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8일 수요일

민물고기는 바다에서 살 수 없다고요?

바닷물 소금 농도 높은 탓에 민물고기 몸속 수분 다 빠져나가
해수어·담수어 몸 구조 비슷하지만 사는 방식 달리하여 환경에 적응
사람도 그래요, 물고기처럼 기후·환경 영향받아 살아가죠

"화천 산천어축제에 오세요." "평창 송어축제에 오세요."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겨울 축제가 열려요. 그중 산천어, 송어, 빙어 등을 잡는 얼음낚시 축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요. 그런데 얼음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을 잘 살펴보면 모두 강이나 호수인 것을 알 수 있어요. 왜 그럴까요? 바닷물에서는 얼음낚시를 할 수 없는 걸까요? 바닷물에는 염분과 불순물이 섞여 있어 민물보다 어는점이 훨씬 낮아요. 그래서 얼음이 생기기 어렵지요. 더구나 얼음낚시를 하려면 안전을 위해 얼음 두께가 7cm 이상 되어야 한답니다. 그렇다면 얼음낚시로 잡을 수 있는 산천어, 송어 등은 모두 민물에서만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일까요?

여러분, 혹시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어항에 넣어 키우고 싶었던 적 있나요? 만약 여러분이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수돗물이 든 어항에 넣는다면 십중팔구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말 거예요. 반대로 바닷물이 담긴 어항에 금붕어를 넣는다면 금붕어도 살 수 없지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삼투압(渗透壓) 현상' 때문이에요. 삼투압 현상이란 농도가 다른 두 액체를 서로 섞이지 않게 반투막으로 막아놓으면 농도가 낮은 쪽의 수분(용질)이 농도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해요. 반투막(半透膜)은 입자가 작은 물질만 통과시키는 얇은 막이랍니다. 반투막은 용액·기체 혼합물 등의 성분 가운데 일부만 투과시키고, 다른 성분은 투과시키지 않아요.

[재미있는 과학] 민물고기는 바다에서 살 수 없다고요?
▲ /그림=정서용
초겨울에 엄마가 김장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김장할 때 배추에 소금을 뿌려 절여 놓지요? 그러면 배춧속의 물이 저절로 빠져나와 단단하던 배추 잎이 연해져요. 배추의 껍질 부분이 반투막으로 되어 있어 삼투압 현상이 일어난 것이에요. 식물 뿌리도 반투막으로 되어 있어요. 뿌리 안쪽은 순수한 물보다 농도가 높기 때문에 흙 속의 물을 자연스레 흡수할 수 있지요. 우리 몸의 세포막도 반투막이에요. 목마르다고 해서 바닷물을 마시면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우리가 바닷물을 마시면 혈액의 소금 농도가 진해져서 세포 속 수분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소변량이 많아지고 결국 탈수 증상이 일어나거든요.

물고기의 피부나 세포도 반투막으로 되어 있어서 물의 농도는 물고기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해수어(海水魚)는 몸속보다 외부 바닷물의 소금 농도가 높기 때문에 몸속의 수분이 계속 빠져나가요. 그래서 해수어는 물을 최대한 많이 마시고 소변은 아주 적게 배설하지요. 담수어(淡水魚)는 이와 반대예요. 몸속의 소금 농도가 외부, 즉 강이나 호수 등의 농도보다 높아서 물이 끊임없이 몸 안으로 들어오지요. 물이 들어오는 만큼 밖으로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물을 마시지 않도록 입을 꼭 다물고 소변도 많이 배설해요. 해수어와 담수어가 살아가는 방식에는 이처럼 큰 차이가 있어 사는 곳도 정확히 구분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살아가는 물고기도 있어요. 여러분은 얼음낚시 축제에 등장하는 송어가 민물고기라고 생각하나요? 그렇지 않아요. 원래 송어의 주 서식지는 바다랍니다. 자연 상태의 송어는 민물에서 부화한 후 바다로 나갔다가 2~3년 후에 알을 낳으려고 민물로 돌아와요. 이렇게 바다와 민물을 오가는 물고기는 송어 외에도 은어, 숭어, 전어, 연어, 뱀장어 등 다양하지요. 강은 흐르고 흘러 바다에 도착하는데,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서로 섞이는 부분을 '기수 지역'이라고 부릅니다. 이 부근에 사는 물고기 중에 이런 특징을 가진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보통 물고기 종류를 해수어, 담수어, 기수어(汽水魚)로 구분해요. 기수어가 바다와 민물을 오갈 수 있는 이유는 바다와 민물의 중간 지역에서 살며 몸 구조가 모든 장소에 알맞게 변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기수어라도 민물에 있던 것을 갑자기 바닷물에 넣으면 죽지는 않더라도 몸이 홀쭉해져요. 시간이 지나 물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몸이 다시 부풀어올라요.

해수어와 담수어의 신체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래서 해수어를 민물에 넣어도 바로 죽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특징을 이용하여 해수어의 병을 치료하기도 하지요. 해수어의 몸속에 사는 백점충이란 기생충은 민물에 넣으면 금세 죽기 때문에 백점충에 감염된 해수어를 5~10분 정도 민물에 넣었다가 바닷물로 돌려보내는 치료법도 있어요.

물고기처럼 사람도 다양한 기후와 환경 속에서 살고 있어요. 물고기처럼 생명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추운 한대(寒帶) 지역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열대 지역에서 살게 되면 많은 어려움을 겪겠지요? 그렇다면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기수 지역'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4계절이 뚜렷하면 계절 변화에 새로이 적응해야 하므로 늘 비슷한 기후에서 사는 사람과 비교하면 어려움이 많아요. 하지만 이는 달리 생각하면 어디서든 적응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췄다는 뜻도 되지요. 여러분에게도 그러한 잠재력이 있어요. 비록 태어난 땅의 크기는 크지 않을지라도 여러분의 잠재력을 키워 세계로 나간다면 온 세상이 여러분의 활동 무대가 될 거예요.


[관련 교과] 3학년 2학기 '동물의 세계' 4학년 1학기 '우리 생활과 물' 6학년 1학기 '생태계와 환경'


[함께 생각해봐요]
우리가 회로 먹는 물고기는 대부분 해수어, 즉 바닷물고기예요. 민물고기를 회로 잘 먹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설: 바닷물의 소금 농도가 높아서 바닷물고기는 민물고기보다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될 확률이 낮아요. 하지만 바닷물고기의 몸속에도 기생충이 사는 경우가 있지요. 다만 그런 기생충들은 주로 껍질과 내장에 살기 때문에 물고기를 잡은 후 껍질과 내장을 잘 떼어내면 대개 안전하다고 해요. 하지만 빨리 떼어내지 않으면 기생충이 껍질과 내장에서 살로 이동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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