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밝기 변화로 행성 찾아낸 뒤 크기·질량으로 지구형 행성 구분
별의 온도·공전궤도 알아내면 골디락스 행성인지도 알 수 있어
현재까지 50여 개 찾아냈대요
많은 과학자가 지구를 닮은 행성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지구를 닮은 행성에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고, 외계 생명체를 찾아내면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관한 새로운 단서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지구를 닮은 행성이 먼 훗날 인류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과학자들은 대체 어떤 방법으로 저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를 닮은 행성을 찾아낼까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골디락스 행성'
1992년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발견한 외계 행성 중 지구와 크기가 비슷한 행성은 약 1000개입니다. 하지만 크기가 비슷하다고 모두 지구와 닮았다고 할 수 없어요. 지구를 닮은 행성이라고 한다면 '지구형 행성'인 동시에 '골디락스 행성(Goldilocks planet)'이어야 합니다.
- ▲ /그래픽=안병현
골디락스 행성은 온도가 섭씨 0도에서 100도 사이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행성입니다. 우리가 아는 한 생명체는 반드시 물이 필요하고,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려면 행성 온도가 0~100도여야만 하죠.
이 두 조건을 만족하는 태양계 밖 행성은 2014년에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케플러 우주망원경으로 찾아낸 '케플러-186f'예요.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를 닮은 행성은 50여 개입니다.
◇태양계 밖 외계 행성, 어떻게 찾을까
지구를 닮은 행성은 보통 지구에서 수백~수천 광년 떨어져 있어요. 게다가 행성은 별(항성)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망원경으로도 관측하기 어렵지요.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행성 대신 별의 밝기 변화를 관측하는 '통과 측광법'으로 외계 행성을 찾아냅니다. 행성은 별을 중심으로 공전하기 때문에, 별을 관측하다 보면 행성이 별 앞을 지나며 별의 밝기를 어둡게 하는 현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나요. 가령 태양을 관측하면 금성이 태양 앞을 지날 때 태양 밝기가 약 1만분의 1 정도 어두워집니다. 금성은 224일마다 태양을 한 바퀴 돌기 때문에 이런 밝기 변화는 주기적으로 나타나지요.
이런 식으로 과학자들은 별의 밝기 변화를 포착해 행성의 존재를 알아내요. 별의 밝기가 주기적으로 어두워진다면, 이 별을 공전하는 행성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트라피스트-1 주위의 행성 7개와 케플러-186f도 통과 측광법으로 발견했어요.
◇지구를 닮은 행성인지도 알 수 있어
발견한 행성이 지구형 행성인지 알아보려면 통과 측광법으로 행성 크기를 알아내면 됩니다. 행성이 클수록 별의 밝기가 더 어두워지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죠. 그다음 행성의 질량을 알아내어 행성 크기와 비교하면 지면이 단단한 지구형 행성인지, 가스로 이루어진 목성형 행성인지 구분할 수 있어요.
골디락스 행성인지 알아보려면 별의 온도와 행성과 별의 거리를 알아야 합니다. 별 온도는 색으로 알아낼 수 있어요. 별은 온도가 높을수록 파란색을 띠고, 온도가 낮을수록 붉은색을 띠어요. 따라서 별의 색을 정밀하게 분석하면 온도를 구할 수 있습니다.
행성과 별의 거리는 행성의 공전궤도를 통해 알아냅니다. 우선 별에 드리워진 행성의 그림자가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지 관측해 행성의 공전 속도를 구해요. 공전주기는 행성이 별 앞에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고요.
공전 속도와 공전주기를 알고 나면 공전궤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전궤도와 별 사이의 거리를 구하면 행성과 별 사이의 거리가 나오는 것이죠. 이렇게 별의 온도, 행성과 별의 거리를 알아내면 이를 바탕으로 행성 온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발견한 행성이 골디락스 행성인 동시에 지구형 행성으로 확인됐을 때 과학자들은 비로소 "지구를 닮은 행성을 찾았다"고 말해요. 여러분도 '제2의 지구'를 찾는 일에 도전해보지 않을래요?
[골디락스란?]
골디락스는 영어 'gold(금)'와 'locks(머리카락)'가 합쳐진 단어로, 영국 동화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합니다. 소녀 골디락스는 곰 가족의 집에서 세 그릇의 수프를 발견해요. 그런데 아빠 곰이 끓인 수프는 너무 뜨거웠고, 엄마 곰의 수프는 너무 차가웠어요. 다행히 아기 곰의 수프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 먹기에 알맞았죠.
이런 맥락에서 골디락스는 '적당한 게 가장 좋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가령 경제가 성장하는데 물가가 오르지 않아 사람이 살기 좋은 상황을 '골디락스 경제'라고 불러요. 골디락스 행성은 '생명체가 살기에 온도가 적당한 행성'을 뜻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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