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진드기가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주로 농사일을 하던 노인들이 진드기에 물려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리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치사율이 30%에 가깝다. 작은소참진드기가 옮기는데 환자가 처음 집계된 2013년에는 36명에서
2014년 55명, 2015년 79명, 2016년 165명으로 뚜렷한 증가세다. 올해는 28일 현재 3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늘었고 사망자도 8명이나 된다. 여름이 빨라지고 길어질수록 진드기에 물릴 가능성도 높아지는 셈이다.
보통 벌레가 몸에 붙어도 움직이는 동안 떨어지거나 자기가 알아서 떠나므로 잘 모르는 게 보통이지만 진드기는 한 번 붙으면 배가 터지게 피를 빨아먹지 않는 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나마 사람은 손을 자유자재로 놀릴 수 있으므로 진드기를 보면 떼어내면 되지만 발만 있는 동물들은 정말 골치다. 개나 고양이 관리를 잘못하면 몸 여기저기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 기겁할 상황이 일어나는 이유다.
그런데 진드기는 배만 볼록하고 다리는 가는 사람이 연상되는 몸매로 어디에 달라붙는 능력은 형편없을 것처럼 생겼다. 개나 고양이가 몸을 가볍게 흔들기만 해도 툭 떨어질 것 같다. 참고로 진드기는 거미, 전갈과 함께 주형류(arachnids)에 속하는 절지동물로 다리가 네 쌍, 즉 여덟 개다.
매끄러운 표면에 더 잘 붙어
학술지 ‘실험생물학저널’ 6월 1일자에는 진드기가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이유를 밝힌 논문이 실렸다. 독일 킬대학 연구자들은 유럽에 널리 퍼져 동물들을 괴롭히는 개참진드기(학명 Ixodes ricinus)의 발 구조를 세밀히 분석해 강력한 부착력의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요약하자면 부드럽고 탄력이 있는 발바닥 덕분에 암컷의 경우 몸무게의 500에 이르는 힘에도 떨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개참진드기의 발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끝에 갈고리처럼 생긴 발톱 한 쌍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따라서 얼핏 생각하면 갈고리 발톱을 숙주의 털에 걸거나 피부 표면의 틈에 박아 몸을 고정할 것 같다. 그런데 다양한 표면을 대상으로 진드기의 부착력을 측정한 결과 털이 많거나 거친 표면보다 사람 피부나 유리처럼 매끄러운 표면에서 더 강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현미경으로 녀석의 행동을 지켜본 결과 갈고리 발톱은 식물 잎 표면의 돌기나 동물 털 같은 대상을 붙잡을 때 쓰는 용도이지 지속적으로 몸을 고정할 때는 그 밑에 있는 발바닥을 이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둥글넓적한 발바닥으로 어떻게 사람의 피부 같은 매끄러운 표면에 착 달라붙을 수 있을까.
진드기의 발바닥은 악기 아코디언이 연상되는 구조다. 즉 아코디언의 주름처럼 길이 방향으로 접혔다 폈다 할 수 있는데(세 겹 주름) 평지를 걸을 때나 발을 뗄 때는 주름을 접어 발바닥 폭을 확 줄인다. 반면 천정에 붙어있거나 대상이 요동칠 때는 주름을 쫙 펴 표면에 닿는 발바닥 면적을 최대한 넓게 해 몸을 고정한다. 이때 발바닥에서 분비물이 나오는데 로션처럼 수용액에 기름방울이 분산된 유화(emulsion) 상태다. 분비물이 표면과 발바닥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 흡착력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세 가지 실험으로 진드기 발바닥의 부착력을 실험했다. 먼저 순간 뒤집기 실험으로 면을 수평으로 해 진드기를 놓은 뒤 순간적으로 180도 뒤집는 실험이다. 표면이 거칠 경우 절반 정도가 떨어졌지만 유리처럼 아주 매끄러운 경우는 10%만 떨어졌다. 흥미롭게도 거친 정도가 중간인 사람 피부 역시 10%만 떨어져 실리콘이나 합성수지로 뜬 가짜 피부(표면 거칠기는 비슷하다)보다 훨씬 잘 달라붙었다. 연구자들은 진드기의 발바닥 표면의 분자와 동물의 피부 표면 분자가 더 강하게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원판을 회전시켜 원심력으로 진드기를 떨어뜨리는 실험과 진드기 몸에 줄을 붙인 뒤 당겨(견인력) 진드기를 떼어내는 실험 역시 표면이 매끄러울수록 진드기가 더 잘 버텼다. 원심력 실험의 경우 암수 모두에게 실시했는데 암컷이 버티는 힘이 수컷의 세 배에 이르렀다. 암컷은 알을 낳기 위해 자기 몸무게의 100배가 넘는 피를 빨아먹어야할 정도로 피부 부착이 절박한 과제이기 때문에 이처럼 흡착력이 훨씬 더 강하게 진화했다. 반면 수컷은 자기 먹고 살 피만 빨면 된다. 참고로 진드기는 암컷이 덩치가 더 큰데 개참진드기 암컷의 몸길이는 3.0~3.6mm이지만 피를 잔뜩 먹고 난 뒤에는 11mm까지 커진다.
일단 숙주에 올라탄 진드기는 피를 빨기에 최적인 장소를 찾아 이동한 뒤 발바닥을 쫙 펴 몸을 고정한 뒤 물구나무하듯 몸을 세워 주둥이로 피부를 뚫어 흡혈을 한다. 섣불리 진드기를 떼려다가는 몸이 찢어서 주둥이 일부가 피부에 남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진드기를 발견하면 당황하지 말고 핀셋으로 조심스레 집어 떼어내거나 번거롭더라도 가까운 병원에 가서 처치를 받는 게 좋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이런 진드기 같은…’ 같은 비유적 표현에서나 나오던 진드기가 서서히 우리 일상으로 침투해 그 물리적 실체를 드러내는 것 같아 안 그래도 더운 여름이 더 덥게 느껴진다.
