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9일 목요일

리튬에서 종이·섬유 전지까지… 진화하는 배터리

사용 후 충전 가능한 2차전지, 효율 높은 리튬이온전지가 대세
강한 충격 받으면 폭발 위험 있어

휘거나 늘어나는 스프링 전지부터 나노 기술 활용한 종이형 전지까지 다양한 신형 배터리 개발되고 있죠


최근 국내외 여러 기업이 배터리 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요.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를 비롯해 노트북, 전기 자동차, 의료 기기 등 배터리가 활용될 가능성은 앞으로 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지요.

흔히 충전하며 여러 번 사용하는 배터리를 2차전지라고도 합니다. 한 번 다 쓰고 나면 쓸모가 없어지는 건전지는 1차전지라고 하지요. 지금도 과학자들은 최대한 오랜 시간에 많은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충전도 쉽고 휴대하기도 편한 새로운 2차전지를 개발하고 있어요.

◇대세는 리튬이온전지

전지는 물질의 화학반응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2차전지는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모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 있어요. 2차전지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최근에는 무게가 가볍고 전기에너지를 많이 만들어내는 리튬이온전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답니다. 근래 출시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이온전지예요.


[재미있는 과학] 리튬에서 종이·섬유 전지까지… 진화하는 배터리
리튬이온전지는 리튬이온(Li+)이 음극과 양극을 오가며 작동합니다. 리튬이온전지의 음(-)극에는 흑연, 양(+)극에는 산소가 결합된 금속이 들어 있어요. 양극 사이에는 액체 상태로 전류를 흐르게 해주는 전해질이 들어 있지요. 스마트폰 배터리라고 가정했을 때 스마트폰 전원을 켜면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며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음극에 있던 리튬이온이 양극으로 모두 이동하면 배터리는 방전됩니다.

이때 배터리를 충전기에 연결하면 양극으로 건너간 리튬이온이 다시 음극으로 이동해요. 외부에서 공급된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 형태로 저장하는 것이죠. 리튬이온이 모두 음극으로 돌아가면 충전이 끝납니다.

리튬이온전지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강한 외부 충격이 가해지거나 내부 구조가 구부러지거나 휘어질 경우 폭발할 위험이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리튬이온전지를 심하게 구부리면 액체 상태인 전해질이 새어 나올 수 있는데 액체 전해질은 휘발유보다 불이 잘 붙는답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도 액체 전해질이 새어 나와 발생하는 것이죠.

그래서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는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하기가 조심스러워요. 과학자들은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배터리를 구부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 고체 전해질을 찾고 있어요.

◇접고 피고 구부리는 신형 2차전지

동시에 휴대가 간편하고 모양을 이리저리 바꿀 수 있는 신형 2차전지가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답니다. 백운규 한양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3년 스프링을 이용해 크기가 늘어나고 모양도 휘는 배터리를 만들어냈어요. 두 전극을 S자 형태 스프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죠. 네모난 모양에 말랑말랑한 촉감의 스프링 배터리 안에는 큰 스프링과 작은 스프링이 함께 들어 있어 배터리를 잡아당기면 큰 스프링이 먼저 늘어나고 작은 스프링이 뒤이어 펼쳐집니다. 스프링 배터리는 원래 크기의 4배까지 늘어나는데 연구팀은 이렇게 배터리 크기를 늘린 상태에서 LED 전구를 9시간 동안 밝히는 데 성공했어요.

지난 2015년 스웨덴에서는 접거나 둥글게 말아도 전기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종이형 배터리가 개발되었답니다. 나무를 이루는 섬유소를 나노 크기(지름 20㎚ 크기·1㎚는 10억분의 1m)로 쪼갠 뒤 전기가 통하는 고분자 화합물과 혼합해 종이처럼 얇은 모양의 배터리를 만들었어요. 겉으로 보기엔 얇은 종이나 섬유처럼 보이지만, 배터리가 가져야 할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접었다 펴도 전지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지요.

미국에서는 몸 안에서 녹는 생분해성 배터리가 등장했습니다. 최근 몸 안에 이식하는 전기 의료 기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기기에 든 배터리의 전해질은 우리 몸에 해로운 성분이라 전해질이 새어 나오면 환자의 건강에 큰 해를 입힐 수 있어요. 배터리가 방전되면 다시 환자의 몸에서 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요.

생분해성 배터리는 식염수를 전해질로 이용하고 그 외 요소들은 몸 안에서 분해되어도 건강에 해롭지 않은 고분자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요. 의료 기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 뒤 몸 안에서 녹는데 건강에 해롭지 않아 방전된 배터리를 다시 꺼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 외에도 전지 소재를 섬유에 입힌 섬유 배터리, 몸의 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신개념 열전소자 등도 개발되고 있어요. 앞으로도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신형 배터리가 계속해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린터로 인쇄하는 종이 배터리]

지난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은 잉크 프린터로 배터리를 종이에 찍어내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나노 기술로 전지의 구성 요소들을 잉크 형태로 만든 뒤 프린터를 이용해 종이에 찍어낸 것이죠. 연구팀은 프린터로 인쇄한 종이 배터리로 작은 LED 전등을 밝히는 데 성공했답니다. 직육면체였던 충전용 배터리가 종이 속 그림이나 글씨로 변신한 것이죠.

이 배터리는 종이를 접었다 펴기를 반복해도 배터리 기능이 유지되고 충전과 방전을 1만번 반복해도 용량이 줄어들지 않아요. 하지만 전원 지속 시간이 짧고 제작 비용이 너무 비싸 상용화가 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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