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8일 수요일

콜라를 슬러시로 만드는 마술의 숨은 원리는?

온도·압력 따라 분자 사이 거리 달라져… 기체·액체·고체 상태로 변하는 물질
원래 물은 0℃에서 얼어 고체 되지만 갑자기 온도 변하면 액체 그대로 있다가 살짝 건드려도 얼음 되는 마술 펼쳐져요

최근 인터넷에서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신기한 영상이 화제가 되었어요. 그것은 바로 액체 상태의 콜라를 아무런 도구 없이 순식간에 얼려 슬러시를 만드는 영상이었지요. 마술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액체 상태의 콜라를 건네주기만 했어요. 그리고 콜라를 받은 사람들이 뚜껑을 살짝 열고 병을 뒤집자 병 속의 콜라가 완전히 얼어버렸지요. 대체 마술사는 콜라에 어떤 마술을 건 것일까요?

사실 여기에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어요. 물이 어는 온도가 0℃라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알지요? 하지만 때로는 영하의 온도에서 물이 얼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 물질에는 각각 그때의 온도에 따른 안정 상태가 있어요. 그래서 온도를 서서히 변화시키면 물질의 구성원자가 온도 변화에 맞춰 움직이며 기체·액체·고체로 변해요. 그러나 갑자기 온도가 변하면, 구성원자가 온도 변화에 맞춰 활동할 시간을 놓쳐서 상태가 변하지 않고, 처음 온도 때의 안정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도 한답니다. 이러한 상태를 '과냉각 상태'라고 해요. 실험에 따르면, 대략 -40℃까지도 물이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놀랍지요?

그런데 과냉각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조금만 자극을 주어도 안정 상태가 깨져 버릴 수 있어요. 과냉각된 물에 손을 대거나 흔들면 순식간에 얼음으로 변하지요. 콜라를 얼린 마술사도 과냉각 상태의 콜라를 사람들에게 건네주어 콜라에 자극을 가하게 한 것이에요.

콜라를 슬러시로 만드는 마술의 숨은 원리는?
▲ /그림=정서용
물질이 온도에 따라 고체·액체·기체로 바뀌는 것을 상태변화라고 하는데, 이러한 상태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 간의 거리예요. 고체는 분자 간의 거리가 매우 가깝고, 기체는 멀지요. 온도가 높아질수록 분자운동이 활발해져 거리가 멀어집니다. 그 결과 부피가 증가하며, 고체는 액체가 되고 액체는 기체로 변하지요. 단, 물은 고체(얼음)일 때가 액체일 때보다 부피가 큰 유일한 물질이랍니다.

그런데 분자 사이의 거리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소가 있어요. 그것은 바로 압력이에요. 주사기에 공기를 채우고 입구를 막은 다음 손잡이를 누르면 주사기 안의 공기 부피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압력이 분자 간의 거리를 줄인 것이에요. 그렇다면 압력만으로도 물을 얼음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만들 수 있어요. 실제로 상온의 물도 강한 압력을 가하면 얼음으로 만들 수 있답니다.

자, 그럼 여러분도 마술사가 되어 보세요. 탄산음료를 이용한 슬러시 마술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냉장고로 쉽게 할 수 있어요. 단, 이런 실험은 꼭 부모님과 같이 해야겠지요? 우선 탄산음료의 뚜껑을 열지 않고 흔들어 내부의 압력을 높여요. 이렇게 압력이 강해지면 앞서 설명했듯이 더 높은 온도에서도 얼 수 있는 상태가 돼요. 이 상태로 냉장고에 넣어 3시간 정도 얼리면 탄산음료는 과냉각 상태가 됩니다. 이때 뚜껑을 살짝 열어 압력을 낮추고, 다시 닫은 뒤 병을 흔들면 그 자극에 의해 병 속의 음료수가 빠르게 얼어요. 이런 방식으로 얼면 냉장고 속에서 얼렸을 때보다 얼음 조각이 작은 슬러시가 만들어지지요. 과냉각된 음료수를 흔들지 않고 컵에 따르면, 컵에 떨어지는 순간 얼어붙는 재미있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겨울에 사용하는 액체형 손난로의 원리도 이와 비슷해요. 컵에 물을 넣고 설탕을 계속해서 녹이면 처음에는 잘 녹다가 어느 순간에는 아무리 저어도 설탕이 녹지 않아요. 일정량의 물에 녹일 수 있는 설탕의 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온도를 높이면 더 많은 양의 설탕을 녹일 수 있어요. 그러다가 서서히 식히면 상온에서 녹일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설탕을 녹인 '과포화 상태'의 설탕물이 됩니다. 이때 실을 넣으면 실에 설탕 결정이 달라붙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이처럼 액체형 손난로에도 아세트산나트륨, 티오황산나트륨 등의 물질이 과포화 상태로 녹아 있어요. 이 물질들은 높은 열을 가하여 녹이는데, 녹는 과정에서 열을 흡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식은 후에도 굳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자극을 주면 빠르게 굳으면서 가지고 있던 열을 내보내 손난로의 역할을 하는 거예요. 손난로 속의 작은 금속 조각은 과포화 상태의 용액에 자극을 주는 용도이지요.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 탑 쌓기 놀이도 할 수 있어요. 굳은 액체형 손난로의 내용물(아세트산나트륨)을 꺼내어 유리병에 옮겨 담고, 그중 일부는 책받침 위에 놓아요. 그리고 유리병을 뜨거운 물에 넣어 내용물을 녹인 후, 천천히 식히세요. 완전히 식으면 책받침 위에 놓았던 내용물의 일부분 위에 조금씩 떨어뜨려 보세요. 그럼 액체가 떨어지는 순간 굳어버려서 탑을 쌓게 된답니다.

과냉각·과포화에 대해 알고 나니 여러분도 마술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지요? 실제로 대부분의 마술에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답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친구라면, 재미있는 마술 원리를 찾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관련 교과]
4학년 1학기 '모습을 바꾸는 물' 5학년 2학기 '용해와 용액'


[함께 생각해봐요]

유리는 ‘과냉각된 액체’라는 말이 있어요. 여기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요?

해설: 액체 상태에서 빠르게 냉각시켜 만드는 유리는 굳은 형태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액체 상태의 분자 결합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고체처럼 보이는 유리를 ‘과냉각된 액체’라고 하지요. 가공 전의 유리는 열과 충격에 매우 약한데, 그 이유도 과냉각 상태의 불안정한 구조이기 때문이에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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