

1년은 왜 3백65일인가. 물론 그것은 지구의 공전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바퀴 회전하는 각의 총 크기가 3백60도인 것은 바로 여기서 유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1년은 왜 12달인가. 12라는 숫자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것은 한달이 약 30일이기 때문이다. 3백65일을 30으로 나누면 12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면 한달은 왜 약 30일 일까. 물론 그것은 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까지 약 30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천문학은 우리 일상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계 방향은 어떻게 정의됐을까. 이는 물론 지구상 북반구의 관측자에 대해 태양의 그림자가 이동하는 방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일 인류의 문명이 지구상 남반구에서 시작됐더라면 시계 방향은 틀림없이 반대로 정의됐을 것이다(이 서술도 결코 이해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이제 천체의 시운동을 총정리하는 의미에서 다음과 같은 예문에서 천문학적으로 틀린 곳 다섯군데를 모두 찾아내 보자.

…자정이 막 지난 초여름밤, 창백한 초승달 바로 옆에는 금성이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오리온 자리에 빛나는 저 밝고 붉은 별은목성이리라….
첫째 초승달이 자정이 막 지난 시각에도 아직 지지 않고 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초승달은 초저녁달로서 해가 진 후 서편 하늘에 잠시 걸려있다가 곧 져야 한다.

둘째 금성 역시 자정이 막 지난 시각에 보 일 수 없다는 것이다. 내행성은 공전 궤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언제나 태양 근처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성과 금성은 새벽 아니면 저녁에 밖에 볼 수 없다. 초승달 바로 옆에 금성은 갈 수 있다. 왜냐하면 행성이 머무는 황도는 달이 천구상에 머무는 길―백도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달은 때때로 행성들을 가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참고로 알아 두자.

세째 오리온(Orion)자리는 초여름에 보이지 않는다. 오리온 자리는 유명한 겨울철 별자리다. 이와 비슷한 예로 알퐁스 도데의 유명한 단편 '별'에는 그 계절에 알프스 지방에서 보이지 않는 별 시리우스(Sirius, 유명한 겨울철의 별자리인 큰개 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가 인용되고 있음을 지적해 둔다.

네째 목성은 노란 빛을 띤 행성이다. 붉은 행성은 화성 하나 뿐이다 실제로 한 번이라도 목성을 본 사람이라면 이것은 쉬운 문제이다. 요즘은 마침 목성을 관측하기 이주 좋은 때이니 한 번씩 찾아 보기 바란다. 찾는 요령은 이 글 바로 앞의 '5월의 밤하늘'을 참고하기 바란다.

다섯째 이것은 아주 어려워서 오리온 자리가 황도12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만이 지적해낼 수 있다. 즉 행성은 항상 황도 근처에 있어야 하므로 오리온 자리로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익힘문제

맞으면 ○표, 틀리면 ×표 하시오.
1. 화성은 언제나 가을철에만 보인다.( )
2. 서방최대이각일 때 금성은 새벽에 볼 수 있다( )
3. 외행성의 역행은 합의 위치에 있을 때 일어난다.( )
4. 외행성의 역행은 행성이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있을 때 일어난다.( )
5. 외행성은 충의 위치에서 가장 밝게 보인다.( )
6. 회합주기가 가장 큰 행성은 명왕성이다.( )
7. 행성은 주로 은하수 속에서 발견된다.( )
8. 남극 지방의 관측자가 보는 별들은 모두 주극성들이다.( )
9. 적도 지방의 관측자가 보는 별들은 모두 주극성들이다.( )

해답

1.× 2.○ 3.× 4.× 5.○ 6.× 7.× 8.○ 9.×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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