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나선 일본 등 세계 각국서 주목하는 IB
국내 고교 중 유일하게 운영, 경기외고 이병호 교장
문·이과 구분 없이 흥미 따라 수강 … 학년당 한 반 운영, 영어로만 강의 … 아이비리그 등 해외 명문대 진학
국내 고교 중 유일하게 운영, 경기외고 이병호 교장
문·이과 구분 없이 흥미 따라 수강 … 학년당 한 반 운영, 영어로만 강의 … 아이비리그 등 해외 명문대 진학
요즘 경기외국어고(경기 의왕)가 분주하다. 전국 각처에서 수업 참관을 오고 세미나 참석 요청이 잇따른다. 외고
폐지 논쟁에 숨 죽인 다른 외고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교육계가 경기외고에서 주목하는 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 공통 교육과정)다. IB는 스위스 비영리 교육 재단 IBO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으로, 주로 토론 수업을 하고 평가
시 서술형 문제를 낸다. 경기외고가 2011년 한국 최초로 도입해 현재 국내 정규 고교 중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엔 최근
문부과학성이 IB를 중심으로 교육 개혁에 나섰다. 현재 60개교에 시범 도입하고 있고 내년엔 이를 200개교로
확대한다.
◇IB, 4차 산업혁명시대를 위한 교육과정
"지금 한국 교육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융합력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병호 경기외고 교장은 교육청·교육부를 거쳐 서울국제고 교장으로 있다가 올 초 경기외고로 온 38년 경력의 교육 전문가다. 그는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들이 세계 시장을 마주했을 때 맞닥뜨릴 괴리를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빠르게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시킨 일만 잘하면 되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창의 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그런데 한국 교육은 어떤가요? 하나의 정답만 찾도록 하는 객관식 시험과 주입식 교육으로는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절대 길러낼 수 없습니다."
그는 IB를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글로벌 교육과정으로 보고 있었다. IB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성찰하며, 위험을 감수하면서 풍부한 지식을 위해 탐구하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삼는다. 커리큘럼은 모국어(한국어)·외국어·수학·과학·인문사회·예술의 6개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은 각 분야에서 3개의 심화 과정(Higher Level), 3개의 표준 과정(Standard Level)을 택해 수강한다. 이 교장은 "문·이과 구분이 없다는 점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 방향과 유사하다"며 "개인 흥미와 관심 분야를 스스로 찾아 시간표를 짜고 심층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외 필수로 비교과 활동(CAS)을 이수하고 에세이 과제를 수시로 제출해야 한다.
교과서가 없고, 수업 내용은 IBO가 제시하는 과정 내에서 교사가 자유롭게 정한다. 대체로 미리 이론을 공부해 온 뒤 교실에선 심화 토론을 한다. 예컨대 문학 작품을 분석할 때 작가 의도를 파악하거나 다양한 시점으로 재구성하고 자기 경험을 공유하며 논의하는 식이다. 과제는 에세이를 많이 낸다. 각 과목 시험은 지식을 묻기 보다는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 교장은 "단순한 지식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시대"라며 "다른 이들과 의견을 교류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경기외고는 학년당 한 반(25명)을 IB 반으로 운영한다. 여기 들어가려면 신입생 모집에서 영어과에 최종 합격한 뒤 별도 영어 시험과 면접을 거쳐야 한다. 2~3학년은 IBDP(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국제 공통 고교 학위 과정)를, 1학년은 Pre-DP(IBDP 기초 과정)를 이수한다. 국어 수업을 제외한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한다. "대부분 중학교 때까지 주입식 교육을 받던 학생들이라 처음엔 토론과 글쓰기 때문에 애를 먹습니다. 하지만 졸업할 때가 되면 사고력이 몰라 보게 발달합니다. 공부만 하다간 자칫 놓치기 쉬운 소통력과 협업 능력, 배려심도 키울 수 있습니다."
