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8일 수요일

이어폰, 자주 사용하면 문제점은?

귀에 바짝 붙여 소리 듣는 이어폰
자연적으로 듣는 것보다 귀에 해로워 잘 듣지 못하는 '난청' 유발할 수 있어
귀 건강 위해 소리크기·사용시간 줄이고 길 걸을 땐 위험하니 사용하면 안 돼요

"서영아, 왜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니?"

"아, 음악을 듣고 있어서 몰랐어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경험이 다들 있지요?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등 음악과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장비가 널리 보급되면서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사람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요즘 이어폰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아나요? 바로 '난청(難聽)' 때문이에요. 난청이란 청각기관에 이상이 생겨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난청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더 문제가 된다고 해요. 그렇다면 이어폰이 왜 이러한 증상을 일으키는 것일까요?
이어폰 관련 일러스트
▲ 그림=정서용
소리란 진동하는 물체에서 발생하는 음파를 뜻해요. 즉 물체를 두드렸을 때 물체가 진동하면, 그 진동이 마치 물결이 퍼지듯 공기를 통해 퍼지면서 우리 귀에 도달해 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보통 '귀'라고 하면 머리 양옆으로 튀어나와 있는 바퀴 모양 신체 부위를 생각하지만, 실제로 귀는 매우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요. 겉으로 보이는 부분은 '귓바퀴'이며, 부드러운 연골로 되어 있어 소리를 모으는 역할을 해요. 그리고 귓구멍 안쪽에는 '고막'이라는 얇은 막이 있는데, 고막은 귓속뼈와 붙어 있어서 외부 소리가 고막을 진동시키면 귓속뼈도 함께 진동해요. 귓속뼈는 이 진동을 더욱 크게 만들어 달팽이관 내부의 액체에 전달하는데, 액체가 흔들리면 유모세포들이 따라서 흔들리며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줍니다. 이 전기신호가 청각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면 우리가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랍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어폰이 유모세포를 손상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어폰은 귀에 바짝 끼기 때문에 귓속 공간이 밀폐되어 소리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증폭되어 고막을 진동시켜요. 그러면 유모세포는 자연적으로 소리를 들을 때보다 더 강한 압력을 받게 됩니다. 큰 소리가 오래가면 유모세포가 더 심한 손상을 입고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보통 90dB(데시벨) 정도의 음량으로 듣는데, 90dB은 공장 소음이나 영화관 음향 효과와 맞먹는 크기의 소리예요. 전문가들은 85dB 이상의 소리를 장시간 들으면 소음성 난청이 생길 수 있다고 하지요. 무서운 점은 한번 손상된 유모세포는 회복되지 않아서 나이가 들수록 소리를 잘 듣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이에요.

이어폰 관련 일러스트
소음성 난청은 일반적으로 귀에서 '삐~' '쉬~' '윙~' 하는 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리는 '이명(耳鳴)' 증상으로 이어지는데, 조용한 곳에서 더 크게 들리므로 심한 사람은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해요. 또한 이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더 큰 병을 얻기도 하고요. 큰 소리를 오래 듣다 보면 작은 소리에 둔감해져서 일상적 대화에 지장을 받기도 합니다. 요즘은 어린이 중에도 말을 한 번에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현상도 이어폰 사용과 관계가 있다고 하지요.

그렇다면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어폰을 너무 큰 소리로 장시간 써서는 안 돼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75dB 이하의 소리는 유모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고 해요. 이어폰을 사용하되, 소리 크기와 듣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지요. 버스나 지하철에서 보면 이어폰을 꼈는데도 주변 사람에게 소리가 들릴 만큼 크게 음악을 듣는 사람이 있지요? 이것은 귀 건강에 매우 나쁜 습관이에요. 귀 건강을 생각하여 음악은 되도록 스피커로 듣고,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을 쓰는 게 좋다고 해요. 하지만 헤드폰도 큰 소리로 오랜 시간 들으면 귀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조심해야 해요.

이어폰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또 있어요. 움직일 때는 쓰면 안 된다는 점이에요. 길을 걸으며 음악을 듣는 것은 매우 위험해요. 우리는 위험한 상황을 피하는 데 시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청각이 시각보다 먼저 작용해야 할 때가 많아요. 정면만 볼 수 있는 눈과 달리 귀는 사방에서 들리는 소리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위험을 알리는 자동차의 경적이나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만 듣고 즉각 반응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어폰으로 음악을 크게 들으며 걸으면 주변 소리에 반응하지 못해 돌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없어요. 실제로 이어폰을 끼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를 당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음악을 크게 듣지 않으면 진정한 즐거움을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큰 소리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리고 청력이 약해지면 점점 더 큰 소리를 원하게 되어 결국엔 일상적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게 되지요. 오히려 작은 소리를 오래 듣다 보면 청각이 예민해져서 작은 소리로도 충분히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다고 해요. 다른 사람의 말과 아름다운 음악을 듣게 해주는 소중하고 고마운 귀. 귀 건강을 잘 지켜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를 오랫동안 즐길 수 있길 바랍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의학 전문가들은 야외에서는 가급적 이어폰을 쓰지 말라고 권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설: 조용한 방 안에서는 작은 소리로도 대화할 수 있지만, 야외에서는 주변 소음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게 되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야외에서 이어폰을 쓰면 자기도 모르게 이어폰 음량을 높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관련 교과] 5학년 2학기 '우리 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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