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촛불을 켰을 때(왼쪽)와 지구에서 촛불을 켰을 때의 모습. [사진 제공 = 미국 항공우주국(NASA)]](https://t1.daumcdn.net/news/201711/10/mk/20171110170301479laxg.jpg)
바닷속, 에베레스트산, 북극. 올림픽 성화 봉송은 이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성스러운' 빨간 불꽃을 뽐내왔다. 하지만 아직 인류가 성화 봉송의 불꽃을 밝히지 못한 곳이 있다. 미지의 세계, '우주'다. 2013년 11월 7일 소치동계올림픽 성화를 실은 우주선을 장착한 소유스 로켓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다. 이틀 뒤 우주선은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도킹했다. ISS에 체류하고 있던 러시아 우주인 두 명은 우주공간으로 나가 유영하며 성화 봉송 퍼포먼스를 펼쳤다. 역사상 최초의 우주 성화 봉송 이벤트였다. 하지만 우주정거장과 우주인의 안전을 우려해 성화봉에 불을 붙이지는 못했다. 아직 인류는 무중력 상태에서 연소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검은 우주 공간에서 성화 봉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기도 없을 뿐 아니라 태양빛을 받지 않는 곳의 온도는 영하 120도로 상당히 낮다. 우주에서 그나마 성화 봉송이 가능한 곳은 ISS처럼 공기가 존재하는 곳이다.
지구에서 촛불을 켜면 길쭉한 형태를 띠며 타오른다. ISS처럼 무중력 공간에서 촛불을 켜면 동그란 형태를 띤다. 공기의 흐름, 대류 때문이다. 지구에서 따뜻한 공기는 팽창하면서 위로 올라간다. 촛불 심지에 불이 붙으면 주변 공기가 따뜻해지면서 위로 올라가고, 이를 따라 불꽃 역시 기다란 형태로 타오른다. 촛불 아래쪽은 산소와 충분히 만나 파란색을 띠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면서 붉은색을 띤다. 하지만 ISS는 중력이 없기 때문에 대류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촛불의 따뜻한 열기로 팽창한 주변 공기는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또한 주변에 있는 산소를 모두 연소시키기 때문에 파란빛을 띤다. 이주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무중력 상태에서는 공기의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촛불은 동그란 형태만을 띠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ISS에 공기를 넣고 가만히 있으면 중력으로 인한 대류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불완전 연소도 발생하지 않는 만큼 그을음이나 연기도 잘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촛불을 켠 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주변에 있는 산소가 타면서 불꽃의 크기는 점점 작아진다. 하지만 금방 꺼지지는 않는데 이는 대류가 없다 하더라도 공기 분자의 움직임으로 인해 주변에 있는 산소가 공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무중력 상태의 촛불은 시간이 지나면 꺼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불꽃이 남아 오랫동안 연소되는 경우도 있다"며 "이처럼 무중력 상태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확실하지 않다는 위험성 때문에 성화봉에 불을 붙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자칫하다 불꽃이 번져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에서 지속적으로 연소 실험을 하고 있다. 밀폐된 박스 내에 물방울 형태의 연료를 만들어 불을 붙이기도 하고 산소와 수소가 담긴 통에 불꽃을 일으키기도 한다. 무중력 상태에서 연소 메커니즘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들이다. 특히 지난해 NASA는 우주정거장과 같은 공간에 대형으로 불이 번지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우주선 소재에 열선을 작동시키기도 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우주에서 불이 어떻게 번지는지, 고체·액체·기체로 된 연료는 어떻게 연소되는지 등에 대해 인류는 아직 명확한 메커니즘을 찾지 못했다"며 "이를 알아내기 위해 ISS에서는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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