올해 경기외고의 평균 IB 성적은 45점 만점에 40점으로 예상된다. 미국 아이비리그 지원도 가능한 점수다. 지난해 평균은 37점이었으며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세계 평균 점수는 30점(2016년)이다. 이 교장은 "보통 해외 대학은 36점 이상을 고득점으로 본다"며 "40점이면 세계 어디를 가도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인정받는 실력"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외고에선 지난 5년간 총 149명이 IB를 이수했으며, 이 중 다수가 국내외 명문대로 진학했다. 2017학년도엔 코넬대를 비롯한 아이비리그와 런던대·싱가포르국립대 등 QS 랭킹 50권 내 해외 대학에서 합격증이 날아 들었다.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등 국내 대학에 합격한 학생도 많다. 이 교장은 "다수 세계 대학이 IB 인증서를 갖춘 학생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했다.
현재 여러 교육 기관이 경기외고 수업을 참관하는 등 IB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교장은 "치열한 입시 경쟁이 있는 한국에서 공교육에 IB식 서술형 평가를 도입하려면 집중적 투자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경기외고도 수준 높은 시설을 갖추고 공정한 평가를 위한 교사 연수 등에 오랜 공을 들여 왔다"고 했다. 학교가 학생에게 제공하는 1인당 교육비의 경우, 경기외고는 전국 외고 중 최상위 수준인 1855만원(2017년 기준)에 달한다.
◇IB, 4차 산업혁명시대를 위한 교육과정
"지금 한국 교육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융합력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병호 경기외고 교장은 교육청·교육부를 거쳐 서울국제고 교장으로 있다가 올 초 경기외고로 온 38년 경력의 교육 전문가다. 그는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들이 세계 시장을 마주했을 때 맞닥뜨릴 괴리를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빠르게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시킨 일만 잘하면 되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창의 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그런데 한국 교육은 어떤가요? 하나의 정답만 찾도록 하는 객관식 시험과 주입식 교육으로는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절대 길러낼 수 없습니다."
그는 IB를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글로벌 교육과정으로 보고 있었다. IB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성찰하며, 위험을 감수하면서 풍부한 지식을 위해 탐구하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삼는다. 커리큘럼은 모국어(한국어)·외국어·수학·과학·인문사회·예술의 6개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은 각 분야에서 3개의 심화 과정(Higher Level), 3개의 표준 과정(Standard Level)을 택해 수강한다. 이 교장은 "문·이과 구분이 없다는 점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 방향과 유사하다"며 "개인 흥미와 관심 분야를 스스로 찾아 시간표를 짜고 심층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외 필수로 비교과 활동(CAS)을 이수하고 에세이 과제를 수시로 제출해야 한다.
교과서가 없고, 수업 내용은 IBO가 제시하는 과정 내에서 교사가 자유롭게 정한다. 대체로 미리 이론을 공부해 온 뒤 교실에선 심화 토론을 한다. 예컨대 문학 작품을 분석할 때 작가 의도를 파악하거나 다양한 시점으로 재구성하고 자기 경험을 공유하며 논의하는 식이다. 과제는 에세이를 많이 낸다. 각 과목 시험은 지식을 묻기 보다는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 교장은 "단순한 지식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시대"라며 "다른 이들과 의견을 교류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경기외고는 학년당 한 반(25명)을 IB 반으로 운영한다. 여기 들어가려면 신입생 모집에서 영어과에 최종 합격한 뒤 별도 영어 시험과 면접을 거쳐야 한다. 2~3학년은 IBDP(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국제 공통 고교 학위 과정)를, 1학년은 Pre-DP(IBDP 기초 과정)를 이수한다. 국어 수업을 제외한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한다. "대부분 중학교 때까지 주입식 교육을 받던 학생들이라 처음엔 토론과 글쓰기 때문에 애를 먹습니다. 하지만 졸업할 때가 되면 사고력이 몰라 보게 발달합니다. 공부만 하다간 자칫 놓치기 쉬운 소통력과 협업 능력, 배려심도 키울 수 있습니다."
올해 경기외고의 평균 IB 성적은 45점 만점에 40점으로 예상된다. 미국 아이비리그 지원도 가능한 점수다. 지난해 평균은 37점이었으며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세계 평균 점수는 30점(2016년)이다. 이 교장은 "보통 해외 대학은 36점 이상을 고득점으로 본다"며 "40점이면 세계 어디를 가도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인정받는 실력"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외고에선 지난 5년간 총 149명이 IB를 이수했으며, 이 중 다수가 국내외 명문대로 진학했다. 2017학년도엔 코넬대를 비롯한 아이비리그와 런던대·싱가포르국립대 등 QS 랭킹 50권 내 해외 대학에서 합격증이 날아 들었다.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등 국내 대학에 합격한 학생도 많다. 이 교장은 "다수 세계 대학이 IB 인증서를 갖춘 학생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했다.
