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8일 수요일

헬리콥터 닮은 비행의 명수, 잠자리의 비밀

크기 비슷한 앞뒤 날개를 따로 움직여 급정지·급선회·후진까지 가능해요
촘촘한 날개맥이 튼튼한 날개 만들어… 근력·시력도 뛰어나 사냥 성공률 95%
후각만으로도 먹이 찾을 수 있대요

"작은 헬리콥터들이 날아다닌다!"

한여름 무더위가 물러가고 초가을에 접어들면 하늘에는 어김없이 많은 잠자리가 나타나요. 잠자리의 모습은 헬리콥터를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헬리콥터의 기본 설계 아이디어는 잠자리의 비행 모습에서 나왔다고 해요.

잠자리가 나는 모습에서는 다른 곤충과 구별되는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어요. 날아다니는 동물들은 빠르게 날다가 갑자기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관성(慣性·움직이는 물체가 운동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려고 하는 힘)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잠자리는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곤충보다도 민첩하게 비행할 수 있답니다. 공중에서 멈추거나 좌우로 나는 것은 물론, 뒤로 나는 것도 가능하지요. 이러한 놀라운 비행 기술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요?
[재미있는 과학] 헬리콥터 닮은 비행의 명수, 잠자리의 비밀
▲ /그림=정서용
날개는 비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잠자리 날개는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2쌍이에요. 보통 곤충의 날개는 앞날개보다 뒷날개가 작거나 퇴화한 경우가 많은데, 잠자리는 앞뒤 날개의 크기가 거의 비슷하며 모든 날개를 활용하여 비행하는 특징이 있어요. 잠자리 날개는 얼핏 쉽게 부서질 것 같은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질기고 튼튼하답니다. 가벼우면서도 쉽게 찢어지지 않고 힘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얇은 막에 그물 같은 '날개맥'이 퍼져 있지요. 연을 만들 때 얇은 종이에 대나무 살을 여러 개 붙이면 무게가 많이 늘지 않으면서도 튼튼해지지요? 이처럼 촘촘히 퍼진 날개맥은 날개를 튼튼하게 지탱하는 역할을 해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날개를 가졌어도 날개를 효과적으로 움직일 만한 힘이 없다면 소용없어요. 새나 곤충이 비행하는 데는 가슴근육이 큰 역할을 하지요. 잠자리는 놀랍게도 1초에 40번이나 날갯짓을 할 수 있답니다. 물론 파리나 모기는 초당 1000번의 날갯짓도 가능해요. 하지만 날개 크기가 클수록 움직이는 데 큰 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리·모기보다 훨씬 큰 날개를 가진 잠자리는 엄청난 근력이 필요하답니다.

또한 잠자리는 날개를 따로 움직여 자유자재로 날 수 있어요. 공중에서 정지한 상태로 있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순식간에 시속 50㎞나 되는 속도로 날아가 먹이를 낚아챌 수 있지요.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갑자기 뒤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고요.

잠자리의 신기한 비행 능력에는 뛰어난 시력도 한몫해요. 잠자리 눈은 마치 선글라스를 낀 것 같은 모양인데, 한 쌍의 겹눈 안에 낱눈이 1만~2만8000여개 들어 있어요. 이 눈들은 각기 다른 방향을 볼 수 있어서 머리를 돌리지 않고도 넓은 지역을 관찰하며, 20m 떨어진 곳에서 움직이는 물체도 감지한다고 해요. 그래서 잠자리의 사냥 성공률은 95%나 되지요. 또한 다른 곤충과 달리 잠자리는 몇 가지 색깔을 구분할 수 있어요.

[재미있는 과학] 헬리콥터 닮은 비행의 명수, 잠자리의 비밀
▲ /그림=정서용
과학자들은 잠자리의 시력이 뛰어난 만큼 청각이나 후각은 아예 없거나 퇴화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잠자리는 더듬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으며, 뇌에도 후각을 담당하는 신경이 없다고 밝혀졌거든요. 그런데 최근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잠자리가 냄새만으로도 먹이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잠자리가 볼 수 없는 곳에 먹이인 초파리를 두었는데, 잠자리가 정확하게 초파리가 있는 곳을 찾아낸 것이지요. 알면 알수록 잠자리의 능력이 참 놀랍지요?

재미있는 사실은 비행의 명수인 잠자리가 '물'에서 태어난다는 것이에요. 잠자리는 배 끝에 있는 낚싯바늘 모양의 산란관을 물풀 줄기에 꽂아 그 속에 알을 낳거나 물웅덩이, 물 밑바닥 등에 알을 낳거든요. 알에서 깬 애벌레는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긴 겨울과 봄을 보내지요. 잠자리 애벌레는 '수채'라고 부르는데, 헤엄을 매우 잘 치며 사냥술도 뛰어나다고 해요. 애벌레 기간이 끝난 수채는 육지로 올라와 날개를 펼치고 잠자리로 변해요. 번데기 과정을 거치며 '완전변태'를 하는 나비·파리 등과 달리, 잠자리는 번데기 과정을 거치지 않아 '불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으로 구분되지요.

잠자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요. 그것은 잠자리의 아름다운 모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잠자리가 해충이 아니기 때문일 거예요. 오히려 나방, 하루살이, 모기 등을 잡아먹어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지요. 그래서 어떤 지역에서는 모기를 퇴치하고자 잠자리를 대량으로 사육하는 방법을 쓰기도 해요. 모기약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모기의 내성을 강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지만, 잠자리를 이용하면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해마다 잠자리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잠자리가 등장하는 시기도 변하고 있다고 해요. 과학자들은 그것이 환경오염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하지요. 우리가 해충의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특정 해충을 죽이는 게 아니라 환경보호를 통해 해충의 천적을 살리는 것이 아닐까요?


[관련 교과]
5학년 1학기 '작은 생물의 세계' 6학년 1학기 '생태계와 환경'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이 아는 다양한 곤충을 '완전변태'하는 것과 '불완전변태'하는 것으로 분류해 보세요.


해설:
완전변태 곤충: 장수풍뎅이, 나비, 파리, 모기, 개미, 물방개, 나방, 하늘소 등
불완전변태 곤충: 메뚜기, 사마귀, 잠자리, 매미, 진딧물, 땅강아지, 귀뚜라미 등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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