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8일 수요일

1200년 된 석굴암에 습기 차지 않는 이유는?

바닥에 흐르는 차가운 감로수가 습기를 모아 땅속에 스며들게 해요
누르는 힘을 분산하는 아치형 구조… 무거운 흙 무게를 견딜 수 있죠
불상의 머리·가슴·어깨·무릎 비율 가로 길이 1:2:3:4로 만들었대요

오늘은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의 탄생일이에요. 석가모니는 인도인이지만, 그의 가르침은 널리 전해져 여러 아시아 국가가 불교를 국교(國敎)로 삼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해졌기 때문에 지금도 불교와 관련된 유적이 많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유적이라면 '석굴암(石窟庵)'을 꼽을 수 있을 거예요. 삼국유사에 따르면 석굴암은 750년경 신라 경덕왕 시대에 지어졌는데, 당시의 건축 기술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과학적으로 설계된 세계 유일의 인조 석굴이기 때문이지요.

보통의 석굴(石窟)은 커다란 바위를 파내어 만들어요. 인도는 더운 기후 때문에 동굴이나 바위를 파내어 만든 석굴에서 수행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굴 속은 뜨거운 햇볕이 차단되고 더운 공기는 쉽게 빠져나가 온도가 10℃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바위는 대부분 매우 단단한 화강암이어서 당시의 도구와 기술로는 바위를 파내는 것이 무척 어려웠을 거예요. 그래서 돌을 둥근 지붕 형태로 쌓아올린 후 그 위를 흙으로 덮어 인조 석굴을 만든 것이지요. 석굴암이 세계에서 유일한 인조 석굴인 것은 그만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에요.

석굴암 일러스트
▲ 그림=정서용
석굴암은 사방에서 무거운 흙이 누르는 힘을 견딜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야 해요. 이 힘을 견디기에 가장 좋은 구조가 바로 '아치형 구조'입니다. 물을 건너는 다리의 구조를 잘 보면 아래의 기둥이 반원 모양인 것을 볼 수 있어요. 이러한 반원 모양의 아치형 구조는 위에서 누르는 힘을 골고루 분산시켜 큰 무게를 지탱할 수 있게 해주지요. 우리 발뼈도 안쪽이 움푹 들어간 아치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두 발로 걸을 때 몸 전체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거랍니다. 이러한 아치형 구조는 쌓다가 무너지기 쉬워서 매우 정교한 건축 기술이 필요하다고 해요.

그리고 이런 형태의 굴은 습기가 잘 생긴다는 문제가 있어요. 굴 안과 바깥의 온도 차이 때문이지요. 이는 추운 날씨에 밖에 있다가 집에 들어가면 안경에 김이 서리는 원리와 비슷해요. 습기는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 물방울로 변하거든요. 또한 습기는 곰팡이가 살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석굴암은 습기와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해요. 그 이유는 석굴암 바닥에 '감로수'라는 차가운 물이 흐르게 했기 때문이에요. 바닥의 차가운 물로 인해 석굴 내부의 습기가 바닥 쪽으로 모여들고, 물방울로 변하여 땅속으로 스며든다고 해요. 이것은 한여름에 에어컨을 켰을 때 에어컨의 차가운 냉매 쪽으로 습기가 모여들어 습기가 사라지는 원리와 같지요. 또한 석굴암은 돌과 돌 사이에 작은 틈이 있어 통풍이 잘되고, 지붕 외벽을 둘러싼 자갈층도 습기를 흡수하여 항상 적절한 습도가 유지된대요.

석굴암의 과학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석굴암은 일 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지(冬至)에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향해 있다고 해요. 그 각도의 오차가 1000분의 1 미만일 정도로 무척 정확하지요. 또한 기도하러 온 사람은 불상 높이의 3배가 되는 거리에 서게 되는데, 키 160㎝ 정도의 사람이 섰을 때 불상의 머리가 불상 뒤에 있는 동그란 광배(光背)의 정중앙에 위치한 모습이 보여요. 당시 남성의 평균 키에 맞추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또한 불상의 모습에도 수학적 비율이 숨어 있습니다. 불상 얼굴 너비를 1로 놓았을 때, 머리, 가슴, 어깨, 무릎 부분의 가로 길이가 1:2:3:4 비율로 만들어졌거든요. 1200년 전에 이와 같은 과학적, 수학적 건축 기술을 가졌다니, 우리 선조의 지혜가 정말 놀랍지 않나요? 전 세계인도 그 우수성을 인정하여 석굴암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우리 유산 석굴암은 그동안 큰 시련을 겪어왔어요. 일제강점기인 1913년, 일제는 석굴암을 보수한다는 명목 아래 석굴암의 외벽을 콘크리트로 둘러싸고, 석굴암 아래로 흐르던 지하수를 막아버렸습니다. 그 결과 석굴암에 습기가 차기 시작했고, 결국 이끼와 곰팡이가 생기면서 벽면이 부서지기 시작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1960년대 들어 복원 작업을 했지만, 원래의 과학적인 설계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어려웠지요. 그래서 안타깝게도 지금은 기계를 설치하여 석굴암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관광객들도 굴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유리벽 밖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이 크게 발전한 지금은 석굴암을 다시 멋진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복원하면 예전의 잘못된 문제들을 보완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복원하면 남아 있는 원본이 또다시 훼손되고,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복원하지 않기로 했어요. 또한 훼손된 모습에도 우리의 지난 역사가 담겨 있고요. 문화재는 외형의 아름다움과 기능 외에 그 나라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정서 등 정신적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에 잘 보호되어야 해요. 석굴암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전 인류의 공통 유산이 된 이유는 문화재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다리와 같기 때문일 거예요.
[함께 생각해봐요]
달걀 껍데기는 무척 얇아서 단단한 부위에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쉽게 깨져요. 그런데 손으로 움켜잡고 힘을 주면 웬만한 힘으로는 깨뜨릴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설: 얇은 달걀 껍데기는 충격에는 약하지만, 아치형으로 되어 있어서 사방에서 누르는 힘을 골고루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달걀 위를 걷는 신기한 마술도 알고 보면 과학적 원리를 이용한 것이랍니다.


[관련 교과] 4학년 1학기 '모습을 바꾸는 물' 4학년 2학기 '열전달과 우리 생활' 6학년 2학기 '에너지와 도구'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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