보통 벌레가 몸에 붙어도 움직이는 동안 떨어지거나 자기가 알아서 떠나므로 잘 모르는 게 보통이지만 진드기는 한 번 붙으면 배가 터지게 피를 빨아먹지 않는 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나마 사람은 손을 자유자재로 놀릴 수 있으므로 진드기를 보면 떼어내면 되지만 발만 있는 동물들은 정말 골치다. 개나 고양이 관리를 잘못하면 몸 여기저기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 기겁할 상황이 일어나는 이유다.
그런데 진드기는 배만 볼록하고 다리는 가는 사람이 연상되는 몸매로 어디에 달라붙는 능력은 형편없을 것처럼 생겼다. 개나 고양이가 몸을 가볍게 흔들기만 해도 툭 떨어질 것 같다. 참고로 진드기는 거미, 전갈과 함께 주형류(arachnids)에 속하는 절지동물로 다리가 네 쌍, 즉 여덟 개다.
매끄러운 표면에 더 잘 붙어
학술지 ‘실험생물학저널’ 6월 1일자에는 진드기가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이유를 밝힌 논문이 실렸다. 독일 킬대학 연구자들은 유럽에 널리 퍼져 동물들을 괴롭히는 개참진드기(학명 Ixodes ricinus)의 발 구조를 세밀히 분석해 강력한 부착력의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요약하자면 부드럽고 탄력이 있는 발바닥 덕분에 암컷의 경우 몸무게의 500에 이르는 힘에도 떨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개참진드기의 발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끝에 갈고리처럼 생긴 발톱 한 쌍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따라서 얼핏 생각하면 갈고리 발톱을 숙주의 털에 걸거나 피부 표면의 틈에 박아 몸을 고정할 것 같다. 그런데 다양한 표면을 대상으로 진드기의 부착력을 측정한 결과 털이 많거나 거친 표면보다 사람 피부나 유리처럼 매끄러운 표면에서 더 강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현미경으로 녀석의 행동을 지켜본 결과 갈고리 발톱은 식물 잎 표면의 돌기나 동물 털 같은 대상을 붙잡을 때 쓰는 용도이지 지속적으로 몸을 고정할 때는 그 밑에 있는 발바닥을 이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둥글넓적한 발바닥으로 어떻게 사람의 피부 같은 매끄러운 표면에 착 달라붙을 수 있을까.
진드기의 발바닥은 악기 아코디언이 연상되는 구조다. 즉 아코디언의 주름처럼 길이 방향으로 접혔다 폈다 할 수 있는데(세 겹 주름) 평지를 걸을 때나 발을 뗄 때는 주름을 접어 발바닥 폭을 확 줄인다. 반면 천정에 붙어있거나 대상이 요동칠 때는 주름을 쫙 펴 표면에 닿는 발바닥 면적을 최대한 넓게 해 몸을 고정한다. 이때 발바닥에서 분비물이 나오는데 로션처럼 수용액에 기름방울이 분산된 유화(emulsion) 상태다. 분비물이 표면과 발바닥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 흡착력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세 가지 실험으로 진드기 발바닥의 부착력을 실험했다. 먼저 순간 뒤집기 실험으로 면을 수평으로 해 진드기를 놓은 뒤 순간적으로 180도 뒤집는 실험이다. 표면이 거칠 경우 절반 정도가 떨어졌지만 유리처럼 아주 매끄러운 경우는 10%만 떨어졌다. 흥미롭게도 거친 정도가 중간인 사람 피부 역시 10%만 떨어져 실리콘이나 합성수지로 뜬 가짜 피부(표면 거칠기는 비슷하다)보다 훨씬 잘 달라붙었다. 연구자들은 진드기의 발바닥 표면의 분자와 동물의 피부 표면 분자가 더 강하게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원판을 회전시켜 원심력으로 진드기를 떨어뜨리는 실험과 진드기 몸에 줄을 붙인 뒤 당겨(견인력) 진드기를 떼어내는 실험 역시 표면이 매끄러울수록 진드기가 더 잘 버텼다. 원심력 실험의 경우 암수 모두에게 실시했는데 암컷이 버티는 힘이 수컷의 세 배에 이르렀다. 암컷은 알을 낳기 위해 자기 몸무게의 100배가 넘는 피를 빨아먹어야할 정도로 피부 부착이 절박한 과제이기 때문에 이처럼 흡착력이 훨씬 더 강하게 진화했다. 반면 수컷은 자기 먹고 살 피만 빨면 된다. 참고로 진드기는 암컷이 덩치가 더 큰데 개참진드기 암컷의 몸길이는 3.0~3.6mm이지만 피를 잔뜩 먹고 난 뒤에는 11mm까지 커진다.
일단 숙주에 올라탄 진드기는 피를 빨기에 최적인 장소를 찾아 이동한 뒤 발바닥을 쫙 펴 몸을 고정한 뒤 물구나무하듯 몸을 세워 주둥이로 피부를 뚫어 흡혈을 한다. 섣불리 진드기를 떼려다가는 몸이 찢어서 주둥이 일부가 피부에 남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진드기를 발견하면 당황하지 말고 핀셋으로 조심스레 집어 떼어내거나 번거롭더라도 가까운 병원에 가서 처치를 받는 게 좋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이런 진드기 같은…’ 같은 비유적 표현에서나 나오던 진드기가 서서히 우리 일상으로 침투해 그 물리적 실체를 드러내는 것 같아 안 그래도 더운 여름이 더 덥게 느껴진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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