현재 여러 교육 기관이 경기외고 수업을 참관하는 등 IB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교장은 "치열한 입시 경쟁이 있는 한국에서 공교육에 IB식 서술형 평가를 도입하려면 집중적 투자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경기외고도 수준 높은 시설을 갖추고 공정한 평가를 위한 교사 연수 등에 오랜 공을 들여 왔다"고 했다. 학교가 학생에게 제공하는 1인당 교육비의 경우, 경기외고는 전국 외고 중 최상위 수준인 1855만원(2017년 기준)에 달한다.
- 이병호 경기외고 교장은 “IB 시험은 서술식으로 치르지만, 다수 교사의 교차 채점과 해외 채점 센터의 재확인 절차가 있어 공정성 시비가 거의 없다”고 했다./장은주 객원기자
◇국내반은 '선택형·융합형 교육과정' 도입
이 교장에 따르면 국내반 교과 과정도 IB 반 못지 않게 바뀌고 있다. 1학년을 대상으로 지난 1학기부터 탄력적 개방형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정해진 시간표를 따라가지 않고,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직접 선택할 수 있어 창의적이고 몰입도 높은 수업이 이뤄졌다. 교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의 선택 폭을 확장하고, 기존 7교시로 획일화한 시간표를 8교시로 늘려 학습 기회를 넓혔다. 이 교장은 "급변하는 사회구조와 입시 환경에 대비해 몇해에 걸쳐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커리큘럼"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외고는 어떤 학생을 원할까. 이 교장은 "외고가 내신 1등급 학생만 뽑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요즘은 성적이 그보다 조금 낮더라도 다채로운 역량을 지닌 인재들이 문을 두드린다"고 했다. 지난해 입시에선 성적이 'A-A-1-3(2학년 1·2학기를 절대평가한 성적과 3학년 1·2학기를 상대평가한 성적)'인 학생이 최종 합격했다. 이 학생은 면접에서 글로벌 인재로서 역량을 증명했다고 한다.
경기외고는 11월 7일 신입생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이 교장은 외고 폐지론이 거론되는 시기인 만큼 학부모들의 고민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지금 초·중생들에게 적용될 교육과정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확실한 건 창의력과 사고력이 필요한 사회가 됐다는 점입니다. 자녀의 학습 유형을 잘 관찰해 가장 행복한 방식으로 미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학교를 택해야 할 것입니다." 조선일보
이 교장에 따르면 국내반 교과 과정도 IB 반 못지 않게 바뀌고 있다. 1학년을 대상으로 지난 1학기부터 탄력적 개방형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정해진 시간표를 따라가지 않고,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직접 선택할 수 있어 창의적이고 몰입도 높은 수업이 이뤄졌다. 교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의 선택 폭을 확장하고, 기존 7교시로 획일화한 시간표를 8교시로 늘려 학습 기회를 넓혔다. 이 교장은 "급변하는 사회구조와 입시 환경에 대비해 몇해에 걸쳐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커리큘럼"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외고는 어떤 학생을 원할까. 이 교장은 "외고가 내신 1등급 학생만 뽑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요즘은 성적이 그보다 조금 낮더라도 다채로운 역량을 지닌 인재들이 문을 두드린다"고 했다. 지난해 입시에선 성적이 'A-A-1-3(2학년 1·2학기를 절대평가한 성적과 3학년 1·2학기를 상대평가한 성적)'인 학생이 최종 합격했다. 이 학생은 면접에서 글로벌 인재로서 역량을 증명했다고 한다.
경기외고는 11월 7일 신입생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이 교장은 외고 폐지론이 거론되는 시기인 만큼 학부모들의 고민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지금 초·중생들에게 적용될 교육과정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확실한 건 창의력과 사고력이 필요한 사회가 됐다는 점입니다. 자녀의 학습 유형을 잘 관찰해 가장 행복한 방식으로 미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학교를 택해야 할 것입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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